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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딸 특혜대출 의혹 KEB하나은행, 신입사원 인적성검사 시행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의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KEB하나은행이 10월 29일 배화여자대학교 필운관에서신입사원 인적성 검사를 치렀다.

이 회사 인사 담당 이원석 차장은 “응시인원, 시험 문항 수 등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면서도 “결시생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 유형에 대해 그는 “네이버 씨(포털사이트)에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위치 면에서 다소 외곽지역에 있는 배화여자대학교를 고사장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총학생회 등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있어 대학 측에서 연세대 등 대관을 안 해주는 곳이 많다.”며 “농담이지만 산중턱에서 시험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기본은 체력과 정신력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시험은 오전 9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약 33개 고사장에서 열렸으며 대부분의 교실에 평균 37명의 수험생이 입실했다. 서울 배화여자대학교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권역에서 동시에 시행됐다. 응시 연령은 1987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다양했다.

회사 측은 시험에 대해 “직무와 관계없이 문항이 같았다.”라고만 밝혔다. 수험생들에 따르면 시험은 ▲상식 35개 문항 ▲적성 100여개 문항 ▲인성 340여개 문항 등으로 구성됐다. 상식에서는 역사, 시사, 금융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됐다. 예컨대 “올림픽 위원회가 있는 나라는?”, “순장 풍습이 있는 나라는?”, “파킨슨병의 원인이 되는 호르몬은?” 등과 함께 나사 우주선의 명칭, 미뉴에트 관련 등의 문제가 나왔다.

최순실 딸 특혜대출 의혹 KEB하나은행, 신입사원 인적성검사 시행

적성검사와 관련 경희대학교 졸업생 A씨는 “공간지각능력, 응용계산, 전개도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며 “난이도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기출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수험생들이 “다소 어려웠고 시간도 촉박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KEB하나은행 이원석 차장은 이날 열린 인적성검사에 대한 대부분의 질문이나 취재에 대해 회피했다. 이 회사 인사부 다른 직원도 “취재 다 끝나셨나요? 언제 가시나요?” 등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취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차장은 다만 “인적성검사는 직접 평가하지 않고 외부기관에 의뢰한다.”며 “인적성 검사 발표시기나 의뢰기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몇 배수를 뽑는지 경쟁률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합숙면접에 가면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며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합격 확률은 100%이고,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면 50대 50이다.”라고 밝혔다.

시험 장소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과 다소 떨어진 곳에 있어서 2시에 시작되는 신용보증기금 인적성 시험장(대방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퀵서비스 기사는 “미리 예약하면 8만원, 현장에서 타고 가면 10만원의 요금을 받는다.”며 “현장에서는 배차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예약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순실 딸 특혜대출 의혹 KEB하나은행, 신입사원 인적성검사 시행


한편, 이날 하나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30분 간격으로 1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인적성을 동시에 치렀지만 중간 퇴실은 허용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다른 응시자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점심시간에도 인적성 검사를 치른 현대차, 한국은행이 밥버거나 샌드위치 등의 간식을 제공한 반면 하나은행은 별도의 간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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