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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설명 없이 ‘돈 벌이’만 강조한 메리츠화재 금융직무 설명회

최근 포털사이트 취업정보 공유 카페에 ‘메리츠화재입사지원팀’이라는 필명으로 금융직무 설명회가 열린다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게시물 포스터에 따르면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메리츠화재 금융직무설명회’로서 서울 우이동 메리츠화재 연수원에서 개최된다고 했다. 특히 “참가자를 대상으로 교통비 2만원과 연수원 식사 제공을 한다”는 내용과 “체계적인 금융 커리큘럼 안내, 인턴과정 수료 후 수료증 지급”이라는 혜택도 붙었다. 누가 봐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직무설명회 형식을 띄었다.

이날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본 결과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회사 선배들이 직접 간식을 챙겨주는 등 타 기업 설명회보다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막상 직무설명회가 시작되자, 보험 관련 업무에 대한 상세 설명보다는 “나처럼 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체험담 늘어놓기가 설명회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본사차원의 설명회가 아니라 MFC(Metro Financial Consultant) 본부 차원의 설명회여서 규모도 작고 참석자도 50여명 안팎이었다. 메리츠화재 MFC 본부 황 모 본부장은 모두 발언의 상당 부분 회사 규모 설명에 할애했다.

직무 설명 없이 ‘돈 벌이’만 강조한 메리츠화재 금융직무 설명회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보험사가 메리츠화재로서 1992년 설립됐고 순수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기업”이라며 “보험뿐만 아니라 종금, 자산운용, 증권, 캐피털 등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14조 8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금은 1조 5000억원의 대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손해보험사 중 삼성, 현대, 동부에 이어 4위로서 MFC본부는 227명이 근무 중”이라며 “대졸 여부에 상관없이 20대 초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젊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의 말처럼 메리츠 화재는 대기업이다.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의 4남인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 화재를 맡고 있다. 큰 형은 한진 조양호 회장이고 둘째 형은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다. 셋째 형인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맡았으나 2006년 별세했고 이후 10년 만에 회사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비운을 맞았다.

직무 설명 없이 ‘돈 벌이’만 강조한 메리츠화재 금융직무 설명회


본부장에 이어 박 모 부본장의 연설이 시작됐다. 그는 “체육학과에서 태권도를 전공해 스펙면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고 운을 뗀 후 “남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지만 나는 계단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부본부장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B-C-D(Birth-Choice-Death) 법칙’을 소개하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보험컨설턴트의 직업적인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생은 길고 사원증은 짧다.”며 “9급 공무원이 128만원을 받고 기업 사원이나 대리급도 얼마 받지 못하는데 실제 20~30대가 필요한 생활자금은 월 240만원이 든다.”고도 했다.

사회자로 나선 지점장은 “올해 29세인데 지점장이 됐다. 부본부장님도 젊다.”며 보험컨설턴트라는 직업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사원 정 모씨가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명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는데 보험 영업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며 “입사 5개월 만에 연봉 기준 4500만원을 챙기고 입사 7개월째에 인센티브 포함 1억 3000만원을 넘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얼마를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논조를 바꿨다. 안중근 의사의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는 어록이 좌우명이라며 높은 수당을 챙기는 것보다 일의 보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를 찾은 취준생 중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3시간이 넘게 걸려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그가 무엇을 얻어갔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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