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민주주의로 대항하겠다”, 자유발언 함께한 연세대 시국선언

▲10월 28일 연세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월 26일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 총학생회가 앞다투어 시국선언을 했다. 하지만 연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발표하지 않고 26일 “페이스북에 시국선언에 앞서 연세인의 의견을 모으고자 한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연세인 의견수렴’이라는 설문조사 페이지를 열었다. 이에 “의견수렴을 통해 정치적인 부담을 덜고자 하는 것 아니냐”, “비운동권이라 소극적이라 그렇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아쉬움 남는 연세대 총학의 초기대응

실제로 개회 예정이었던 긴급 중앙운영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지연되는 등 총학생회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이 있었다. 게다가 몇 개 단과대학과 노동자연대가 27일 오전 단독으로 연세대학교의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해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총학생회에 기대를 걸고 있던 많은 학생들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늦더라도 학우들의 의견이 우선

27일 오후 7시, 연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시국선언문과 총학생회장의 편지글이 올라오면서 아쉬움은 지지와 응원으로 바뀌었다. 총학생회장은 편지글에서 “총학생회의 방향에 학우 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정권을 규탄할 수는 없었다”며 시국선언이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총학생회장은 “반대의견을 밝혀주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며 “28일 오전 10시부터 부스를 설치해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6000여 개의 ‘좋아요’와 150여 개의 응원 댓글이 달리며 주목을 받았다.

[현장르포]“민주주의로 대항하겠다”, 자유발언 함께한 연세대 시국선언

▲연세대 총학생회장 편지글에 달린 지지 댓글


소통과 존중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연세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계획한 28일, 총학생회는 오전 10시부터 학생회관 앞에 부스를 설치하고 시국선언 동참서명을 받았다. 부스에는 총학생회장과 총학생부회장이 직접 자리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현장르포]“민주주의로 대항하겠다”, 자유발언 함께한 연세대 시국선언

▲발언중인 연세대 총학생회장 박혜수


잠시 후 낮 12시 총학생회가 준비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고, 현장에는 26일부터 있었던 시국선언 중 가장 많은 언론사가 자리했다. 기자회견에서 총학생회장은 “경쟁하듯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것보다 느리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것이 그 가치를 지지하는 근거”라며 “우리는 서로 마주하고 존중하며, 소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첫 발언을 했다.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또한 “민주적 정당성에 의해 나아가는 나라가 되도록 우리가 바로잡아야 한다”며 “한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다시 바로 서는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르포]“민주주의로 대항하겠다”, 자유발언 함께한 연세대 시국선언

▲시국선언에 함께한 학생들


자유발언 통해 학생들의 의견 들어

28일 연세대 시국선언에서는 다른 학교의 시국선언에서 볼 수 없었던 함께 자리한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유발언 시간이 준비됐다.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하겠다는 연세대 총학생회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생활과학대 학생은 “총학생회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함께 움직여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현장르포]“민주주의로 대항하겠다”, 자유발언 함께한 연세대 시국선언

▲자유발언중인 교육과학대 학생


자유발언에서는 총학생회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교육과학대의 한 학생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는 모자라다. 지금 시국에는 실천적인 것이 필요하다”며 “총학생회는 더 실천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현장르포]“민주주의로 대항하겠다”, 자유발언 함께한 연세대 시국선언

▲시국선언 동참 서명 중인 학생들


연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 낭독에 이어 학생들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았다. 바로 옆에 준비된 부스에서는 연세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님과 교직원들까지도 시국선언 서명에 동참했다. 시국선언에 함께했던 학생은 “민주주의 붕괴에 민주주의로 맞서는 총학생회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나아가 달라”고 전했다. 시국선언 동참 서명은 28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같은 날 최순실의 모교인 단국대에서도 시국선언이 진행되었고, 경북대 교수진들도 시국선언문을 게시했다. 서울시립대와 서울대도 다음 주 시국선언이 계획되어 있으며 앞으로 많은 다른 대학들도 시국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