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이 10월 25일 JTBC의 보도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자 26일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대학생들이었다. 오전부터 서울 주요대학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탄핵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현장르포]사태 풍자 대자보에 시국선언까지, 대학생들이 먼저 일어났다

▲10월 26일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26일 오전 11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둘러싼 부정입학, 학사특혜 논란에 계속된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먼저 이화여대 정문에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닌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고 비꼬면서 “국정운영이 비선실세에 따라 이뤄져 왔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최은혜는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국기문란사태와 앞으로 밝혀질 모든 진상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같은 날 26일 오후 2시,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현장르포]사태 풍자 대자보에 시국선언까지, 대학생들이 먼저 일어났다

▲고려대 정대후문에 붙은 대자보(좌)와 연세대 도서관 벽에 붙은 대자보(우)


학생들은 시국선언뿐만 아니라 대자보를 통해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10월 25일 저녁, 고려대 정대후문에는 고려대 독립언론이 게재한 ‘이것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이름의 대자보가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 대자보는 르네 마그리트 ‘이미지의 배반’을 패러디한 이미지로 채워졌다. 대자보를 본 학생들은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대자보는 처음”이라며 “이번 사태를 제대로 풍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 벽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러 개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노동자연대 학생들의 대자보와 을지문덕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를 패러디한 사학과 학생들의 ‘여괴통박근혜’라는 이름의 대자보가 많은 학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과 함께 내일 10월 27일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동국대학교를 중심으로 전국대학생 시국선언도 계획 중에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말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한 학생은 “이번 사태는 한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외면했던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할 때”라며 집회 참여의사를 밝혔다. 탄핵집회는 10월 29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