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고사장 앞 ‘두마리토끼’ 노린 질주행렬

CJ그룹·한국타이어 등 줄줄이 시험


“아유, 아저씨 허리를 꽉 잡아야지…. 기사님 저희 아들 좀 잘 부탁 드려요. 얘가 또 시험이 있어가지고…. 잘 하고 와 떨지 말고. 아휴… 쟤가 잘 하려나 모르겠네.”


서울 송파구 잠실중학교 앞. 교문 앞에서 한 중년 부부는 연신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들을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태워 보내기 직전, 어머니는 아들의 두 손을 계속 퀵 기사의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오토바이가 떠나고 난 뒤에도 부부는 떠난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퀵의 날”… 금호아시아나 고사장 앞 ‘두마리토끼’ 노린 질주행렬



10월 22일, 이날 잠실중학교에서는 오전 10시부터 금호아시아나의 인적성검사가 있었다. 금호아시아나의 서울지역 시험장소는 잠실중 단 한 곳. 이 학교에서는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금호리조트, 금호건설 지원자 약 1200명이 시험을 치렀다.



“퀵의 날”… 금호아시아나 고사장 앞 ‘두마리토끼’ 노린 질주행렬



특히, 대기업 인적성검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같은 날 여러 곳의 시험이 몰렸다. CJ, 한국타이어, LS전선 등 굵직한 기업이 모두 이날 시험을 진행했다. 특히 CJ와 한국타이어가 오후에 시험을 실시하면서 금호아시아나의 인적성검사가 종료된 오후 12시 30분께부터 교문 앞은 다음 고사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질주가 이어졌다.


금호아시아나는 직무적성검사와 함께 짧은 쉬는 시간 뒤 한자시험을 진행하는데 이 한자시험은 시험을 마치는 순서대로 자유롭게 퇴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시험을 앞둔 일부 수험생은 과감히 한자시험을 포기하고 미리 헐레벌떡 뛰어나오기도 했다.



“퀵의 날”… 금호아시아나 고사장 앞 ‘두마리토끼’ 노린 질주행렬


“퀵의 날”… 금호아시아나 고사장 앞 ‘두마리토끼’ 노린 질주행렬


“퀵의 날”… 금호아시아나 고사장 앞 ‘두마리토끼’ 노린 질주행렬




퀵서비스 전쟁도 치열했다. 미리 예약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바로 ‘손님 모시기’에 나선 기사도 많았다.


한 퀵서비스 기사는 “선릉역에서 오후 시험이 있다는 손님이 있어 기다리고 있다”며 “안 그래도 시험이 있다고 해 퀵기사들이 많이 왔겠구나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의 이번 시험은 언어, 수리, 추리, 상황대처, 지각판단, 상식 등으로 구성됐다. 직무적성검사와 함께 한자시험이 있었다. 한자 자격증 시험과 비슷한 형식으로, 40분 동안 총 50문제를 풀어야 했다. 시험 전 많은 수험생이 우려했던대로 문제지에는 어떠한 필기도 할 수 없었다.


‘겹치기’ 시험 탓에 결시율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았다는 후문도 있다. 금호아시아나 수험생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30명 정원의 각 반 결시율이 평균 5~6명을 기록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