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 사는 기자가 알려주는 홍대 먹거리 트렌드


홍대에 거주한 지 약 3년째. 살다 보니 이곳이 우리나라 외식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데 꽤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생전 처음 보는 것’에서 조금씩 익숙해질 때쯤엔 어느새 전국구 단위의 유행이 돼 있더라. 그래서 써봤다. 지금 이 시각, 홍대에 새로 열풍이 불고 있는 먹거리는 무엇일까.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지나갈 때마다 줄이 너무 길어 대체 무슨 집인가 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76-1


 “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女의 홍대먹거리 트렌드



올 7월 2일, KT&G상상마당 앞에 약 10㎡의 작은 카스테라 매장이 열렸다. 오픈 날부터 시작된 인기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매일 총 5차례로 ‘빵 나오는 시각’이 정해져 있어, 판매 직전엔 늘 매장 앞에 줄이 한 가득 늘어서 있다. 낮 기온 38℃를 찍던 한 여름, 줄을 서던 한 여성 손님이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한 적도 있다고. 덕분에 최근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도 이곳저곳에 생기고 있다.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를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자. 그래야 빵 안의 다양한 성분이 응축해 더 폭신폭신한 질감을 맛볼 수 있다.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를 만든 건 엄세웅 대표



 “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女의 홍대먹거리 트렌드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는 2년 전 등장한 ‘프랑스에서 온 붕어빵’의 형제 브랜드다. 대표는 엄세웅 씨. 건국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의류브랜드 매장 운영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 뒤로 30개 매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운영 노하우를 익힌 엄 대표는 홍대에 ‘프랑스에서 온 붕어빵’ 1호점을 열며 본격적인 자체브랜드를 만들었다.


두 번째 브랜드를 찾던 엄 대표는 예능프로그램 ‘꽃보다할배’ 덕에 인기가 높아진 대만의 먹거리 중 카스테라를 한국에 들여오자고 결심했다.


 “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女의 홍대먹거리 트렌드

대만의 한 지역인 단수이에서 대형 카스테라는 우리나라의 떡볶이와 같은 노점상 단골메뉴. 이후 한국식 레시피를 배워 국내에서는 두 번째, 서울에서는 첫 번째 주자로 매장을 열었다. 크기에 맞게 ‘대왕’이라는 이름도 직접 붙였다.


엄 대표가 직접 꼽은 맛의 비결은 카스테라 아래, 위 양면의 두께에 있다. 보통의 카스테라와는 반대로 아래 바닥이 윗면보다 덜 두껍다. 이게 촉촉함의 비결.


또 달지 않게 해 여성의 입맛을 공략했다.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일 한정판매량이 300개인데 기타 제반비용을 제하면 매출은 일평균 170만원이라고 한다. 내일(9월 26일 기준) 가산디지털단지의 시티아울렛에 2호점이 입점한다. 뒤로도 백화점을 포함해 10여개 매장이 오픈대기 중. 곧 홍대 1호점의 영업방식도 개선할 예정이다. 10월부터는 동시판매도 계획 중이다. 참고로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홍대점 바로 옆의 라바치치 역시 엄 대표의 브랜드다.



토끼정

“20대 초반 젊은 커플이 주로 찾는 곳”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2길 13 1층


 “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女의 홍대먹거리 트렌드


강남의 퓨전 일본가정식 브랜드가 홍대에 문을 열었다. 외식브랜드 서가앤쿡과 미즈컨테이너 두 브랜드가 합작한 작품이다. 물론 식사시간엔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 역시 한창 더울 때 오픈했는데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대기 줄은 정말 길었다. 요즘은 조금 한산해진 듯.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크림카레우동(1만1000원)이다.


로드 스테이크

“좁은 골목에 유난히 줄이 길게 늘어선 곳”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77-1


 “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女의 홍대먹거리 트렌드


막 문을 열기 시작한지는 조금 됐지만 어쨌든 홍대의 ‘길거리 스테이크’ 매장 앞에도 손님은 많다. 이곳은 홍대 주차장 길 뒤의 일명 ‘곱창골목’ 앞에 새로 자리한 매장. 좁은 길에는 스테이크를 기다리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한여름에도 인기였는데 곧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고기에 음료가 더해진 길거리 스테이크의 문전성시는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전구주스

“저게 뭔가 했는데 어느새 다 들고 다니더라”

홍대 곳곳에 있음



 “대왕 카스테라부터 전구 음료수까지” 홍대女의 홍대먹거리 트렌드



“유행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준 제품이다. 한창 뜨거웠던 약 한 달전쯤, 홍대 이곳저곳에 생기기 시작한 전구모양의 음료인데, 처음에 발견했을 때는 ‘어차피 병만 다른 음료수인데 대체 뭐지’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행인의 손에 심심치 않게 들려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음료를 마신 뒤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다는 후기도 많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