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연애사(史),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연애가 어쩐지 당신의 연애와 닮아있을 수도.

매호 각기 다른 이슈로 시시콜콜한 연애담을 들어본다.


Businessman super hero flying with briefcase. Vector illustration in retro pop art style. Business success comic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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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이제 막 취준 커플, '우리 사이 뭔가가 달라졌다'


여자친구와 만난 지는 거의 2년이 다 돼간다. 동아리 CC였던 우리는 여자친구의 졸업으로 자연스럽게 취준 커플이 됐다. 사실 취준 초반에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자 무언가 달라졌다.


일단 묘하게 여자친구의 우울과 짜증이 늘었다. 자소서나 면접을 준비하면서 신경 써야 하는 게 늘어난 탓인지 서글서글한 성격이었던 여자친구는, 어느새 툴툴거리는 깍쟁이로 돌변했다. 특히 예전에는 자면 잔다고 말을 했는데 이제는 깜빡 잠드는 일이 늘었다. 학원까지 다니느라 피곤한 모양이다. 그러고는 아침 일찍 스터디에 가기 전, 연락이 온다. ‘미안ㅠㅠ 잠들었어’ 얼마나 힘이 들까 싶으면서도 서서히 이 연애에 지쳐가는 나를 발견한다.


Closeup on a man's hands as he is sitting on a sofa and using a smartphone
Closeup on a man's hands as he is sitting on a sofa and using a smartphone


#Case 2. 애인 < 타임워치? 완벽한 ‘병’의 연애


취준생 구남친을 만나면서 가장 스트레스였던 것은 내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존감이 낮았던 내가 꾸준히 연애했던 이유는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사실 사랑받는다는 기준은 연락의 빈도나 만나는 횟수랑은 별개의 문제였다. 분명 연락은 꼬박꼬박 됐지만 나는 외로웠다. 항상 모든 일정에 변수를 두지 않으려고 하는 그의 강박증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남친은 나와 연락하는 횟수, 통화빈도, 그리고 만나는 일까지 모두 자신의 계획에 맞아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다. 물론 공부도 그랬다.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출석 스터디에 가고 밥을 먹고 담배를 태우며 전화 한 통. 이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내가 집에 돌아갈 때쯤 또 한 번 전화를 걸었다. 그것은 너무 당연한 일상이자 어기면 안 되는 철칙이었다.


그가 그렇게 시험 합격을 향해 달려갈 동안, 나의 존재는 ‘을’을 넘어 ‘병’으로 전락했다. 10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타임워치를 나와의 통화로 지키지 못했다며 은근히 눈치를 주던 날, 나는 이 연애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A couple enchained to their clocks.
A couple enchained to their clocks.


#Case 3. 상부상조하는 연애


우리는 나이 차이는 나지만, 시기가 맞아 함께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언론 쪽을 준비하고, 남자친구는 공기업을 준비하니 직종은 다르지만, 같이 준비한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될 때가 많다. 또 서로 연락이 안 돼도 누구보다 상황을 이해하게 되니 다투는 일도 적다.


아무래도 우리 주위가 대부분 취준생이다 보니 연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많다. 보통 이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이다. 연애에 정답은 없지만 일단 주위의 경우를 보면 꽤 오래 사귄 커플이 취업 때문에 헤어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헤어졌다는 슬픔과 취준의 고통이 콤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썸이나 사귄 지 얼마 안 된 경우는 오히려 빨리 정리하는 편이 낫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쪽은 이게 연애 초반의 모습이냐며 불만이 쌓여 가는데 한쪽은 취직이 조급해져 가니, 그야말로 서로에게 못할 짓이다.


당신의 연애를 익명으로 터놓아보세요!

다음 호 키워드는 ‘다른 언어를 쓰는 연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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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인턴기자 apea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