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흘 만에 면허를 땄다

기자의 3일 속성 면허 취득 체험기

요즘 운전면허시험장이 응시자들로 북적댄다. 오는 11월부터 운전면허 시험이 더 까다로워진다는 경찰 방침 때문. 보름 전 광복절 특사로 쏟아져 나온 면허 취소자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운전면허시험이 상대적으로 간소하다며 원정 오는 중국인들까지 있다고 한다.


그 현장에서, 아직까지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본 기자 역시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3일만에 면허를 따게 해준다’라는 속성 면허 학원이다. 시골에 있어서 셔틀버스로 통학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시간은 곧 금인 지금 세상에서 3일만에 면허를 딸 수 있게 해준다는데! 일단 전화부터 걸어보았다.



# 학원 등록 전


- 뚜-뚜-뚜.. 안녕하세요. ㅇㅇ자동차학원입니다.

- 네, 학원 등록하려고 연락드렸는데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업 듣고 싶습니다. 2종 보통 따려고 합니다.

- 네. 준비물은 기능 시험과 필기 시험을 위한 현금 약 2만 원 정도와 신분증, 그리고 사진 3장입니다. 월요일 아침 7시 30분까지 ㅇㅇ앞으로 오시면 학원 차가 대기하고 있을겁니다. 늦지 말고 오세요! 학원비는 선불입니다.

- 운전대 한 번도 안 잡아 봤는데 그냥 가도 되나요?

-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냥 몸만 오세요.

나, 정말 맨몸으로 가기만 하면 합격할 수 있는 걸까?

# 1일차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아침 일찍 학원 차에 올랐다. 첫 날은 학과 5시간, 기능 2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기능 시험을 먼저 치는 일정이었다. 기자와 함께 처음 학원에 온 사람은 약 40여 명 정도. 거의 20살이 대부분이었고 종종 19살 학생도 보였다. 직장인도 있었다.


이름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중국 사람도 있었다.


‘“면허 왜 따러 오신거에요?”


“10월인가 11월부터 면허 시험이 어려워진다기에, 미리 따 놓으려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허 시험이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 게다가 ‘속성 3일 코스’라고 하니 더욱 솔깃해 질 터. 짧은 시간에 나름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셈이다.


학과 5시간은 예상대로 지루했다. 간단한 강의부터 도로 교통 안전에 대한 영상 시청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지하는 선생님은 없었다. “어짜피 의무 시간만 채우면 되니까요.” 한 시간마다 있는 출석체크에 출석 지문만 찍으면 5시간의 의무 교육 강의는 끝나는 것이다.


“나는 사흘 만에 땄다” 대학생 기자의 속성 운전면허 취득기

학원에서는 최대한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학과 5시간을 듣는 사이 사이에 기능 교육을 집어넣었다.


학과 강의를 듣다가 기능 교육을 하러 가고, 다시 학과 강의를 듣는 식이다. 학과 강의 중에는 각자 내일 있을 필기시험을 위해 자습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기시험 역시 문제은행 770제 중 40문항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시험 치기 전 ‘운전면허 필기시험 어플’을 다운 받아 모의고사 2-3개만 쳐 보면 감이 잡힌다.

기자 역시 기능 교육 2시간을 받기 위해 강사님과 함께 차에 올랐다. 처음으로 앉는 운전석의 기분이 묘했다. 기능 시험에 대해서는 우스갯소리로 “기능 떨어지면 여기 강의실 창문으로 떨어져도 된다”라고 할 만큼 쉽다.


특히 2종 보통 면허의 경우 50m 주행은 엑셀을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전띠 매기, 시동 켜기, 깜빡이 켜기만 할 줄 안다면 합격. 매우 간편하다. 정말 “떨어지면 바보다”. 2시간 밖에 배우지 않는다고 해서 처음에는 ‘겨우 두시간 공부하고 합격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그럴만 했다. 올 11월부터는 기능 시험이 어려워진다고 하니 참고할 것.


기능 시험이 매우 쉽지만, 시험만 되면 떨리는 본지 기자는 덜덜덜 떨면서 운전석에 앉았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아 실격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해서 더욱 걱정이었다. 기능 시험의 경우 한 번 떨어지면 3일 동안 재시험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기능 시험에 붙는 것이 ‘3일 속성 면허’의 가장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은 기계가 안내해주는 지시 사항을 10초 이내에 이행하면 된다. 좌측 깜빡이, 상향등 등을 껐다 켰다 하는 것, 시동을 켜고 기어를 P에서 D로 놓는 것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이 지나면 “100점으로 합격입니다”라는 축하 알람음이 나온다.


시험 및 모든 교육이 끝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의 목표였던 기능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한층 발걸음이 가벼웠다. ‘운전, 뭐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 2일차


2일차는 아침에 필기시험을 친 뒤 도로주행 3시간을 교육받는 일정이다. 필기시험은 원래 지정된 시험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동해야 하지만 이 날은 특별히 학원이 필기시험장으로 지정돼 학원 안에서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전날부터 표지판 등을 공부해 뒀던 터이지만 혹시나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2종 보통의 경우 60점, 1종의 경우 70점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필기시험 역시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다. 본 기자는 89점으로 안정적인 합격.



“나는 사흘 만에 땄다” 대학생 기자의 속성 운전면허 취득기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나면 이제 도로주행 연습을 할 수 있는 연습면허가 발급된다. 이제부터 실제 강사와 함께 도로주행 시험을 치게 될 A, B, C, D 코스를 돌아보고 평행주차 연습을 하게 된다. 우선 첫 시간은 평행주차에 대해 배웠다. 평행주차의 경우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고 기어 후진으로 놓기, 핸들을 왼쪽으로 두 바퀴 반, 오른쪽으로 두 바퀴 반 등등 정확하게 평행주차를 하는 법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외우면 신기하게도 나의 차가 주차 칸에 쏘옥 들어간다.


두 번째, 세 번째 시간은 드디어 도로주행! 진짜 도로로 나가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안전벨트를 더욱 꽉 조여매고 생명을 소중히 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겨 넣어야 한다. 두 코스를 한번 도는 것이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주변의 차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손에 땀이 난다. 하지만 조수석 강사님의 자리에도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서 조금은 다행이었다. 처음에 브레이크랑 엑셀을 헷갈려하던 기자는 “이러다 우리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라는 강사님의 서슬 퍼런 농담에 수능 이후 처음으로 초 집중 상태로 운전 연습을 했다.

# 마지막, 3일차

3일차는 도로주행 3시간과 대망의 도로주행 시험이 있는 날. 도로주행은 A,B,C,D코스로 나뉜다. 그러나 우리 학원의 경우 매우 시골에 위치해 있어 가는 길이 A코스, 오는 길이 B코스, 또 다른 가는 길이 C코스, 오는 길이 D코스로 단 두 가지의 코스만 외우면 되기 때문에 더욱 도로주행 시험에 합격하기 쉬웠다. 시험은 두 명이 한 차에 타서 한 사람은 A코스, 나머지 사람은 B코스 시험을 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사흘 만에 땄다” 대학생 기자의 속성 운전면허 취득기

내가 무슨 코스로 시험을 보는지는 시험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코스에 대한 충분한 숙지가 필요하다. 본 기자는 A코스에서 시험을 쳤다.


가장 자주 가본 길이기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86점으로 합격.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얼떨떨했지만 뒷 사람의 시험을 위해 뒷자리에 올라탔다. 집 주소를 적으면 등기로 면허증을 배달해 준다고 했다.

정말로, 태어나서 운전대를 처음으로 잡아본 기자가 단 3일 만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운전 연습이 부족한 터라 실제 필드에 바로 나가면 절!대! 안 된다. 운전의 베테랑들과 함께 충분한 운전 연습을 한 뒤 운전을 해야 할 것이다.


면허를 따게 되어 8월의 목표를 이뤘다는 뿌듯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쉽게 면허를 딸 수 있는 우리나라의 면허 취득 과정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는 11월부터는 좀 더 어려워진다고 하니 혹시 그 전에 따실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운전은 나의 생명 뿐 아니라 남의 생명까지도 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는 사흘 만에 땄다” 대학생 기자의 속성 운전면허 취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