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걱정하는 너에게]

서른 하나, 사랑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서울지역 일부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 1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20719
서울지역 일부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 1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20719


저는 지방대 역사학과를 졸업했어요. 어릴 땐 지방대생이 됐다는 게 부모님께 얼마나 죄송스러웠던지. 저 스스로도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죠. 그냥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마침 교직이수가 가능하고, 역사학과로 전과도 가능한 유일한 학교였기에 원서를 넣을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전 사람을 좋아해요. 그런데 학교를 싫어하니 동기들과도 잘 어울릴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바꿨어요. 차라리 모교를 빛내기로 한 거죠. 그 방법은 물론 교사가 되는 것이었고요.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됐는데 근무지가 제 출신 고등학교였어요. 실제 현장의 학생들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교사로서의 제 모습을 그리게 됐죠. 하지만 정작 ‘역사교사’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제가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지 역사를 가르치는 게 아니었거든요. 군 복무기간 이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고 임용고시 준비를 그만뒀습니다.


대신 진로교육이라는 새로운 꿈을 찾았어요. 그래서 전문 교육업체에 입사했고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을 만났죠. 회사생활도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어디엔가 계속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정말 자존감이 없어 힘들어하는 아이와 부모에게 좀 더 집중하고 싶었던 거죠. 결국 퇴사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희망’을 주는 전문 강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있죠.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 예쁜 아이들이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행복을 또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길 바라죠. 그렇게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게 제 최종 꿈입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걱정은 없었냐고요?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제 나이 벌써 서른하나. 다들 취업하기 어렵다는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죠. 연애도 너무 하고 싶고요. 하아….


일단 회사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정 안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버티는 거죠. 물론 중간에 힘든 시기도 있었어요. 생각보다 진전은 없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기회가 주어지기만을 기다렸죠.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 그 뒤로는 사소한 것이라도 도전하고 있어요.


저도 돈 많이 벌고 싶죠. 하지만 돈은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에요. 가끔 아이들에게 물어요. “너희들이 꿈꾸는 직업이 정말 너희가 하고 싶은 게 맞니?”라고요. 우리 사회는 경제력을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평가해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경제력뿐일까요. 꿈을 얼마나 실현했는가가 정답은 아닐까요.


가끔 보면 참 재미있어요. 다른 사람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 끔찍이 싫어하면서도 우린 스스로 남들과 비교하며 주눅 들거나 만족감을 느끼죠. 자신의 가치를 세우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 가끔은 외롭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즐거운 점도 많아요.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어요. 어차피 힘들 거라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면서 힘든 경험을 해보고 그 안에서 또 배우고 성장하는 삶이 진짜 인간답게 사는 길이 아닐까요.


주변 친구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길을 가고 있어요. 누군가는 저를 바보 같다고, 철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들이 제 인생 대신 살아 줄 것도 아니니까요. 분명 힘든 일도 있지만 전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제 길을 걷고 있어요.

불과 2년 전,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불안감만 가지고 살았어요. 여러분도 꼭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성급해 하지 말고 딱 한걸음씩 나아가요. 우리 같이.


[졸업을 걱정하는 너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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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