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에게는 공연 하나 보는 것조차 큰 부담이 된다. 그런 대학생을 위한 가격도, 완성도도, ‘착한’ 공연이 있다. 한예종 학생들이 기획한 2016 여름 야합플레이, ‘레이디 맥베스’도 그중 하나다.
■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한예종 교내 공연
한예종 연극원의 여름방학 공연은 크게 야합(야합플레이)과 인큐(인큐베이터)로 나눌 수 있다. 야합은 말 그대로 밤에 함께 극을 벌려보자는 의미로 자유로운 성격이 강하다.
물론 사전에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사전 심의를 거치지만, 상대적으로 학생의 주도적인 연출이 가능해진다. 또한 소액의 지원금과 학교 내 공연장을 지원받는다.
‘레이디 맥베스’의 연출과 연기를 맡은 조강연 씨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극을 만들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출가로서의 디렉션보다는 배우들과 함께 극을 토의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배우 모두 각각이 느끼고 표현한 ‘날 것’이 극에 담길 수 있었다.
반면에 인큐베이터는 학교를 넘어 바깥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규모는 물론 지원금도 커진다.
교내 공연의 경우, 1인 1매로 한해 무료로 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1시간 전부터 배부를 시작하며 자유석이기 때문에 먼저 오는 것이 유리하다. 좋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기전공 입시생들에게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 ‘운명’의 환영을 믿는 인간의 비극, 레이디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재창작한 극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살인을 두려워하는 남편, 맥베스를 운명으로 이끌고 권력을 쟁취한다. 고전 속 등장인물임에도 진취적이라는 점에서 현대적인 여성상에 가깝다.
이번 연출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배우들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 극 초반, 대사 없이 진행되는 그들의 움직임은 표정과 조명이 더해져 더욱 강렬했다.
마녀와 시종, 유령 역을 맡은 배우, 박종찬 씨는 그로테스크한 미술양식에서 움직임을 영감 받았다. 그래서 그가 연기하는 마녀는 고개를 비트는 몸짓부터 섬뜩한 공포를 불러온다.
그는 몸의 움직임을 우선으로 하여 연기를 구상했다. 그리고 이것을 갬블러 크루의 리더인 박지훈 씨가 매끄럽게 다듬었다.
레이디 맥베스 역의 전하나 씨는 미카엘 체홉의 '심리적 제스처'에 착안하여 캐릭터를 분석했다. 미카엘이 말한 아홉 가지의 몸의 언어(당기다, 밀다 등)를 통해 대사를 행동으로 먼저 연기한 것. 그녀는 이렇게 54개의 움직임의 분석을 끝내고 대사를 연습했다.
또한, 그는 레이디 맥베스가 가진 이중성에 주목했다.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구와 더불어 남편인 맥베스에 대한 모성애와 죄의식은 꾸며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이중성을 갖는다. 따라서 그가 연기하는 레이디 맥베스는 강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나약하다.
배우들에게 대중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지에 관해 묻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냥’ 다가오면 된다고 말했다. 예술을 본다는 의식 없이 자기가 느낀 그대로를 느끼면 된다는 것.
더불어 배우 박종찬 씨는 극 안에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을 발견하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것을 느끼든지 극은 그 사람만의 감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멀게만 생각했던 예술에 가까워지는 법은 오히려 명쾌했다.
연극원 공연 일정 및 상세정보
'한국예술종합학교' 홈페이지 참조
김민경 인턴기자 apea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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