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인사하지 말아야 할 때


방학이니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볼까요. 요즘은 회사생활의 에티켓도 취준생이 미리 알아야 할 덕목이라죠? 그래서 인턴이라도 한 번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큰 차이가 있는 거겠죠.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받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하고 싶어도 안면을 트지 않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워크숍이나 회식 때 신입사원(혹은 인턴사원)을 무대 위로 불러(또는 일으켜 세워) 소개할 때는 신입사원만 불러내기보다 팀 전체가 올라가 팀장이 팀원을 소개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느낀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신입사원도 회사에서 얼굴을 마주쳤는데 누군지 몰라 인사할지 말지 주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런데 인사를 너무 열심히 하려다 보면 의도치 않게 윗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9시 넘어(9시가 출근시간인 경우) 출근하는 선배에게 너무 우렁차게 인사하는 것입니다. 그 선배가 대리라면, 그 위로 과장?차장?부장?이사도 있는데 말이죠. 경영진에게 9시는 출근시간이 아니라 업무시작시간입니다. 9시 전에 출근해도 시원찮을 판에 9시 넘어 출근하면 눈치가 보이죠.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는데 신입사원(또는 인턴사원)이 너무 우렁차게 인사하는 건 그 대리가 지각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꼴이죠. 출근시간이 넘었다면 조용히 목례만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사수격인 그 대리는 ‘자식, 눈치 좀 있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나온 선배에게 하는 인사입니다. 여자화장실의 경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자화장실 부스에서 나왔다는 것은 큰일을 본 것이겠지요? 부스에 앉으면 옆 칸이 신경 쓰입니다. 옆 칸에서 요란스런 소음과 향을 내뿜으면, 속으로 ‘저 ××’라고 욕이 나오려고 하죠. 일을 보고 나오는데 딱 마주친 옆 칸 사람이 사장님이었다면? 서로 민망하겠지요? 그래서 화장실은 옆 칸이 누구인지 모르게 눈치껏 나오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어떤 대기업에는 회장님 전용 화장실이 있기도 하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 화장실에서는 만인이 평등합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화장실에서 요란스럽게 큰일을 보고 옆 칸에 아무런 낌새가 없을 때 조용히 나가려는데, 마침 들어오는 신입사원(또는 인턴사원)이 큰 소리로 인사한다면? 맞인사를 하자니 부스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키게 돼 부담스럽습니다. 안하자니 인사도 안 받는 모진 사람으로 보일까봐 난처합니다. 화장실에서는 조용히 목례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선배들도 이해할 것입니다.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