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서울 홍대거리서 ‘코미디위크’ 개최
이경규, 김준호, 이수근 등 코미디 공연
홍대 거리행사를 주최한 20대 연합팀 ‘웁스’
7월 1일, ‘코·미·디’ 세 글자가 홍대 한복판을 점령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지하철 홍대입구 8번출구에서부터 KT&G상상마당에까지 이르는 이른바 ‘홍대 핫플레이스’에 내로라 하는 국내 유명 개그맨들이 떴다.
| 홍대 KT&G 상상마당 앞에서 개그맨 박휘순 씨가 무대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웁스
개그계의 대부라 불리는 이경규를 필두로 김준호, 윤형빈, 이수근, 김영철 등 소위 잘 나가는 혹은 잘나가던(?) 개그맨들이 뭉쳤다. ‘코미디 부흥’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제1회 코미디위크’를 열기 위해서다.
모두가 행사의 화려한 라인업에 주목하던 바로 그 시각,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철주야 애쓴 이들이 있었다. 바로 대학 연합팀 ‘웁스(oops)’다.
웁스는 문화행사를 기획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진 ‘작은 엔터테인먼트’로 50명의 팀원 전부 20대로 이뤄져 있다. 이번 ‘코미디위크’에서는 외부 행사 전체를 맡았다. ‘홍대를 웃겨라’라는 행사 취지에 맞춰, 개그맨들은 실내 코미디공연을 전담하고 밖에서 다양한 이벤트로 행사를 알리고 홍대 일대를 코미디로 물들이는 역할은 웁스의 20대 청년들이 담당한다.
이번 행사는 윤형빈이 운영하는 ‘윤형빈 소극장’을 주축으로 성사됐는데, 웁스는 우연한 계기로 개그맨 윤형빈 씨를 만나 합류하게 됐다. 팀원 중 한명이 홍대인근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곳에 윤씨가 우연히 방문한 것. 이 팀원이 윤씨에게 먼저 말을 걸고 팀의 존재를 알리다가 마침 ‘코미디위크’를 준비 중이던 윤씨가 협업을 제안했다. 그게 올 5월이었다.
| 정호현 웁스 팀장을 이번 행사의 컨트롤타워 격이라는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이도희 기자
“그날 이후 윤형빈 씨에게 연락이 와서 미팅을 가진 뒤, 두 달 동안 거의 매주 만나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어요. 일주일 동안 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가장 적합한 것들을 좁혀 나갔죠. 아깝게 실현시키지 못한 것들도 있었고요. 홍대입구 역 9번 출구 근처의 K모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M사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다든가, 화장품 가게 앞에서 개그맨들이 공주 분장을 하는 것들이요. 혹시 영업을 방해할까 싶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어요.” 정호현 웁스 팀장의 말이다.
90년생인 정호현 팀장은 현재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있다. 순전히 ‘문화를 기획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팀에 합류했다. 웁스는 그동안 건대, 압구정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파티나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대학생들이 만나서 노는 게 전부 아니냐’는 주변의 편견 섞인 목소리도 많다. 이번 행사에 합류한 것은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차원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행사의 취지가 개그무대를 TV 외에 공연장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즉 대중에게 개그문화의 다양성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문화를 기획하고 싶다는 저희의 목표와 잘 맞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행사 첫날인 1일 현재, 쏟아지는 장맛비로 인해 코미디위크의 외부행사는 거의 잠정중단 됐다. 야심차게 준비한 만큼 아쉬움이 클 법도 하지만 정 팀장은 “그치면 잘 되겠죠. 그래도 몇 개 마련해놓은 부스에 행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기분 좋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날짜가 정해진 뒤 계속 일기예보만 봤다”는 그의 뒷말에서 어쩔 수 없이 깊은 속상함이 묻어났다.
이번 제1회 코미디위크는 3일까지 계속된다. 비가 그치면 언제든지 재미있는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게 정 팀장의 포부다. 코미디위크는 사흘간 윤형빈소극장, 상상마당, 디딤홀, 스텀프, 김대범소극장, 임혁필소극장 등 홍대 인근 6개 공연장을 중심으로 3일까지 이어진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