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취업도전기 7] 신입사원이 탄생하다

송진범 CJ제일제당 푸드세일즈 최종합격

자격증도, 토익성적도 없던 송씨의 마지막 명랑취업도전기



“와, 여기 그때 자소서 첨삭 받던 곳이네요!”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 계속 감탄사를 연발했다. 감회에 젖은 듯한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경제신문 빌딩 15층 한국경제매거진 회의실, 이곳은 약 3개월 전 지금은 신입사원이 된 송진범 씨가 취업준비생으로서 자기소개서 멘토링을 받았던 곳이다.


송씨는 명랑취업도전기 7기 멤버 중 한 명이었다. 명랑취업도전기는 취업준비생들이 구직기를 연재하면서 취업 멘토링도 받는 잡앤조이의 고정 코너다.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무료로 취업 컨설팅도 받을 수 있어서라는 게 그의 지원 이유였다.



명랑취업도전기 멤버, CJ 신입사원이 되다


송진범 씨가 잡앤조이 ‘명랑취업도전기 인적성 멘토링 편’에 실린 자신의 기사를 펼쳐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허태혁 기자


경북대 경제학과에 편입해 올 2월 졸업한 그는 군 입대 후 줄곧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했던 그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계속 방황했다.


그러다 이번 상반기, 마침내 CJ제일제당 푸드세일즈 직군에 합격했다. 결국 자신이 원했던 길을 찾은 것이다. 6월 24일, 명랑취업도전기 첫 만남이 있었던 한국경제신문 빌딩에서 신입사원이 된 그를 다시 만났다.


‘명랑취업도전기·청년희망재단’, 큰 힘이 돼 준 두 프로그램


“경북 안동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고 오는 길이에요. 거의 저를 키워주신 분들이거든요. 발표 날에도 가장 먼저 전화 드렸고, 내려가서 큰 절을 올렸어요. 수고했다며, 잘했다며 함께 기뻐해주셨죠.”


송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원하던 기업의 합격소식을 들은 게 가장 큰 이유고, 장남으로서 부모님의 걱정을 한결 덜어드릴 수 있었던 것도 뿌듯하다.


“합격자 발표 날 기분이 어땠어요?”


“저녁 6시 조금 지나서 결과를 확인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제가 예전에 육상부 활동을 했거든요. 편입시험도 치러봤고… 웬만해서는 그 정도로 무너질 만큼 긴장하지는 않는데, 정말 극도의 긴장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합격’ 글자를 보는 순간엔 소리를 질렀죠.”


명랑취업도전기 멤버, CJ 신입사원이 되다

사실 송씨에겐 이번이 첫 공채 도전이다. 그 전에 은행 인턴을 해본 적은 있지만 정식 공채에 지원서를 낸 것은 지난 3월이 처음이었다. 자소서를 쓰는 법도, 인적성 과목도 잘 몰랐다. 게다가 학교도 대구에 있어 서울에서 열리는 채용행사는 거의 참여할 수 없었다.


CJ그룹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차면접, 2차 임원면접 순이다. 송씨가 지원한 푸드세일즈는 1차 면접때 세일즈역량면접이라는 이름의 직무면접과 PT면접이 있다. 모든 게 처음인 그에게 대기업의 다양한 전형은 큰 부담이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청년희망재단이었다. 국민 성금으로 운영되는 청년희망재단은 자소서 첨삭, 멘토 특강 등 취업준비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집이 있던 인천에서 무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지만 그는 재단을 통해 자소서, 면접 첨삭을 무료로 받았다. 특히 한 멘토의 강연에서는 인생의 지침을 얻었다. 한 외국계 보험사 본부장의 이야기였다.


“제 가치관을 바꿔줬어요. 항상 ‘왜’를 생각하라는 것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CJ의 마케팅 개선방향을 생각해 자소서에도 녹이고 면접에도 활용했죠. 학원의 족집게 스킬이 아닌 비즈니스 마인드로 합격한 거예요.”


인적성 검사는 교재 한 권과 CJ의 홈페이지를 활용했다. 하지만 처음 보는 문제유형이 어렵기만 했다. 모의시험 성적도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때 한줄기 빛이 된 게 명랑취업도전기의 인적성 첨삭이었다.



명랑취업도전기 멤버, CJ 신입사원이 되다


지난 4월, 명랑취업도전기 멤버들이 이완 강사에게 인적성 첨삭을 받는 모습. 사진=이도희 기자



명랑취업도전기 7기는 멤버들의 구직 연재기 외에도 자소서, 인적성, 면접 등 세 전형별 전문가 멘토링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인적성 첨삭이 마침 CJ 시험 약 일주일 전에 잡혔던 것이다.


강사는 취업단기의 이완 아이진로 대표였다. 인적성검사 자체를 아예 몰랐던 송 씨는 이날 첨삭에서 특히 취약한 부분이 수리와 추리였다는 것과 함께 간단한 대비법을 배웠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 두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토익점수 만들 시간에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진짜’ 합격 비결은 따로 있었다. 어학성적도, 별다른 자격증도 없는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은 ‘현장’이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부모님의 뜻을 따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그는 이렇다 할 ‘스펙’을 쌓지 못했다. 올 1월 학교추천으로 은행 인턴 기회를 얻었지만 이마저도 끝난 뒤,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가지 얻은 게 있었다. 고객을 만날 때 행복하다는 것.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한 뒤 올 상반기 본격적으로 공채에 도전했다. 그러나 영어성적이 아예 없었던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유일한 곳이 CJ였다. 무엇보다 평소 공연 등 문화 활동을 즐겨했던 그에게 ‘문화를 선도한다’는 CJ의 경영철학은 늘 남다른 인상을 줬다. 마침 상반기 때 어학성적 기준을 폐지한 CJ가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명랑취업도전기 멤버, CJ 신입사원이 되다



공채까지 남은 기간 고작 몇 주, 그는 곧바로 영어학원이 아닌 헬스장으로 갔다. 새로운 스펙을 쌓는 데 투자하기 보다는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영업관리라는 확고한 직무가 있었기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실제 고객들과 부딪혀보기로 한 것이다.


3월부터 헬스장 카운터에서 일하며 그는 ‘고객을 내 사람으로 만들자’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고객 연령대에 맞춰 음악을 선곡하는 것은 기본, 오가는 손님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손님들도 그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다음에는 고객을 면접관으로 상상해봤다. 주로 방문하는 4~50대 고객을 실제 면접관이라 생각하고 이 연령대의 고객이 좋아하는 젊은이가 되는 법을 계속 연습했다.


CJ제품이 입점한 마트도 다녔다. CJ영업직원은 물론 마트 담당자까지 직원을 찾아다니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1차 면접에 합격한 뒤, 2차면접까지 남은 2주 동안 한 번 더 같은 매장을 돌았다. 변화가 빠른 식품업계에 맞춰 혹시나 배치나 프로모션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직무역량을 쌓으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스펙보다 중요하다고. 그런데 대체 직무역량이 무엇인지 감이 안 왔어요. 그러다 현장을 가보게 됐고 그때 비로소 실감하게 됐죠. 특히 마케팅 지원자에게 현장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토익성적을 올리는 확실한 이유가 없다면 차라리 직무역량을 쌓아보세요.”


6월 27일 현재, 송씨는 제주도 CJ연수원에서 한창 동기들과 연수를 받고 있다. 앞으로 남은 교육을 더 받고 나면 이제 명랑취업도전기 멤버가 아닌 CJ의 신입사원이 된다. ‘CJ의 일원으로서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