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웹툰 작가가 뜬다!


‘웹툰 전성시대’가 열렸다. 만원 지옥철에서 고통 받는 순간에도, 혼자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앉아 인생을 곱씹을 때도 우리는 웹툰을 본다. 보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직접 펜을 들기도 한다. 그림을 기가 막히게 잘 그리지 않아도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 물론,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학점과 담을 쌓을 지라도, 휴학을 밥 먹듯이 할지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달리는 멋진 청춘들. 지금 가장 주목받는 대학생 웹툰 작가들을 소개한다. 제 2의 허영만, 윤태호가 될 이들의 작품을 눈여겨 봐주시길.


대학생 웹툰 작가가 뜬다! (2)레진코믹스 ‘그레이-영웅 죽이기’


레진코믹스 ‘그레이-영웅 죽이기’

울리 (이범형, 건국대 영화애니메이션 2)


나의 어릴 적 꿈은

어릴 때는 꿈이 많았죠. 화가도 꿈꿨고, 호기심이 많아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과학자에 대한 꿈이 조금 더 컸는데, 중학교에 진학하며 지식의 한계를 느끼게 돼 과감히 포기했죠. 그때 만화를 접하게 됐어요. 만화는 몇 컷이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만화가가 쉬운 직업은 아니에요. 스토리, 연출, 묘사 전부 생각해야 되는 어려운 직업이더라고요.


온라인 만화 카페에서 데뷔

고등학교 2학년부터 온라인으로 만화그리기 카페 활동을 했어요. 고3때는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고요. 대학 진학 후 1년 정도 학교를 다닌 뒤 휴학을 하고 체육교과서 삽화 알바를 하면서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에 ‘마도’라는 작품을 연재했어요. 주 1회 연재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연재 6개월 끝에 포기하게 됐습니다.


게임 업데이트 하다가 우연히 본 공모전 공고

그렇게 포기하고 매일 게임만 했어요. ‘이번 해는 망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PC방에서 게임을 업데이트 하던 중 네이버 웹툰 공모전 ‘대학만화 최강자전’ 공고를 보게 됐어요. 지난해 공고를 보고 ‘내년에는 꼭 도전해야지’ 결심했던 게 생각났죠. 마감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지만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했어요. 이전에 생각만 해뒀던 ‘그레이’를 급하게 그려 제출했습니다. 퀼리티가 높지는 않았지만 내용으로 승부하자고 생각했죠. 32강까지 들었는데 7위와 붙어서 광탈했어요. ‘올해는 이정도면 됐다’ 생각하고 다시 게임이나 하려던 찰나,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를 하자는 연락이 왔죠. 덕분에 게임은 못하게 됐어요.


‘그레이’ 그리고 ‘그레이?영웅 죽이기’

‘그레이’는 레진코믹스 2014년 연재작이에요. 제가 평소 영웅물을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한국에도 영웅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만든 작품이죠. 영웅이 되고 싶은 주인공이 악당을 만들어 연기하는 스토리입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툼이나 성장을 보여주고 있죠.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 연재했어요. 그리고 올해 6월 1일부터 시즌 2 ‘그레이-영웅 죽이기’를 연재하고 있어요. 그레이가 재탄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시즌 1의 주제가 ‘영웅은 탄생할 수 있는가’였다면 시즌 2는 ‘영웅들이 공생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하고 있어요.


시즌 2의 부담감

그레이는 컬러감이 거의 없어요. 흑백에 가깝죠. 그래서 후속작으로는 밝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작품을 준비했는데, 사정이 생겨 결국 그레이 시즌 2를 진행하게 됐죠. 사실 시즌 2를 연재하는 게 조금 부담이 됐어요. 시즌 1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 성공한 영화도 속편이 나오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고민이 많았지만, 각각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학생 웹툰 작가가 뜬다! (2)레진코믹스 ‘그레이-영웅 죽이기’


그레이 캐릭터의 탄생은

‘킥 애스’라는 만화가 있어요. 거기 등장하는 힛걸이라는 꼬마 영웅을 좋아해요. ‘슈퍼’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크림슨 볼트도 좋아하는 캐릭터죠. 초능력이 없지만 몽키 스패너를 들고 악을 물리치죠. 이 두 개의 캐릭터를 통해 지금의 그레이가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댓글은 나의 힘

레진코믹스는 작가 배려 차원에서 댓글 시스템이 없어요. 작가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죠.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싶을 때는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요. 그런데 작품명이 ‘그레이’라 찾기가 힘들어요. 검색할 때마다 회색 바지만 나오거든요. 검색을 위해 시즌 2는 제목을 ‘영웅 죽이기’로 정했는데, 사람들은 ‘그레이 2’라고 불러요. 또 검색이 안 될 거예요.


내가 존경하는 작가는

이동할 때 틈틈이 보는 것으로는 개그 웹툰을 좋아하는데, 집에서 진지하게 볼 때는 윤태호 작가님의 ‘미생’이나 허5파6작가님의 ‘아이들은 즐겁다’ 같은 작품이 좋아요. 영화처럼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 것이요. 가장 존경하는 분은 윤태호 작가님이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 흠 잡을 때 없는 연출, 만화를 임하는 자세 전부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싶은 만화

만화를 그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걱정하게 됐어요.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다가 주변을 너무 의식한 채 그리기 시작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독자’를 위해 만드는 이야기가 아닌,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