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각 계열사, 홍보경력자 대거 모집… 검찰수사 미리 알았나?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경력직 홍보담당자 과?차장급을 동시에 모집해 검찰수사를 미리 예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롯데자산개발, 롯데시네마, 롯데면세점, 롯데제과,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은 약 2개월 전부터 홍보팀 모집에 나서고 있다. 헤드헌터 A 씨는 “롯데제과의 경우 과장급 이상 홍보팀 직원을 모집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채용이 보류됐다.”고 밝혔다. 사전 위기대응을 위해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한 간부급 직원을 뽑다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채용 일정 자체를 연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헤드헌터를 통해 홍보팀을 뽑은 롯데 계열사 중 상당수가 이번 검찰수사의 혐의 선상에 올라있다. 특히 롯데자산개발은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구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사가 롯데 계열사들이 오너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 등으로 부당 이득을 얻게 해줬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영화관 사업을 운영하는 롯데시네마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가 총수 일가 가족회사에 영화관 매점 사업을 몰아줘 고수익을 올리게 도왔다는 혐의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검찰수사로 야심차게 추진 중이던 미국 면세점 인수를 포기했다. 세계 3위 규모로 글로벌 1위까지 노리던 롯데면세점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꿈을 접게 됐다. 여기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큰 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조건으로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앞으로 있을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까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홍보팀을 모집한 바 있는 롯데제과와 롯데리아도 헤드헌터들이 해당 직무를 설명하는 JD(Job Description)에 ‘위기대응’ 경험이 필수 항목으로 포함돼 있어 전방위 수사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편,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수사 인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40여명의 역대 최대 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면서 롯데그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그룹 전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