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홍대에 1호 일자리카페 오픈

6월까지 상명대·숭실대 등 곳 더 열 예정

아메리카노가 4500원… 가장 싼 음료가 아이스티 4000원

아직 현장에는 키오스크 뿐… 멘토링 등은 7월 본격 시작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오픈 사흘째를 맞은 6월 1일, 홍대의 서울시 일자리카페 1호점을 찾았다. 사진=이도희 기자



서울시가 올 2월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의 하나로 야심차게 준비한 ‘일자리카페’ 1호점이 5월 30일, 홍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채용정보, 진로상담, 면접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일자리카페는 기존에 운영되던 민간 카페에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을 덧입히는 형태로 마련됐다.


30일 개소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접 참석했다. 이날 박원순 시장 외에도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오민규 KEB하나은행 인사부 팀장,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등 멘토들이 현장에 초대된 150여명의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성대한 개소식 후 나흘째… 현재의 일자리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화려하고 알찼던 개소식만큼 카페는 청년의 일자리를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까.


청년 위한 일자리카페… 가장 싼 음료가 4000원?


6월 1일 오후, 직접 이곳을 찾아봤다.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의 ‘미디어카페 후’다. 카페가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429.75㎡(130평짜리) 카페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일자리카페’라고 해서 주로 일자리 정보를 얻으러 온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다른 카페와 마찬가지로 청년, 중장년층 등 다양했다.


우선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메뉴판에서 평소 즐겨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찾다가 깜짝 놀랐다. ‘아메리카노 4500원’. 비교적 비싸다고 알려진 프랜차이즈 카페의 같은 음료 가격보다도 높았다.


카페라떼는 5000원, 카페모카도 5500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음료는 4000원의 아이스티였다. 커피의 양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과연 취업준비생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됐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일자리카페, 키오스크 외에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기 위해 테이블을 둘러봤다. 대부분 다른 곳과 비슷한 일반 목재 테이블이었는데 그중 일부에는 일자리카페의 한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키오스크(KIOSK?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가 설치돼 있었다. 이 키오스크는 서울시가 업무협약을 맺은 취업포털 5곳과 취업지원기관 3곳의 취업 정보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화면 이곳저곳을 눌러봤다. 초기화면은 취업클리닉, 채용공고, HOT 기업정보, 서울시일자리정보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각 카테고리를 눌렀다. 취업클리닉은 다시 취업전략세우기, 직무정보, 이력서가이드, 합격자소서, 면접가이드, 면접후기, FUN한 취업동영상, 현직자가 들려주는 REAL 직무로 나뉘어 있었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일어나서 카페 전체를 다시 둘러봤다. ‘일자리’와 관련된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선 카운터 옆에 취업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는 게시판이 있었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몇 개 포스트잇을 살펴봤다. ‘현실적인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현실성 있는 취업서비스를 주세요’. 구직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원하고 있었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카페 한 옆에는 테이블에 누워있던 키오스크가 한층 커진 크기로 세워져있었다. 안의 내용은 테이블의 것과 똑같았다. 그 옆에는 서울시 담당자에게 직접 일자리 정보를 묻도록 돼 있는 전화기인 '핫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스터디룸도 있었다. 기존 카페에 있던 3개 룸 중 한 곳은 청년 구직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또 곳곳에는 서울시의 일자리 정책을 홍보하는 팸플릿이 쌓여 있었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하지만 이게 다였다. 보도자료에 적혀있던 자소서 컨설팅, 면접복장 대여 같은 일자리 관련 코너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전문 상담사가 방문해 취업·진로상담과 이력서·자기소개서 클리닉 등을 해주고, 기업 인사담당자 특강, 전문경영인(CEO)과의 대화 등 멘토링 서비스도 정기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서울시 측, 멘토링은 이르면 7월 본격 시작… 면접복장 지원은 ‘오보’


서울시는 현재 민간 카페를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키오스크에 들어가는 정보 역시 각 포털이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번 1호점 오픈에 사용된 비용만 6000여 만 원. 서울시 측은 이 비용이 대부분 키오스크 제작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키오스크는 실제 취업준비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함께 동행한 졸업생에게 직접 키오스크를 사용해보도록 했다. 그런데… 기존 취업포털 각각의 홈페이지에 있던 내용이 그대로 보였다. 채용공고, HOT 기업정보, 서울시일자리정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자리카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이라는 게 이 학생의 소감이었다.


멘토링 등 다른 일자리 프로그램은 어디 있을까. 서울시 측에 따르면 이르면 7월 중 본격 시작된다. 현재 멘토링과 취업상담은 요일별로, 특강은 한 달에 한 번 등 세부 계획을 세우고는 있지만 우선 다음 카페 오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상명대, G밸리 ‘무중력지대’, 숭실대입구역 ‘창업카페’ 등에 일자리카페 2~4호점을 동시 오픈한다.


서울시 1호 일자리카페 오픈 4일째… 멘토링·취업상담은 어디에?



면접복장 역시 ‘잘못 보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는 무료 면접복장 대여 서비스인 ‘열린옷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일자리카페를 통해 이 서비스를 알리는 차원이지 카페에서 복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커피 가격에 대한 지적에는 “꼭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민간 카페가 기존에 운영하던 영업방식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취업준비생들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정보만 얻어가도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올해 일자리카페를 50곳까지 늘린다. 또 매년 대학과 공공시설 등에 비슷한 규모로 이 카페를 새로 설치해 2020년 3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일단 7월까지는 일자리카페 본연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연 애초의 기획의도대로 취업준비생들의 구직을 지원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을까.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