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상반기 채용공고 중 '전공무관'은 몇 번 등장할까?


어문계, 사범계, 예체능계 등의 지원자들이 느끼는 취업 난이도는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높다. 직무마다 '우대전공'이나 '지원 가능 전공'을 표기해둬 관련 전공을 이수 하지 않은 이들이 원서조차 쓸 수 없을 때가 많은 까닭이다. 올해는 어땠을까? 상반기 채용 공고 50개 중 '전공무관' 네 글자를 찾아봤다.





인재 채용 시 전공 제한을 두는 것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는 이유는 어떤 직무의 인력이 필요해서이고, 그렇다면 지원자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지식·기술'은 대학생 때 배웠던 '전공 지식·기술'일 터. 따라서 기업에서는 직무에 더 적합한 인재를 찾으려는 방법으로 전공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으로 제시되는 전공이 이공계, 상경계로 범위가 한정적이다 보니 어문·사범·예체능 등의 계열을 전공한 이들은 지원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채용 공고가 뜨기 시작하면 "00기업에서 전공무관 지원 가능한 직무는 없나요?"라는 질문이 등장하는 이유다.




전공 제한 없는 직무는 '영업'뿐

물론 전공무관 지원 가능한 직무가 있다. 바로 ‘영업’이다. 실제 채용 50개의 채용 공고 중 ‘전공무관’이라는 문구가 적힌 공고는 5개를 제외한 45개였는데, 대부분이 ‘영업’ 한 직무에서만 전공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공무관? 문과생은 웁니다ㅠㅠ


이렇다 보니 각 직무에서 조건으로 내건 전공자가 아니라면 적성이나 성향과 관계없이 영업직군에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기업의 금융계열사에서 영업관리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P(30)씨는 사범대를 졸업했다. 취업을 위해 경제학, 국문학 등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들었지만 전공에 발이 묶여 영업직군에 원서를 넣어야만 했다. '우선 입사하고 보자'는 심정이었다.


P씨는 "본래 지원하고 싶었던 직무는 '경영지원'이었다. 직무 선택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있어 해당 기업 입사 준비를 했는데, 지원할 수 있는 직무가 없어 포기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공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직무다 보니 경쟁률도 굉장히 높다"고 덧붙였다.


직무 관련 경험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전공 제한으로 어필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 때가 있다는 것이 P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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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코리아 상반기 채용 공고


최근에는 직무역량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업직군마저 전공을 따지는 경우도 많다. 세아제강의 경우 국내영업 직무에서 금속·기계·전기 등 산업과 관련한 전공자를 모집했다. BR코리아 또한 영업관리직을 모집하며 '전공무관(상경계열·식품계열 우대)'을 내걸었다.


앞의 P씨의 말처럼 전공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우대전공'을 추가해 제한을 두는 경우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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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상반기 채용공고


서브원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부동산 영업 - 전공무관(부동산 관련 전공 및 상경계열 우대), MRO사업부 - 전공무관(이공계열·상경계열 우대)'등 각 직무에 '전공무관'이 빠짐없이 적혀있지만 '우대전공'도 빠지지 않는다.


동부화재는 '상품업무 - 제한없음(보험계리사 및 수학·통계학 전공자 우대)'을 명시했으며, 도루코의 경우 '해외영업관리 - 전공 무관이나 국제통상학과·무역학과·관련학과 전공자 우대'를 채용 공고를 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서윤지(24)씨는 지난 하반기에 지원 전, 기업에 "전공이 무관하다는 말을 믿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내부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이 들은 경험이 있다.

서 씨는 "차라리 '전공불문'이라는 문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정 전공생을 우대한다고 명시해두니, 지원한다고 해도 해당 전공생보다 뒤에서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며 "차라리 전공과 상관없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명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50개의 채용 공고 중 전 직무에 걸쳐 전공 불문 지원을 받는 곳은 GS리테일 한 곳이었다.











김은진 기자(skysung8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