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취향의 차이, 완성도의 차이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Editor's Letter

취향의 차이, 완성도의 차이


‘나는 세상에서 맥○커피믹스가 가장 맛있고, 스타벅△ 아메리카노는 천하에 둘도 없는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봉지커피와 스타벅△ 아메리카노의 차이는 과연 취향의 차이일까요?


이런 예를 들어 봅시다. 자동차 매니아들이 “5시리즈(BMW)가 좋은가, E클래스(메르세데스-벤츠)가 좋은가”로 논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쏘나타도 좋은 차다”라고 했습니다. 이 때 6000만 원대 5시리즈와 E클래스는 ‘취향의 차이’입니다. 그러나 이 차들과 2000만 원대 쏘나타의 차이는 ‘완성도의 차이’입니다. 즉 ‘쏘나타도 좋은 차’라고 한 친구는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고, 차는 단지 이동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이 대화가 고교 졸업 20주년 동창회에서 오간 대화라고 한다면, ‘쏘나타가 좋다’고 한 친구는 배알이 틀려서(뱃속이 뒤틀려서) 다시는 동창회에 오지 않겠지요. 사모님이 동창회에만 갔다 오면 짜증을 부리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아마 “2.55백(샤넬)이 좋으냐, 모터백(발렌시아가)이 좋으냐”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해지△백(국내 브랜드)도 좋은 가방이다”라고 했다가 왕따가 돼 버렸겠지요. 소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럼 이런 가정은 어떻습니까.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친구는 자전거에 미쳐 CFRP(카본 파이버 리인포스드 플래스틱) 보디에 티타늄 휠, 스위스산 양가죽 안장이 달린 1000만 원짜리 자전거가 로망일 수 있습니다. 핸드백에 관심이 없는 사모님은 50만 원짜리 독일제 휘슬러 양수냄비가 최고의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10만 원대 자전거도 잘 달리고, 1만 원짜리 냄비도 쓰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즉, 어떤 분야든 깊이 파고들면 완성도의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그걸 단지 취향의 차이로 인식하는 것은 그 카테고리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요.


속물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제가 하려는 얘기는 공무원이 될 것이 아니고 기업에 취업할 작정이라면 ‘완성도의 차이’를 탐구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어필하십시오. 대학생활 동안 그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이유가 그런 게 아닌가요? 저는 5시리즈도 살 형편이 안 됩니다만, 5억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장인정신에 매력을 느낍니다. 1억 원짜리 스피커는 못 사지만, 음질의 극한은 어디인가 궁금합니다.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으로 바느질한 명품지갑의 정밀한 마감 솜씨에 놀랍니다.


스티브 잡스가 존경받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잡스가 평균적인 완성도에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켰다면 지금의 애플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완성도를 추구했기 때문에 존경을 넘어 추앙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업들은 그런 인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