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 도서관 사서, 해녀에 도전 "결코 쉽지 않는 일"



제주도에서는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해녀 학교’를 운영 중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이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다를 품은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과 푸른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데 대한 경외심을 느껴 해녀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과감히 고향을 떠나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이 턱까지 닿는 해녀 과정을 어렵사리 마친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 8기 졸업생 노우정(44세)씨에게 해녀 학교에 대해 들어봤다.

제주도는 언제부터 내려 왔나.

서울인 고향을 떠나 제주도에 온지 3년이 됐다. 현재는 ‘인문책방 트멍’을 운영하고 있다.



[이색직업] 도서관 사서, 해녀에 도전 "결코 쉽지 않는 일"


서울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서울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이후 제주도에 내려와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해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학교를 입학하게 됐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해녀가 되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한다. 5~10미터 깊숙한 바다 속에서 숨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잠수병으로 인한 이명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물 공포도 이겨내야 한다. 직접 만나 겪으면서 해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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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선은 해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해녀가 되기 위해 넘어야할 벽이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8미터 장벽보다 높았다. 해녀란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다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자질과 적성 등 모든 준비가 필요하다. 제주도민의 경우 해녀가 되면 딸이나 며느리에게 자격을 승계할 수 있다. 외지 사람들도 해녀 교육을 통해 해녀가 될 수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학교에 다니면서 선배 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우고, 함께 바다에서 체험을 하면서 그들만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해녀들은 자신의 꿈과 가족, 인생과 관련된 저마다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는 멋진 여성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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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교육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의 경우는 17주간 교육이 진행된다. 초반교육과정에는 이론수업과 인공호흡법, 기초 안전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이후 해녀선생님들이 난이도에 따라 배정돼 바다에서 본격적인 물질 교육을 받는다. 구젱기(소라)를 찾아 채취하는 법을 배우고, 성게도 잡는다. 물론 잡는 법을 익히기 위해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날 잡는 것은 다 놓아준다. 또 중간 중간에 이론과 실기 테스트가 이뤄진 후 졸업을 한다. 이번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 9기는 5월 14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8월말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이색직업] 도서관 사서, 해녀에 도전 "결코 쉽지 않는 일"


해녀만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단순히 해녀가 매력 있다라기 보다는 그들이 본인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했던 숭고한 희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녀는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해녀가 직업으로 인식된 것은 사실 근래의 일이다. 요즘 해녀가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되고 싶어 한다. 개인 사업자처럼 여겨지면서 바다에서 놀면서 채취하는 것으로 보이는 게 아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무척 그릇된 견해다. 많이 붕괴되기는 했지만 해녀는 마을마다 공동체를 공고하게 형성하고 있다.

가끔은 서로 견제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집안 사정은 물론 마을의 모든 문제를 공유하기 때문에 외지인이 그 안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지만 견뎌내기도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해녀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함께 일하는 마을의 공동 사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해녀는 결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