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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군별 채용인원을 밝히지 않은 기업이 많아

- 채용설명보다는 기업홍보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해

3월의 캠퍼스는 우수한 신입 인재를 채용하려 모인 대기업 인사팀들로 가득했다. 채용설명회가 열리는 자리마다 인사담당자로부터 공채정보를 들으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그러나 채용설명을 들은 학생들의 얼굴은 여전히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유익하기보다 조금은 불편했던 5대 그룹 채용설명회의 모습을 살펴보자.



대기업 5대 그룹(삼성, LG, 현대, CJ, SK)의 불편한 채용설명회


지난 16일 연세대학교 공학원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케미칼 채용설명회에서 많은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다.


[유형 1] “직군별 채용인원? 우리도 몰라요~”

삼성화재와, LG화학, 현대오일뱅크, CJ E&M, SK네트웍스 등 5대그룹의 채용설명회에서 인사담당자들은 대부분 직군별 채용인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SK의 경우 지난 9일 한양대 취업상담회에서 SK네트웍스와 케미칼 인사관계자 모두 ‘내부사정’을 이유로 직군별 구체적인 채용 숫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화재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14일에 열린 SK텔레콤 서울대 채용설명회에서도 직군별 채용인원을 묻는 말에 “세자릿수다 혹 두자릿수다”라고만 짧게 전했다. LG화학도 직군별 채용인원에 대한 자릿수만을 밝혔다.

이에 당시 채용설명회에 참가한 4학년 남학생은 “구체적인 숫자를 꼭 밝힐 의무는 없겠지만 그래도 알려주는 쪽이 더 신뢰가 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가령 대학입시만 해도 학과별 전체 신입 정원을 정확히 공개하고 선출하지 않느냐, 기업도 그랬으면 좋겠다. 솔직히 세자릿수라 하면 100명을 뽑을 수도, 999명을 뽑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점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취준생 입장에서도 더욱 신뢰가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인사담당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우수한 지원자가 많이 오면 기존의 책정되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고, 미흡한 지원자가 들어오면 더 적은 인원을 채용한다. 유동적인 채용인원으로 인해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대기업 5대 그룹(삼성, LG, 현대, CJ, SK)의 불편한 채용설명회


지난 15일 연세대학교 공학원 지하강당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인사담당자의 말에 학생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유형 2] 채용설명회가 아닌 ‘기업홍보회’인가요?

앞서 언급한 5대 그룹 채용설명회는 대부분 2시간 이내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구직자를 위한 채용정보제공이나 설명이 아닌, 기업홍보를 위해 쓰였다. 설명회 시간의 반 이상은 신입사원의 연봉과 복리후생 그리고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규모를 설명하는 데 쓰였다.

지난 15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CJ프레시웨이와 CJE&M 채용설명회에서도 2시간 중 절반 이상이 CJ기업 홍보하는데 할애됐다. 그리고 나머지 한 시간을 나눠 CJ프레시웨이와 CJE&M의 채용설명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참석한 학생들의 과반수 이상이 CJE&M을 지원하기 위해 모였으나, CJE&M의 채용설명은 30분이 채 안되었고, 설명회가 끝난 후 학생들은 강당 밖에서 인사담당자와의 질의응답을 이어나가야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채용전형에 대한 인사담당자의 조언과 구체적인 선발 규모를 알고 싶었으나, 회사의 사업소개나 복지 등 홍보성 있는 내용이 설명회의 주를 이뤄서 아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구직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설명회도 있었다. 7일 연세대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 LG화학의 경우 인문계열 취준생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이트를 알려주고, 인사담당자 개인의 연락처를 밝혀 언제든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등 진정으로 취준생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에 열린 현대오일뱅크에서도 자사 기업에 대한 설명은 10분 이내로 대폭 줄이고, 학생들의 질의응답을 늘리는 등 구직자에게 도움이 되는 설명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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