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또 다른 직업은 폴댄서 강사

사진 = 오현진 제공


문화·예술 분야의 자유로운 ‘크로스오버’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아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하고 있다. 체조와 춤이 결합된 ‘폴댄스(Pole Dance)’는 시대를 앞선 융합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폴댄스를 예술보다는 ‘스트리퍼 댄스’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래서 나선 이 사람, 잘 나가던 치과의사에서 전문 폴댄스 강사로 변신한 오현진 폴핏코리아 원장(41)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폴댄스란 무엇이죠?

오현진 원장(이하 오): 폴댄스(Pole dance)는 체조와 춤의 결합된 것이죠.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수천 년 전부터 인도와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중국 장대기예단들이 했던 동작들이 폴댄스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미국 서커스단에서도 장대 기예들이 공연됐고, 스트립 클럽에서 여성들이 이런 동작들을 응용한 춤들을 추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폴댄스가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죠.


Q. 어렸을 때부터 이쪽 일을 꿈꾸셨나요?

오: 꼭 그렇지는 않았어요. 다만, 제가 춤추는 걸 좋아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예고 진학을 목표로 6년 간 무용을 배웠죠. 공부도 꽤 잘 했어요. 그런데 무용에 몰입하다 보니 학교 성적이 떨어져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걱정이 컸죠. 무용을 그만두라고 강요받은 적은 없어요. 제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독하게 공부한 끝에 부산대 치과대학 치의학과(95학번)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2004년부터 10년간 치과의사로 열심히 살았죠.


Q. 치과의사에서 폴댄서. 특이한대요?

오: 그렇죠?(웃음)병원 일이 싫진 않았어요. 환자들을 진료하는 일도 제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죠. 다만, 한 곳에 얽매여 있는 게 답답했어요. 둘째를 출산하고 2009년 우연히 TV에서 폴댄스 영상을 접했죠. ‘이건 딱 내 춤’이라는 느낌이 꽂혔죠. 제가 발레, 한국무용 등 안 춰본 춤이 없지만 ‘딱 이거다’라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런데 폴댄스는 운동적인 요소가 강한 파워풀한 동작은 물론,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거예요. 반해버렸죠.


Q. 어떻게 폴댄스 전문강사가 되었나요?

오: 제가 폴댄스를 시작했던 2009년에만 해도 전문 강사 양성소도 많지 않았고, 국내에 폴을 판매하는 업체가 1군데 밖에 없었죠. 어렵사리 수원의 폴댄스 강습소를 찾아 배우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어요. 제가 금속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초기엔 몰랐는데 1년 정도 하고 나니 금속 알레르기가 심해졌죠. 그래도 폴댄스가 좋아서 옷도 겹겹이 입고 해봤지만 녹록치 않았어요. 외국에는 다른 재질의 폴이 있나 찾아봤는데, 영어자료 해석도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폴댄스에 대해 좀 더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죠. 다행히 스테인리스 재질의 폴을 생산하는 엑스폴이란 회사 제품이 2010년 말 수입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1년 5개월 만에 금속 알레르기에서 자유로워졌고 2013년부터 제 학원을 운영했죠. 지금은 다양한 재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폴들이 구비됐고, 과거에 비해 많이 대중화됐죠. 지금은 전국에 약 80여 개의 폴댄스 강습소가 있다고 해요.


Q.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과 보람될 때는?

오: 많이 알려지긴 했어도 아직 대중화됐다고 하기엔 부족하죠. 그렇다 보니 학원을 경영하는 문제는 늘 고민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보람된 적은 많죠. 수강생들이 폴댄스를 배우면서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또한, 폴댄스가 처음에는 근력도 기르고, 단계별로 동작을 숙지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걸 하나씩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커요.



치과의사의  또 다른 직업은 폴댄서 강사

사진 = 오현진 제공


Q. 폴댄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있나?

오: 예전에는 ‘야하다’라는 인식이 강했죠. 대중매체를 통해 폴댄스의 단적인 면만 비춰지다보니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어떤 큰 운동행사나 무용대회에 폴댄스 공연을 하고 싶다고 문의할 때마다 거부당한 일이 잦았죠. 그나마 최근 5년 새 폴댄스가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왜곡된 시선들이 나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되레 제게 먼저 행사 때 폴댄스 공연을 해달라고 문의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Q. 폴댄스 전문 강사가 되려면?

오: 국내에 약 5~7개 있는 각 폴댄스 협회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그 전 1년 정도는 집중적으로 폴댄스를 배워야하죠. 사람마다 실력이 다르지만 폴댄스를 즐길 수 있다면 누구나 전문 강사로 발돋음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체력도 중요하고, 사람을 대하는 기술도 필요해요. 또한, 폴댄스 강사 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오: 폴댄스가 더 많이 대중화되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그 시작을 저는 ‘용어정립’으로 봤죠. 역사가 오래된 춤들은 전 세계 어딜 가도 동작의 이름이 다 똑같아요. 하지만 폴댄스는 아직도 중구난방이죠. 저는 그래서 외국의 사례를 찾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작의 용어부터 정립해 나가고 있어요.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체계적인 후배양성은 물론, 더 많은 분들이 폴댄스를 더 가깝게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