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이 사람

지난해 522억원 매출

옷 팔기위해 패션 강의 듣고

엄마들 '어머니 수영단' 가입



쇼호스트 끝판왕 '롯데홈쇼핑 이수정'

“‘우리 엄마는 뻔해, 내 마누라가 늘 그렇지’…. 우리 이런 얘기 듣지 말아요. ‘우리 엄마도 청바지를 세련되게 입을 줄 아네, 내 아내가 이토록 우아한 블라우스를 입다니’하는 반전미를 보여줘야죠.”


이수정 롯데홈쇼핑 쇼호스트(사진)는 매주 금요일 오전 홈쇼핑 방송 ‘TV 속의 롯데백화점’을 진행할 때 “뻔한 여자가 되지 말자”는 말을 자주 한다. 수많은 여성 소비자가 그의 말에 웃고 울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해 그가 ‘TV 속의 롯데백화점’에서 올린 매출은 522억원으로 시간당 평균 3억원어치를 팔았다.


22일 만난 이씨는 “고객의 마음으로 제품의 필요성을 따져보는 게 내 방송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는 활동 초기인 20대 후반부터 50~60대 중년 여성 의류인 일명 ‘마담복’ 판매를 맡았다. 젊은 여성으로 미혼에 자녀도 없는데 중년 여성의 심리를 알 길이 없었다. 동네 스포츠센터의 ‘어머니 수영단’ 가입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씨는 “회원들과 수영은 물론 사우나와 점심도 함께하고 어머니들의 대화를 놓치기 싫어서 어지러움도 참고 40분씩 사우나에서 버텼다”고 웃음을 지었다.


중년 여성들이 몸매와 피부, 에너지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서 가족·친구관계에서 위축돼 있다는 점을 느낀 건 이때였다. ‘애들이나 남편에게 뻔한 여자가 되지 말자고요’처럼 중년 여성의 마음을 파고드는 멘트는 공감에서 나왔다. 이씨는 “이 돈을 나한테 써도 되나, 아이 학원비에 보태거나 식구들 외식이라도 한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꿈과 로망을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방송할 의류가 정해지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한다. 그는 “이 옷이 누구에게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를 자문하면서 답을 찾아간다”며 “팔 옷을 직접 입고 다니면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어디에 갈 때 입으면 좋은지, 어떻게 코디해야 가장 예쁜지를 직접 알아본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밍크코트 판매 방송을 할 때 화려함, 특별함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호텔 파티 갈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있느냐”며 “일상생활에서 티셔츠 입고 무심하게 코디한 듯 밍크코트 걸치고, 아이 학교에 선생님 면담 갈 때 입으라”고 했다.


그는 패션에 대해 지독한 공부벌레다. 이씨는 “코오롱이 운영하는 패션 교육기관인 패션산업연구원에서 소재와 원단 등에 대해 배우고, 디자인학원도 다녔다”며 “의류 유통의 각 단계를 알고자 상품기획자(MD) 양성 교육을 듣고, 서울대 의류학과 패션산업최고경영자과정(AFB)에 입학해 공부하기도 했다”고 했다. 방송이 없는 날은 시간을 쪼개 공부 목적으로 백화점이나 패션쇼를 돌아다닌다. 그는 “옷을 파는 사람이 옷에 대해 잘 몰라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횟수로 450여회, 640시간의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하루 4~5시간의 수면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방송과 기획회의 등에 쏟아붓다 보니 도시가스 요금을 몇 번이나 연체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씨의 목표는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역할을 하는 쇼호스트를 넘어 고객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줄 패션 팁을 제안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그는 “제품 기능은 물론 제품이 가진 스토리, 제품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삶의 행복까지 전달하는 ‘라이프스타일 코칭 쇼호스트’로 고객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마지혜 한국경제신문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