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애널리스트, 누구냐 넌?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사진 = 이승재 기자


‘7, 9.’ 애널리스트는 숫자로 말하는 직업이다. 시시각각 시장의 변화를 찾아내고, 분석, 전망하는 이들의 주된 언어는 숫자다. 정확한 수치의 파악과 전달이 고객과의 신뢰의 기본적인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중공업 부문의 ‘절대강자’인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를 설명할 때 필요한 숫자는 7, 9일듯 싶다. 합은 ‘16년’ 그가 지금의 독보적인 입지를 얻기까지 노력한 세월의 흔적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궁금했던 애널리스트의 세계를 따라가 봤다.


Q. 애널리스트란 무엇인가요.

사전적으로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경제상황 및 산업·기업별 정보를 수집·분석·전망하는 사람들이죠. 크게 기업분석부, 투자전략부, 투자분석부로 나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기업분석부는 개별 업종 및 기업을 분석·전망하고, 투자전략부는 코스피지수나 거시적 변수 등을 토대로 큰 줄기의 흐름을 분석·전망하는 일이 주 업무죠.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투자분석부에서 각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보통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기업분석부와 투자전략부를 지칭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기업분석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하나요?

주된 업무는 기업 탐방, 뉴스 체크, 보고서 작성, 세미나 등 4가지 정도예요. 우선 분석을 하려면 해당 업종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필요하죠. 때문에 관련 기업 탐방을 통해 기업별 산업전략, 트렌드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탐방이 대외적 정보수집이라면 내부에선 실시간으로 뉴스를 체크해야 해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내수시장보다는 수출기반형 산업이 절대적인만큼 국내외 시장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뉴스를 확인하고,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련 산업의 현황 파악 및 분석, 향후 전망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은 주 고객들인 기관투자자들에게 이런 내용들을 설명하는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를 위해 고객들과의 실시간 전화소통은 애널리스트들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죠.


Q. 이 모든 걸 혼자 하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개 시니어 애널리스트와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협업을 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애널리스트 신입 공채에서 뽑히는 인원들이 주니어(보조) 애널리스트들이죠. RA(Research Assistant)라고도 부릅니다. 보통 1~2년 정도 RA 코스를 밟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시니어를 도와 실시간으로 뉴스 파악, 정보 수집 등 대부분 일을 함께 합니다. 보고서 작성 외에는 주니어들 업무도 크게 시니어와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습니다. 시니어와 주니어 애널리스트 사이의 협동이 좋을수록 일의 능률도 높죠.


Q.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사실 전 처음부터 애널리스트를 꿈꾸진 않았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과를 전공하고, 설계 분야를 파고들었죠. 이후 2000년 대우조선해양에 신입으로 입사해 거제도에서 플랜트·특수선 설계팀에서 3년간 일 했어요. 2003년부터는 서울 본사에서 4년 동안 해양플랜트 영업을 했습니다. 설계팀에선 제품에 대한 지식을, 영업팀에선 시장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죠. 7년간 경험을 쌓다보니 자연히 해당 산업에 대해서는 방대하게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조선업 특성 상, 특정 해외바이어들로부터 수주 받은 영업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았죠.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선을 금융 쪽으로 돌리게 됐습니다. 단, 제가 조선 산업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회계·재무 등에 대해서는 당시엔 전혀 몰랐죠. 애널리스트로 전향하기 전 금융관련 공부를 하자는 마음으로 2007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분석팀에서 1년 반 동안 조선·기계·해운 등의 업종을 분석했습니다. 틈틈이 회계·재무 공부도 했죠. 2008년 6월 LIG투자증권 창립멤버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후, 2010년에 한화대투증권,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신한금융투자 조선·중공업 부분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Cover Story]애널리스트, 누구냐 넌?

사진 = 이승재 기자


Q. 관련 산업 실무 경험이 애널리스트 직무에 유리한가요?

그렇습니다. 실제로 최근 애널리스트 채용시장에서 산업 전문가를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신입인 주니어들의 경우, 경영·경제학 전공자들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시니어들은 다릅니다. 특히, IT, 제약, 자동차 등 갈수록 전문화되는 산업의 경우, 실무를 경험했던 분들이 애널리스트에 유리한 측면이 있죠.


가령, 제약회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신약이 출시됐는데 이 약의 가치·성분·시장성을 분석하려면 기본적으로 제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죠.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재무나 회계는 누구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업에서의 실무지식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를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처음부터 RA가 되기보다, 관심 있는 산업 분야에 실무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능력과 전문성을 키워놓는 것이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Q. 애널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들 때는 언젠가요?

간단하죠. 제가 노력한 결과물로 인해 제 고객들이 이득을 보고, 또 그런 것들이 시장에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반대로, 저도 사람이다 보니 매번 제 분석이 맞아 떨어질 순 없죠(웃음). 가끔 제 예측과 시장흐름이 달라서 고객들에게 그걸 설명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아요. 제가 맡고 있는 산업 경기가 주춤하면 저 역시 힘이 빠지는 느낌도 들죠.


Q. 마지막으로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무엇보다 애널리스트는 숫자로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가령, 고객들이 어떤 질문을 했을 때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면 그 사람의 신뢰도는 곧장 하락합니다. 정확한 숫자를 근거를 수집하고 예측해야하는 만큼 매사 숫자로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또한,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만큼이나 전체 시장을 읽기 위해선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관심을 둬야 하죠. 경제신문은 필독하시는 것이 좋고, 웹툰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애널리스트도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대인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프레젠테이션이나 토론 연습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