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안슬기 “영화감독 되기? 테크닉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안슬기

1970년생


작품

해에게서 소년에게(2015, 감독·각색)

지구에서 사는 법(2008, 각본·감독)

나의 노래는(2007, 각본·감독)

다섯은 너무 많아(2005, 각본·감독)


저서

‘영화·방송제작’ 서울시교육청 인정교과서(2013, 공저, 대표집필)

학교에서 영화 찍자(2013)

중학수학 실수 줄이기 신공 80(2013, 공저)

차라리 수학 공부하지 마라(2012)

‘악마’ 시나리오 픽션 (2010)


이창동?신수원, 그리고 안슬기 감독의 공통점은 섬세한 연출력뿐 아니라 교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서울 방송고 교사로 재직 중인 안슬기 감독이 지난해 11월, 6년 만에 신작을 냈다. 교사, 그리고 영화감독의 길을 걸어온 그가 대학생기자들과 마주했다.


안슬기 감독의 최근작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기획한 지 햇수로 10년이 됐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느낀 고민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다. 안 감독은 분필이 아닌 메가폰을 잡게 된 사연을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기대야 할 어린 나이에 잔혹한 세상에 버려져 홀로 자아를 찾아가야 하는 학생의 모습에서 현직교사로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생선배인 어른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교직생활 중 유독 가정환경이 어려운 제자가 많았다. 처음에는 철없이 행동하는 아이들을 탓하기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잘못이 나를 포함한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교사라는 직업 외에 계속 영화를 제작하는 이유 역시 학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에게 아직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우선 아이들을 이해하기로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다섯은 너무 많아>(2005), <나의 노래는>(2007), <지구에서 사는 법>(2008), <해에게서 소년에게>(2015) 등 그의 장편영화 4편 중 3편은 주인공이 모두 10대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소년, 질풍노도의 시기, 입시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는 10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10대의 삶을 묘사했다. 그가 교사이기에 그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영화감독 안슬기 “영화감독 되기? 테크닉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이따금 본다. 그런데 그 드라마를 보는 것이 참 힘들더라. 나약하고 비겁하고 영악한 나의 일상을 들키는 것 같기 때문이다.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드라마 속 주인공을 응원하려 애쓴다. 내가 만든 영화도 관객에게 조금이나마 그랬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처럼 한 소년에 대해 안쓰러움과 미안함을 느꼈으면 한다.”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독립영화 제작은 힘든 만큼 보람 커

독립영화는 특성상 제작과정이 순탄치 않다. 힘든 것 중 하나가 영화를 개봉하는 일이다. 그의 최근작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배급사를 선정해 개봉하는 다른 작품과 달리 전주프로젝트마켓의 ‘라이징 시네마 쇼케이스’를 거쳐 개봉했다.

라이징 시네마 쇼케이스는 전주국제영화제가 10주년을 맞아 배급사가 정해지지 않은 작품을 선별해 투자사 관계자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안 감독의 이번 작품은 올해의 배급지원상 수상작으로 선정돼 영화관에서 개봉됐다. 안 감독은 “전 과정을 홀로 해왔던 이전 작품과 달리 이번 영화는 제작지원을 받아 든든한 스태프들이 생긴 만큼 더 애정을 갖고 찍었다”고 말했다.

배역에 맞는 연기자를 찾는 과정 역시 독립영화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안 감독은 몇 번의 공개 오디션 끝에 결국 대안학교·특성화고를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를 찾았다. “주변 지인들에게 맞는 배역을 수소문했다. 결국, 배역은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고, 학생을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영화 제작 후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지난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에서 넷팩상을 수상했다.


영화감독 안슬기 “영화감독 되기? 테크닉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왼쪽부터) 인터뷰에 함께한 오수현(성신여대), 성단샘(숙명여대), 서영식(상명대) 대학생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영화 제작은 전공보다 가치관이 중요

그는 언제부터 영화감독을 꿈꿨을까?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영화감독을 본업으로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나 역시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했고, 전공도 수학 교육을 택했다. 그렇다고 영화 제작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안 감독은 전공을 바탕으로 수학교사가 됐지만 영화 제작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가 된 후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그는 영화학교, 영화전문대학원에 잇따라 진학하며 도전을 계속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20대들에게 안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꼭 영화 관련 전공을 택할 필요는 없다. 영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학문적인 공부보다 가치관을 쌓을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생겨야 한다. 그 관점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제작하는 것이 영화”라고 강조했다.

안 감독은 “영화감독이 된다면 자신에게 내가 왜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가를 되묻는 과정이 필수다. 끈기 있게 도전할 수 있다면 시도해도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