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스타트업 현황 짚어보기, 2016년 스타트업은 어디에?

스타트업 현황 짚어보기

2016년, 스타트업은 어디에?


식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걱정 반 기대 반’이라는 표현만큼 ‘시작’과 궁합이 잘 맞는 말은 없다. ‘시작’을 뜻하는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니만큼 잘되면 대박이지만, 안되면 쪽박이 될 수 있다.

반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나는 사무실, 자유로운 출·퇴근시간, 빠른 성장 가능성 등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스타트업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캠퍼스 잡앤조이>가 먼저 고민해 봤다.





스타트업의 분위기가 ‘역대급’으로 활기차다.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던 1980년대, 벤처 붐이던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닷컴버블까지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고 ‘모바일 벤처 붐’으로 벤처기업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전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활동범위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있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 또한, 정부의 ‘창조경제’ 띄우기에 따른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모바일 벤처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모바일 벤처 붐이 시작된 2010년, 이미 티켓몬스터에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가, 쿠팡에 매버릭 캐피탈이 투자하면서 화제를 일으켰지만, 본격화한 것은 성장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가 여러 번 이뤄졌을 때부터다.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2014년 배달의민족에 400억 원을, 2015년 말 직방에 35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2015년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조 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처럼 스타트업 시장 성장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한국시장의 우수한 모바일 생태계를 꼽을 수 있다. 그 속에서 소비자의 행동과 요구를 정보기술로 연결한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기업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로켓’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엔젤투자자, 벤처투자자가 증가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런 직장 또 없다… 스타트업으로 눈 돌리는 청년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청년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모바일 벤처 붐이 일면서부터다. 5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도 스타트업 해볼까’라는 고민이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시장 활성화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점을 ‘인재 채용’으로 여길 만큼 스타트업 기업으로 많은 인재가 몰려드는 추세다.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방학 때가 되면 외국 명문대 유학생들의 지원서가 물밀듯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는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Startup Alliance)에서 진행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5’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학교 졸업예정자 200명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취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7.6%가 ‘스타트업 취직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고려하는 수준(15.5%)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는 긍정적으로 변한 사람(26.1%)이 부정적으로 변한 사람(7.5%)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커버스토리] 스타트업 현황 짚어보기, 2016년 스타트업은 어디에?




스타트업 취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31.8%가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이라고 답했으며, 27%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20.6%가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다. 부정적 이유로는 ‘낮은 고용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꼽은 응답자가 53.1%였다.


조사를 진행한 오픈서베이 김기재 경영관리본부장은 “대기업과는 다른 문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가능성, 자기 일이 회사와 직결되는 영향력, 기업의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이 취준생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당백’ 소수정예인 만큼 신중하게 채용


스타트업이 취준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취업 희망처로 떠올랐지만, 취업 문턱을 넘는 일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벤처기업의 총 고용인력이 2014년 대비 4.2% 증가해 72만 명에 달하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인재가 많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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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직군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항상 개발자나 UX, UI 디자인 인재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직군에 관심을 보이는 지원자가 많지만, 채용을 진행하면서 스타트업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구성원으로 찾는 일반적 인재상은 계속 변화를 추구하며 성장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도전해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취준생들은 스타트업 취업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기업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초기 기업의 경우 지인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으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커진 기업이 속속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잡플래닛, 로켓펀치 같은 채용정보 사이트에 채용공고가 올라오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채용정보 접근성은 나아지는 추세다.


김 본부장은 “스타트업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은 네트워킹을 지속하고, 자신에게 맞는 업무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인턴십이나 단기로 일하는 경험을 통해 지식과 실력을 개발하는 것이 스펙보다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구조 유지가 관건

국내경제의 활력소가 된 스타트업. 이제 남은 미션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구조가 자리 잡아 무리 없이 ‘붐’을 넘어서는 것이다. 선순환구조란, ‘회사 설립-서비스·제품 개발-투자유치-가치 창출-성장-투자수익 실현’의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 기업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인프라 기업들의 가치를 창출한다.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 입점비, 페이스북 광고비 같은 것들이다.


플랫폼·인프라 기업은 이 수익으로 필요한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이어 창업자의 수익이 실현되면 엔젤투자로 환원한다. 이처럼 또 다른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면 더할 나위 없는 건강한 생테계가 조성된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구조를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거치는 회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제한적이다. 우수 인재의 부재, 스타트업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인 ‘엑시트(Exit)’의 어려움, 엔젤투자자 부족 등이 그 원인.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선순환구조가 활발한 미국시장에 비하면 한국시장의 구조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많이 운영되고, 성공·실패사례가 늘면서 학습할 기회가 늘었기 때문에 계속 발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은진 기자(skysung8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