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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사람이 있었다. 오열하는 손명순 여사를 부축하던 경호원이었다. 경호원이라는 직업은 항상 VIP(Very Important People: 요인)들과 함께 한다.

과거 경호원이라는 이미지는 ‘대통령 경호원’ 이미지가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국가 의전 순위 1위로서 당연히 경호가 필요하며 가장 잘 경호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까지 합당한 경호를 받는다. 이 외에도 국가 4부 요인인 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국무총리 등도 경찰로부터 경호를 받게 돼 있다.


국가의 중요인물을 수행하는 경호는 매우 은밀하고 조직적인 활동이었고 경호 방법이나 규모도 모두 비밀이었다. 또한 경호원도 마치 007 수준의 ‘요원’으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경호원이라는 직업 세계가 매우 다양하게 펼쳐지는 모양새다.

휘트니휴스턴과 케빈코스트너가 열연한 명작 영화 ‘보디가드’에는 가수와 경호원이 사랑이 빠지는 얘기가 나온다. 이처럼 최근 경호원이라는 직업은 기업인이나 연예인 보호, 보안요원, 고객 경호 등 여러 분야로 분화돼 있다. 특히 세계를 무대로 테러가 벌어지고 있고 범죄 형태도 다양해 지고 있는 요즘에는 경호원이라는 직업이 더욱 촉망받는 직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호원의 정의와 임무

한국직업사전에서는 경호원에 대해 “정부기관 및 민간기관에서 국가재산의 보호 및 국민의 신체, 생명, 재산(물적, 시설, 정보 등)을 보호하고 국민의 생활안전과 법질서 유지 및 사회공공안녕을 위한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고 무작정 대기하는 등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몸’ 보다는 ‘머리’와 ‘전략’이 더 필요한 직업이 경호원이기 때문에 경호원들이 해야할 일은 매우 많다. 우선 경호원들은 경호행정계획, 지휘작전계획, 정보수집계획, 보안수립계획, 인원장비운용계획, 수행경호계획, 경호경비수립계획, 인질·납치협상계획, 경호운전계획, 경호컨설팅, 경호조사 등 경호기획을 수립한다. 인적·물적 위해요소, 위해유형 및 유해수준 등을 확인한다.

또한 위해시설을 확인하고 유해물질, 유해인물, 유해환경지형, 범죄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등 경호조사를 한다. 경호관계법 등을 적용하여 유관기관에 협조를 구하거나 고객과의 상담, 계약체결, 경호원선발, 직무교육실시, 현장 배치 등 경호행정에 관한 업무를 처리한다.

이 같은 준비가 다 되면 수행경호, 의전비서 등 경호업무를 수행하면서 국가 및 민간의 주요시설, 기계, 물품 등을 경호하고 경비한다.

경호원의 실제 정년은 50~55세이며,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나이는 30대 초반~40대 중반까지다. 40~50대 경호원은 체력적 능력보다 직무수행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현장을 관리, 지휘하는 업무를 맡는다.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경호원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목표를 일찍 잡는 것이다.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술 실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단증’이 있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청와대 등 국가 공인 기관에서 경호 업무에 종사하려면 현장과 가장 흡사하게 실습까지 겸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용인대 경호학과 등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근무하는 경호공무원은 500명 정도이며, 매년 공개 경쟁으로 10여명 정도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고 중간에 진로를 수정한 경우 또는 사설 경호원을 원한다면 경호전문학원이나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면 된다.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보안업체 직원으로 일하다가 지난해부터 카지노에서 사설 경호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고객을 공항이나 숙소까지 의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대통령 경호처 등이 아닌 사설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꼭 경호학과를 나오거나 전문학원을 나오지는 않아도 된다.”며 “하지만 태권도, 유도 등 이른바 무도 ‘단증’은 최소 3단 이상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호원은 경호만 하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전해라

경호업계 종사자들은 경호원이 되려면 우선 경호원에 대한 편견부터 깨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신변 경호뿐 아니라 비서, 운전기사 등 겸직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연예인 행사나 스포츠 행사의 경우 의뢰인을 보호도 하고 행사 진행에도 방해를 주지 않아야 되기 때문에 ‘무력’보다는 ‘지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직 경호원들은 우선 인성과 희생정신을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스스로의 일정이 아니라 의뢰인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직업인만큼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데, 기본적인 인성과 희생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경호원은 의뢰인을 지키고 본인도 지켜야하는데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본인을 포기해야하는 숙명을 가졌다”며 “무력 사용은 가장 최후에 선택하는 어쩔 수 없는 수단이기 때문에 가급적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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