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인문학 이렇게 대비하라 ②

“인문학 소양은 토론면접으로 평가해야”


교육부가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에 향후 3년간 총 600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문학은 앞으로 대학과 취업까지의 모든 과정을 점점 견고하게 이을 것으로 보인다.


약 1년간 <캠퍼스 잡앤조이>에 한 페이지짜리 인문학 칼럼을 연재해 온 칼럼리스트가 있다.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리더겸 팀장이다.


롯데그룹에서 20여년간 인사, 채용, 교육 등 HR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당한 그는 현재 롯데그룹의 연구소 신축 공사현장 감독 차 강서구 마곡동에 파견 나와 있다.



2016 인문학 이렇게 대비하라 ② “현대차, 세종대왕 문제 잘 만들었더라”



이 팀장은 그간 잡앤조이의 <인문학 칼럼> 지면을 통해 현대자동차, GS리테일, CJ 등 인문학소양을 평가하는 주요 기업이 공채 때 출제했던 인문학 문제에 추천 답안을 제시했다.


그가 유성룡의 <징비록>을 언급한 얼마 뒤 동명의 KBS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하고 올 하반기 신한은행이 자소서에서 요구했던 ‘주인정신’에 활용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도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우연인 듯 우연 아닌 남다른 식견으로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에 관한 조언을 남겼던 이동우 팀장을 22일 직접 만났다.


기업이 최근 인문학을 도입하고 있다.


아무래도 스티브 잡스의 영향일 것이다. 애플은 과거 structure follow strategy, 즉 구조가 전략을 따른다는 보편적 가치를 뒤집었다. 디자인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내용물을 맞췄다. 이게 바로 인문학에서 비롯된 사상이다. 즉 인문학이 창의력을 만든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래서 기업들도 창의력을 가진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도구로 인문학을 활용한다.


하지만 인문학이 본연의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학생들이 또다시 경쟁해야 하는 목표가 돼버렸다. 기업에 새로운 인문학 평가방법을 제안한다면.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인문학 소양이 있는 면접관이 지원자와 가까이에서 여러 가지 토론을 나누다 보면 그 소양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삼성이 도입한 ‘창의성 면접’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인문학 즉 창의력을 토론형식의 면접을 통해 평가하기로 한 점에서 삼성이 이러한 관점에 근접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인문학이 기업에서도 실제로 필요한가.


의사결정을 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인문학은 사례와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 즉 업무 중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인문학을 통해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인문학을 잘 쌓는 방법이 있나.


인문학의 기본은 지식과 사유다. 읽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아서도 안 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읽지 않아서도 안 된다. 반드시 사유를 해야 한다.


사유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나.


축적이다. 지식을 많이 넣다보면 이들이 스스로 부풀어 오르고 융합한다. 콩을 오랫동안 보관하면 발효가 돼 된장이 된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발효과정이다. 뇌에는 뉴런이라는 기관이 있다. 아주 작은 구멍인데 여기에 지식이 자주 드나들면 이 구멍이 커진다. 그래서 넣기도 쉽지만 지식을 꺼낼 때도 자유롭다. 반면, 지식을 자주 넣지 않으면 구멍이 좁기 때문에 꺼낼 때도 어렵다. 즉 무엇보다 다량의 지식이 기본인 것이다.


일 년 간 여러 기업의 인문학 기출문제를 제시했다. 특별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있나.


현대자동차의 HMAT 문제 중 세종대왕(세종대왕이 과거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 받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아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조선시대의 과거시험 문제이니 얼마나 어렵고 가치 있는 질문이겠는가. 또 이 질문은 현재 모든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즉 모두의 문제를 과거시험을 통해 던졌다. 아주 고급스러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답을 보기로 든다면 학이지자(學而知者)를 뽑는다는 것. 배워서 알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평소에 책을 얼마나 읽나.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읽기 시작해 매달 3~5권을 읽는다. 지금까지 환산하면 1500~2000권에 이를 것이다. 책에서 오는 기쁨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유명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기만 하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단, 나는 그를 만날 수 있지만 그가 나를 만나주지 않을 수도 있다. 즉 내가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언젠가 새벽 3시쯤,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는데 별안간 글자가 내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놀라웠다. 그 순간부터 그의 생각이 정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20대 청년들이 내년에 꼭 가슴에 품었으면 하는 문장이 있다면.


낭중지추(囊中之錐), 화이부동(和而不同), 입고출신(入古出新)이라는 세 개 사자성어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단어가 바로 개별적 경쟁이다. 또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장자> 세 개의 책도 권장한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