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인문학 이렇게 대비하라 ①

“대학에 입학했다면 우선 헤매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에 향후 3년간 총 600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문학은 앞으로 대학과 취업까지의 모든 과정을 점점 견고하게 이을 것으로 보인다.


약 1년간 <캠퍼스 잡앤조이>에 한 페이지짜리 인문학 칼럼을 연재해 온 칼럼리스트가 있다.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리더겸 팀장이다.


롯데그룹에서 20여년간 인사, 채용, 교육 등 HR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당한 그는 현재 롯데그룹의 연구소 신축 공사현장 감독 차 강서구 마곡동에 파견 나와 있다.



2016 인문학 이렇게 대비하라 ① “대학에 입학했다면 우선 헤매야 한다”



이 팀장은 그간 잡앤조이의 <인문학 칼럼> 지면을 통해 현대자동차, GS리테일, CJ 등 인문학소양을 평가하는 주요 기업이 공채 때 출제했던 인문학 문제에 추천 답안을 제시했다.


그가 유성룡의 <징비록>을 언급한 얼마 뒤 동명의 KBS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하고 올 하반기 신한은행이 자소서에서 요구했던 ‘주인정신’에 활용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도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우연인 듯 우연 아닌 남다른 식견으로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에 관한 조언을 남겼던 이동우 팀장을 22일 직접 만났다.


일년간 20대에게 인문학 관련 조언을 해주면서 느낀 소감은?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보편적 경쟁과 개별적 경쟁 두 가지 개념 중에 개별경쟁을 하라는 것. 보편적 경쟁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두가 싸우는 것이고 개별경쟁은 자신과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우위를 찾았으면 좋겠다. 모두는 각자의 씨앗이 있다. 해바라기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면 키가 훌쩍 클 것이고 채송화 씨앗을 가지고 있다면 키가 작을 것이다. 그렇다고 키가 작고 큰 것을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모두 꽃이라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게 개별경쟁이다.


적중(的中)이라는 단어가 있다. 가운데 과녁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의미다. 적당(的當)이라는 단어도 있다. 적중의 주위를 가리킨다. 누구나 적중을 향하는 것은 보편적 경쟁이다. 한 가지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과녁은 상대적이다. 중심이 이동하면 이것은 다시 적당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의 씨앗이 다르다. 적당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려야 한다. 이게 바로 개별적 경쟁이다. 적당이 있어야 적중이 빛난다.


내가 무슨 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사람(스승), 책, 여행이다. 낯선 사람, 낯선 책, 낯선 여행지를 만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무슨 씨앗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뒤에는 자기를 키우는 법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은 모두 열심히 한다. 하지만 내 씨앗에 맞는 방법으로 물을 줘야 한다. 무조건 달리고는 있지만 난 날 때부터 거북이의 느림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갔다면 우선 헤매야 한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바로 무엇을 원하나, 무엇을 할 수 있나, 무엇을 해야하나이다. 이 때 헤매는 과정이 바로 사람과 책과 여행인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프랑스 작가 카뮈의 소설 중 ‘지중해의 빛이 너무 따가워 피해야 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책을 읽을 당시에는 빛이 따갑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정말 따가운 빛을 경험하고 비로소 그 말을 알게 됐다.


또 뛰어난 사람을 만나면 그의 에너지가 나에게 전달된다. 유명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내가 뛰어나지 않다면 이런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할 수 있다. 즉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과 맞는지를 보면 그게 내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는 생텍쥐페리다. 그의 <어린왕자>와 <야간비행> 등에 나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나를 만들었다. 생텍쥐페리를 상징하는 단어는 ‘사랑에 대한 책임감’이다. 사막여우의 길들임에 대한 책임감, 야간비행의 리비에르가 부하를 지키기 위해 사명감을 발휘한 것 모두 같은 맥락이다.


동양의 사상과 일치하는 것 같다.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180도인데, 정확히 180도를 이루는 삼각형은 없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나 나온다. 서양의 철학은 이데아 즉 적중을 향해 간다. 반면 동양의 사상은 적당에 조금 더 비중을 둔다.


최근에는 서양도 개별적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가 최근 들어 윈윈전략을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양의 이데아적인 사상이 제로섬이라면 동양의 개별적 경쟁이 바로 윈윈 즉, 상생이다. 마이클 포터도 이 사상이야말로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개별적 경쟁을 바탕으로 한 게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의 본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