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소재 한 중소기업 면접장을 찾은 신입 구직자 A씨는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의 ‘들러리’가 된 것 같았다. 면접을 위해 아침부터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는데 알고 보니 이 회사는 경력자를 원했던 것. 자연히 함께 면접을 봤던 다른 경력 지원자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경력을 뛰어넘을 스펙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다.


# 최근 ‘쿠팡맨’에 대한 훈훈한 후기를 접한 B씨는 마침 열린 쿠팡맨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전형 중간 갑자기 운전테스트가 추가된 데다 이 시험에서 불합격되는 바람에 약 세 달의 준비 기간이 수포로 돌아간 것. B씨는 취업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채용갑질 논란 ‘또 한번 들썩’



공채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지만 일부 기업의 채용 갑질 논란으로 채용시장이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얼마 전 이수그룹, 이노션 등이 구직자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건네 큰 호응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은 구직자를 배려하지 않는 처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진행된 제품 배달인력 ‘쿠팡맨’ 채용에서 비롯됐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1조 5천억을 투자해 2년 내 4만 명의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지 약 한 달만의 일이다.


구직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쿠팡은 채용공고를 냈다가 도중에 채용을 취소하거나 갑자기 공고에 없던 운전테스트를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전형 간 간격도 과도하게 길었고 운전테스트 역시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운전테스트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운전경력이 수십 년인데 통과하지 못했다” “주변에도 통과자가 없다”며 처음부터 채용 계획에 처음부터 아예 없었거나 내정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운전 테스트 대상자에게는 사전 공지를 했다”며 해명했지만 구직자들은 여전히 구체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내 굴지의 제약업체인 C사가 신입공채 글로벌전략 부문 지원자를 전원 탈락시킨 것. 특히 이중 30명은 이미 면접까지 치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 회사는 “취소가 아닌 역량에 따른 불합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청호나이스도 앞서 전산오류로 결과 통보 문자메시지를 이틀 동안 중복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 지원했다는 구직자 A씨는 “홈페이지에 결과를 공지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확인해보니 불합격이어서 포기하고 있는데 다음날 같은 내용의 문자가 또 왔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역시 결과는 같았다. 회사가 문자를 잘못 보낸 탓에 괜히 마음만 설?다”며 씁쓸해 했다.


이 같은 일은 중소기업 채용 과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구직자는 “면접 제의를 받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갔는데 알고 보니 경력직 채용이었다”며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얼굴이나 보자는 마음으로 불렀다고 하더라.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지원자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형 일정을 임의로 조정하는 곳도 있었다. 또 다른 구직자는 “1차 면접 후 합격통보를 받고 최종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사팀에서 전화가 와 1차 면접 합격을 취소했다”며 “낙담하고 있는데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와 갑자기 2차면접 일정을 잡았다. 제멋대로인 태도에 기분 나빠 면접에 응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에 나섰다.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시행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안만 올 들어 7건이 발의됐다.


이 중에는 C제약사의 사례에서 비롯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이 이달 1일 대표 발의한 이 법은 채용 회사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채용일정, 채용심사 지연 등의 채용과정과 채용 여부에 대한 고지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