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대학생 크리에이터를 소개합니다


삐까뻔쩍한 사무실과 최고의 조력자들이 함께 한다고 해서 더 멋진 창작물이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림·영상·책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공감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니. 때로는 책상 앞에서, 때로는 혼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만의 작품을 빚어내는 대학생 크리에이터를 소개한다.



Creator 1. 잡스러운 ‘소영’의 소식을 전하는 여대생, 한소영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대학생 크리에이터를 소개합니다


서울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스물네 살 한소영은 지난해 9월, 혼자 기획하고 만드는 잡지 ‘소영∴소식’을 펴내기 시작했다. ‘잡스러운 책’이라는 점에서 서점 가판대에 놓인 잡지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지극히 한소영의 이야기만을 담는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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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생이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TV나 신문에 나오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특별하지 않다고 하지만, 한 사람씩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근사한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이런 저에게 선배가 소규모출판커뮤니티를 소개해주었어요. 독립출판을 도와주는 곳이었죠.

기획, 구성, 디자인까지 배우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어요. 그러다 한 명씩, 한 명씩 책 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영∴소식’을 만들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으려던 것이었는데, 독자들이 읽어주시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 모양 이예요.


‘소영∴소식’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가운데 기호의 정체는?

‘소영이 전하는 이야기’가 첫 번째 의미, ‘so young_so sick’이 두 번째 의미예요. ‘청춘이니 아프다’가 아니라 지금 겪는 아픔들이 젊은 날의 궤적이 되리라는 자위예요. 가운데 기호는 ‘그러므로’라는 수학 기호예요. ‘so young’과 ‘so sick’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넣었어요.

또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된다’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면을 만들이 위한 최소한의 점인 세 점에 의미를 부여 했어요.


‘소영∴소식’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초반에는 키워드를 정해 저의 생각을 담기도 하고, 여행을 다닐 때는 있었던 일이나 생각들을 담았어요. 여행을 마친 뒤에는 일상을 여행하듯 살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독자들의 반응은 어때요?

1년 넘게 만들며 주위에 알리지 않았는데, 얼마 전 북에디터를 꿈꾸는 친구에게 전편을 인쇄해 손수 북바인딩을 해서 선물하며 주변에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렸어요.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다, 새로운 '한소영'을 알게 됐다, 많이 공감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물론 날카로운 지적들도 있고요.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지만 '내 마음대로' 만드는 잡지이기에 스타일을 쉽게 바꿀 것 같진 않아요.


'창작'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텐데요.

제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때로는 너무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또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했죠. 처음에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어요. 글을 쓰고, 구성하는 것도 고민거리예요. 그렇지만 모든 작업이 즐거워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마련했나요?

웹진이라서 금전적인 부담은 없었어요. 주위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곤 하시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이윤을 낼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의 노력을 더해서 내놓는 것이라 누구라도 쉽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또 수익을 생각하면 욕심이 생길 것 같고요. 지면으로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만약 지면으로 낸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보려고요.


혼자서 하는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 맘대로 작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분야에서 원고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데 마감에 쫓기는 기분이 영 별로더라고요. 이런 매력이 한편으로는 펜이 손에 안 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을 미룰 때가 많아서 단점이기도 하고요.










Creator 2.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일러스트레이터, 익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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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좀 놀아봤다'하는 사람이라면 익킨의 그림을 한번쯤 마주쳤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게시물을 볼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물렀을 것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그림들인 까닭이다. '흙수저 이야기'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방구석에서 끄적이는 그림을 좋아하는 대학생 이원익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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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혓바닥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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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 없이는 만날 수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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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명사]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데 쓰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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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마라. 지저분해진다.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한 건 언제예요?

2년 전이이었어요. 세라믹디자인을 전공해서 도예를 주로 작업하는데, 사실 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학과 특성상 학교에서는 그림 그릴 일이 없다보니 저 혼자라도 그려야 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대학교 3학년이 되니 시간 여유가 있기도 했고요. 방구석에 앉아서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렸죠. 그렇게 그린 그림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본래 회화 같은 그림, 의미가 담긴 그림을 좋아하다보니 제 그림에도 의미가 실렸고, 사람들이 그 부분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반응도 다르겠어요.

제 페이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모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죠. 간혹, 제 그림을 우연히 보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에 두 작품씩 올릴 정도로 생각만 나면 작업을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니 신중하게 작품을 올리고 있어요.


혼자 일러스트를 그리고, 세상에 알리면서 어려울 때가 있다면요?

지금이요. 가장 좋을 때를 물으신다면 답은 같을 거예요. 지금 10만 명이 넘게 저의 그림을 봐주시고 있지만, 졸업을 앞두고 있다 보니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 할 순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작품을 알리는 것도 중요할텐데요.

SNS에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그리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인터뷰라던가 외부에서 작업의뢰가 들어오면 모두 하고 있어요. 하나의 홍보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또 인터뷰를 제 작품에 대해 복습하고 점검해보는 기회로도 삼고 있어요. 마음을 다 잡는 계기죠.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궁금해요.

제 그림들이 기억이 잘 안나요. 한 번 그리고 나면 까먹거든요.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다음에 그릴 그림에 대해서 생각 하니까요.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예전의 제 그림들을 찾아보면서 도움을 받을 때도 있어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그림은 맥주를 컵에 따르는 두 장짜리 그림이었어요.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적으려면 잔을 기울여야 하잖아요.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은 내면의 거품이 적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그린 것이었어요.


앞으로 익킨의 작품은 계속 볼 수 있는거죠?

고민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목표는 웹툰을 그리는 거예요. 지금처럼 옴니버스 형식을 고수할지, 스토리를 짜서 그릴지는 더 생각해보려고요. 웹툰을 통해서 청춘, 그러니까 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일러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SNS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다면 SNS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해요.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하려고 SNS를 찾는 사람들은 없거든요. 시간 날 때 잠깐 보고 마는 거죠. 그 중에 멈칫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죠. 그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해요. ‘나는 이런 그림 그릴꺼니까 봐’라고 하면 볼 사람이 없어요.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해야하고요.







Creator 3. 일상 속의 ‘극세사’ 소재를 그리는 웹툰 작가, 최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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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 살의 최신영은 경희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웹툰을 그리고 싶어 연이 없던 미대에 접근, 진학에 성공했다. 네이버 ‘20PICK’에서 이렇게 세세한 걸 굳이 찾아내 탐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미세한 일상 속의 ‘극세사 소재’를 찾아 관찰하고 분석하는 만화 <극세사 탐구 생활>을 연재하는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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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 학교에서 공책에 개그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웹툰 보는 것도 좋아했고요.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 때 저의 희망 전공은 공학계열이었죠. 하지만 수리 영역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바로 포기를 했어요. 그 후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미대에 진학해 뒤늦게 그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트렌드 리포트’ 대외활동을 계기로 일상 툰을 연재하게 됐어요.


웹툰 작가 ‘신영’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최대한 솔직하게 써요. 그림이나 내용에 있어서도 디테일하려고 노력하죠. 세심할 수록 사람들이 공감도 많이 하고 내용에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하나는 다른 일상 툰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나 소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창작자로서 어려운 순간은?

정식에디터가 되고 나서 매주 소재를 찾아 웹툰을 한 편씩 내는 게 쉽지 않아요. 이번 연재를 계기로 웹툰 작가님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간단한 그림체로 그리는 데도 구상부터 작화까지 3일 정도 걸려요. 학교를 다니다보니 과제, 시험기간과 겹치면…. 저작권 문제로 마음 고생을 할 때도 많아요.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제가 그린 만화를 캡처해 무단으로 올리고 광고까지 게시하는 일이 있었어요. 순식간에 제 만화는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나갔죠. 화가 나서 신고하려고 했지만 인적사항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어요. 경찰서에서도 페이스북 저작권 침해문제에는 손을 못 댄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회사에 소속된 게 아니라 이런 문제 대응이 쉽지 않아요.


웹툰작가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많이 봐주시고 재밌다고 해주실 때요.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는 전역하고 나서 바로 복학할때라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연재를 시작하고 사람들의 반응이 돌아올 때면 정말 행복했어요. 특히 만화를 그릴 때 생각했던 드립이나 개그요소들이 사람들에게 통할 때 짜릿해요.


소재는 어떻게 발굴하나요?

음악이나 영화,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영감을 받아요.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공책에 바로 써놓기도 하고요. <극세사탐구생활>은 저의 경험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얻는 편이예요.


혼자 하는 작업 매력이 있다면요?

협업할 때보다 부담이 적죠. 제 생각을 원하는 대로 바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예전에 여성 그림 작가 분과 협업한 적이 있는데, 소재가 ‘군대’라서 제가 무기와 용어를 일일이 설명을 해야 했어요. 단점이라면 학교 생활과 병행해야 하다 보니 퀄리티에 한계가 있다는거예요. 채색도 예쁘게 하고 배경도 화려하게 넣고 싶은데 시간, 실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아쉬울 때가 많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페이스북 무단도용을 계기로 방학 때 제 만화를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 도전 만화’에도 같이 올려볼 계획이에요. 또한 지금은 일상만화를 연재하고 있지만 저의 최종목표는 스토리만화로 웹툰 작가로 정식 데뷔하는 것이에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일상 툰을 연재하면서 간단한 만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연재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연재를 계속 하면서 현실적으로 마감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작화의 퀄리티를 올려야 하고 스토리를 얼마나 맞춰야 하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또한 제 만화가 인터넷 상에 노출되고 주변사람들한테 제가 보여준 만화를 많이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곳에서 사람들이 웃는지, 표현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사람들이 받아주는지 많이 배웠어요. 웹툰작가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꼭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혹시 일상 툰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네이버 트렌드 리포터 대외활동에 지원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한소영, 이원익, 최신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