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SK 뉴스쿨,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호텔리어가 되다


최근 ‘고용디딤돌’ 등 기업의 직업교육프로그램이 많다. SK 뉴스쿨도 그중 하나다. SK그룹은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2008년부터 SK 뉴스쿨이라는 직업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신입생은 12월 27일까지 40명 모집한다.


[PROFILE]

김도현

1990년생

2014년 서울예술대 방송영상학 졸업

2015년 W 서울 워커힐 호텔 일식 레스토랑 ‘나무’ 서비스팀 입사



 스물 다섯,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호텔에 입사하다



“저는 사실 서비스전문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김도현 씨(25)는 SK 뉴스쿨 입사지원서 첫 줄에 이렇게 적었다. 김 씨는 예술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2학년 때 춤동아리에 들어가 소위 ‘무대맛’을 본 뒤에는 뮤지컬 배우라는 외길만 꿈꿨다. 졸업 전 근 2년 동안 소극장, 대극장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봤다. 레슨비도 만만치 않게 썼다. 하지만 현실은 빈자리보다 지원자가, 그것도 뛰어난 지원자가 훨씬 많았다.


스물 넷. 암담했다. 이제 다른 길을 생각해야 했다. 그러다 대학 시절, 뮤지컬 공부를 위해 입학했던 SK해피스쿨 멘토로부터 SK 뉴스쿨을 알게 됐다. 해피스쿨은 뉴스쿨의 전신이다.


고민에 빠졌다. 마침내 다다른 결론은 두 직업 모두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것. 그가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얼핏, 서비스 업무도 같은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 마음 하나로 그는 지난 2014년 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SK 뉴스쿨 입학… 뮤지컬에서 ‘서비스’로 새로운 도전


SK 뉴스쿨 채용전형은 서류전형, 1차면접, 예비과정, 2차면접 순이었다. 특이하게, 두 번의 면접 사이 일주일 동안 예비과정을 치러야 했다. 입학 후 듣게 될 수업을 모의로 수강하는 과정이었다.


교육과정은 이론수업과 실습으로 나뉘었다. 영어, 비즈니스, 특강 등 한 달 이론 교육 후 본격적으로 서비스 스킬이나 와인, 커피 등을 배웠다. 바리스타 교육장에서 직접 커피도 만들어보고 시음도 했다.



 스물 다섯,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호텔에 입사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와인. 평소에 마셔만 봤지 품평하는 안목은 전혀 없었던 그는 수백 모금의 와인을 마시며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됐다. 자연히 관련 시험 준비에도 열의를 쏟았다.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2’라는 와인시험을 앞두고 와인이 정말 좋아서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공부했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책을 읽었죠. 그런데 너무 많은 것을 공부해서인지 어느 순간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선생님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와인 자체를 좋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으로 좋아하게 된 뒤에는 와인이 제 목표가 됐어요.”


 스물 다섯,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호텔에 입사하다

8월부터는 SK 뉴스쿨과 연계된 레스토랑 ‘메종 드 라 카테고리’로 본격 실습을 나갔다. 모든 일을 했다. 커피를 만들고 손님 주문을 받고 기물 정리에 고객 서비스까지 거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어김없이 위기의 순간도 닥쳤다. 외국 손님 중에는 특정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 손님이 고기메뉴를 해산물 메뉴인줄 알고 주문한 것.


“기존 해산물 메뉴의 주재료가 얼마 전, 고기로 바뀌었는데 메뉴에 미처 반영이 안됐어요. 그런데 제가 이 사실을 손님에게 설명하지 않고 그냥 고기메뉴를 내온 거예요. 손님은 이미 몇 숟가락을 뜬 상태였고요. 나중에 알게 된 손님은 물론 일행까지 저를 윽박질렀어요. 매니저를 불러오라며 소리도 질렀죠. 너무 무서워서 계속 사과만 했죠. 나중에는 오히려 제가 가엾어보였는지 위로해주시더라고요. 이 때를 계기로 메뉴를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W호텔 인턴으로… 정식 호텔리어가 되기 100m 전


3개월의 실습이 끝난 뒤, 마침 W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정규직 추천채용공고가 났다. 뉴스쿨을 통해 지원서를 제출한 뒤 바로 면접을 치렀다. 질문은 어렵지 않았다. 지원동기나 자기소개, 전공을 바꾼 이유 등을 물었다.


아직은 인턴 중에서도 초보인 프리인턴. 3~6개월 뒤에 승진 시험에 합격하면 인턴이 된다. 이후 3월로 예정된 정규직 심사까지 거치면 W호텔의 정식 서버가 된다. 전환율은 90% 이상이다.


김 씨는 요즘 오후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 업장에 출근한다. 선배와 셰프 등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나눈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업장 안의 차를 따뜻하게 채우는 일. 그 뒤 본인 담당 구역을 확인해 고객을 응대한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근무 시간은 8시간. 보통 퇴근 시간은 저녁 10시 전후다.



 스물 다섯,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호텔에 입사하다



요즘은 일본어 회화 공부에도 열심이다. 인터뷰 바로 전날 1층 일식 레스토랑에 새로 발령받았는데 최근 쉐라톤의 일식당이 이곳에 편입돼 하루 손님의 절반이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아직 급여는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으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그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배우가 되기까지 실패를 거듭하면서 좌절했던 예전에 비하면 새로운 목표를 찾은 현재는 매일이 즐겁다는 것. 특히 팀워크가 중요하고, 손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주 목적이라는 점에서 그는 요즘 레스토랑에서 뮤지컬의 매력까지 느끼고 있다.


 스물 다섯,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호텔에 입사하다

김 씨의 최종목표는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는 것. 또 와인에 대한 애정을 살려 소믈리에 타이틀로 손님에게 더 좋은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막내가 되면 내 편이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을 느낀다는 걸 잘 알기에 꼭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특히 아직 멘토로 칭할 만한 서비스 전문가가 많지 않은데 제가 멘토이자 전문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현장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아요. 이 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도 끊임없이 있고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지내다보면 잊혀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팀에서 활력소가 돼야 하죠. 처음 실습 때도 선배들이 마냥 어려웠는데 제가 먼저 다가가니 오히려 예뻐해주고 ‘이쁜이’라고 불러줬죠. 나 하나로 팀과 우리 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더 밝게 행동하면 반드시 좋은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