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스펙보다 직무능력을 길러 취업률 높여야죠”

고용 전문가들은 취업난에 대해 고용의 수급불일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직자들이 대기업과 공기업 등 안정적 일자리에 몰리면서 노동의 수급불일치가 심화되고, 불경기로 인해 취업준비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있는 추세다. 또한 4년제 대학 교육과정이 학문 중심의 커리큘럼 일변도여서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에 필요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국무총리 산하의 직업교육훈련과 노동시장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을 찾았다.

글 정유진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NCS학습모듈 내년 하반기까지 완성

서울역을 출발해 직능원이 있는 세종시로 가는 길은 흩뿌리는 빗줄기와 함께 바람 거센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서류 광탈’에다 이름만 ‘탈스펙’일 뿐 까다로워져만 가는 채용전형에 시름하는 대한민국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했다.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취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하는 기대속에 만난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다소 멀지만 원론적인 방안이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했다. 학벌과 스펙 중심이 아닌 능력 중심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현장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 답이라는 것.

“NCS는 학력과 스펙 중심의 채용이 아닌 능력 중심의 채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직무능력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해 표준화한 것이기 때문에 직업 혹은 직무 선택의 기본을 다질 수 있는 기본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정부는 799개 직무에 대한 ‘표준’을 만들었다. 직업마다 필요한 업무능력을 표준화했기 때문에, NCS는 그 자체로 일반 학생들에게도 살아 있는 교과서로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이 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NCS를 대학교육에서 활용하게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 잘 할 수 있는 직무를 빨리 찾고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기업에서나 산업체에서 직무에 관련된 인재를 뽑고 재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NCS 기반 학습모듈을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NCS 학습모듈 개발로 대학 교육과정 개편을 지원하고, 일터 중심의 교육훈련(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일학습병행제) 등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대학 4년 동안 쌓아야 하는 스펙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 NCS라는 것이 그의 일관적인 주장이다. “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인턴·자격증·공모전·해외연수 등 취업을 위한 소위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취직은 쉽지 않다. NCS는 학력 중심이 아닌 능력 중심의 채용이 이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스펙에서 취준생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탈출구다.”


그는 “정부도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 과정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지식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기존 교육과정을 직무 능력 위주로 전환하는 데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용시장에서의 인력 미스매치가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NCS 채용이 국가직무능력 ‘표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을 찾을 수 있어 실업률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에서 NCS 교육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대학에서부터 NCS를 교육과정으로 채택하고 대학 4년 동안 NCS교육이 이뤄져야 향후 자신의 진로에 맞는 직무능력 중심의 교육이 선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역설과는 달리 현실을 녹록치 않다. NCS 정책은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구조 확산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부 전문대를 제외하고는 대학의 교육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대학의 교육은 실습이 아닌 학문에만 치우쳐 있고, 교수들도 NCS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NCS기반 교육 과목들을 신설하고 산업현장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강사를 직접 초빙해 전공필수나 선택 과목 형태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 제안했다.


취업 진로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결정해야

이 원장은 취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취업·진로를 결정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이 전통적으로 확립되고 안정화된 특정 직업군(의사, 변호사, 교사 등)에만 쏠리고 있고, 이는 취업 시장의 미스매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직업체험과 경험을 통해 더욱 폭넓게 직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직업의 생성 및 소멸 순환주기가 더욱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언젠가는 직장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직업 세계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청소년 시기에 다양한 직업체험을 통해 미래의 직업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게 하는 일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이런 체험을 통해 직업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나 보다 폭넓은 직업 세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 즉 ‘체험처’ 확보를 통해 학생들이 더욱 폭넓은 직업체험을 하게 된다면 학업과 직업의 관계를 이해해 학습의욕을 고취할 수 있고 건전한 직업관을 형성해 진로에 대한 의식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학생들에게 학습의 연장선상에서 삶과 진로를 느끼고 사고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과 실천 중심의 직업체험은 수많은 직업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을 세워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jinj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