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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감각의 글렌체크,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을 거예요

어두운 콘서트홀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지만, 대낮의 카페에서 만난 글렌체크는 낯을 가릴 만큼 수줍음을 간직한 청년들이었다. 전혀 다른 분위기가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풍겼다.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어디서 왔는지 알 듯싶었다.


[인디밴드 인터뷰] 자유로운 감각의 글렌체크,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을 거예요”


(왼쪽부터) 김준원(보컬·기타) 씨, 강혁준(신시사이저·베이스) 씨=사진제공 사운드 홀릭


글렌체크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학교 밴드부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같이 음악을 듣고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업 메이트로, 친구로 가까워졌다. 강혁준(25) 씨는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밴드부에 들어가 음악을 같이 할 때는 단지 재미로 하는 정도였어요. 둘 다 대학에 진학했는데, 일상이 따분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음악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해 준원 형 집에서 같이 만든 곡이 첫 EP 앨범에 수록된 ‘Disco Elevator’예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 주위의 반응을 묻자 김준원(26) 씨는 “원래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음악을 들어서인지 주변에서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혁준 씨 역시 “적극적으로 밀어주신 건 아니지만, 부모님도 열린 마음으로 저의 결정을 받아들이셨다”고 답했다.

특목고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의외라고 하자 혁준 씨는“ 부모님이 공부를 중요시 여기기는 하셨지만, 강압적으로 시키는 분들은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죠. 유학도 부모님의 교육열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의 일 때문에 간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글렌체크는 2011년에 데뷔하자마자 핫한 인디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첫 EP 앨범을 내고 한달 뒤 지금의 소속사에서 연락이 와서 계약했다. 소속사에 들어가고 한 달쯤 지나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됐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첫 단독 콘서트 무대도 가졌다.


[인디밴드 인터뷰] 자유로운 감각의 글렌체크,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을 거예요”


(왼쪽부터) 김준원 씨, 강혁준 씨=사진제공 사운드 홀릭


글렌체크는 자신들의 음악을 특정 장르에 국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자유롭고 색다른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혁준 씨는 소개했다.

“처음에 ‘신스 팝’ 밴드로 알려졌지만, 신스 팝 밴드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지는 않아요. 앨범마다 콘셉트는 있지만, 어떤 특정 장르의 음악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고정된 장르가 아닌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보고 싶어 하는 만큼 글렌체크는 작업을 할 때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준원 씨는 “음악뿐 아니라 영화나 사진, 옷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혁준 씨는 두 사람 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어서 음반 작업을 할 때는 일부러 환경을 바꿔 다양한 장소에서 작업한다고 밝혔다.

“1집 작업 때는 프랑스와 벨기에에 다녀왔어요. 2집 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었고요. 새로운 장소에서 오는 느낌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지금까지 꽤 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글렌체크의 곡 중에서 우리말 제목과 우리말 가사로 된 곡은 찾아볼 수 없다. 곡 제목과 가사를 영어로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질문하자 혁준 씨는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마도 더 편해서? 사실 이런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저희는 의도치 않고 자연스럽게 영어로 곡 제목을 붙이고, 가사를 써왔거든요. 아마 그동안 접해온 음악이 주로 영어로 된 가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말로 가사를 쓸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혁준 씨는 “가사를 영어로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말로 가사를 잘 못써서 그런 것도 있어요. 우리말로 안 쓰겠다는 건 아니에요. 괜찮은 우리말 가사가 떠오르면 쓰겠죠”라고 말했다.


[인디밴드 인터뷰] 자유로운 감각의 글렌체크,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을 거예요”


(왼쪽부터) 김준원 씨, 강혁준 씨=사진제공 사운드 홀릭


글렌체크의 앨범은 각각의 앨범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1집이 회색이었다면, 2집에서는 파란색이 느껴지는 듯하다. 1집과 2집 사이에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준원 씨는 “같은 것을 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앨범마다 다른 소재를 다루고,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 음악적 취향도 이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항상 다른 음악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혁준 씨는 1집과 2집 사이에 주거환경이 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저희가 작업실에서 같이 살다 최근 각자 집을 구했어요. 1집 작업을 할 때는 연남동 쪽에 살았는데, 집이 지하였어요. 2집 만들 때쯤 지상으로 올라와 살게 됐는데, 그것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하에 살았을 때 힘들었거든요.”

여러 색깔을 보여주는 글렌체크의 음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 준원 씨는 요즘 흔히 접할 수 없는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희귀한 앨범을 찾아 들으려고 노력해요. 새로운 음악도 많이 나오고, 좋은 음악도 많지만 요즘 들어 소리 자체에서 감동을 받는 일이 드물어요. 어느 나라에서 굴러 들어왔는지도 모를 1970~80년대 희귀 LP를 찾아 듣다 보면 소리 자체에서 깊은 인상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찾아 듣게 돼요.”

혁준 씨는 요즘 알앤비와 소울을 즐겨 듣는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도 들었는데, 요즘 흑인 여성 보컬 샤데이(Sade)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글렌체크의 음악적 롤 모델은 누구일까? 준원 씨는 “멋지고 본받을 만한 뮤지션은 무수히 많지만, 한 명의 롤 모델은 없다”고 대답했다. 혁준 씨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마이클 잭슨을 떠올렸다.

“특정 아티스트를 꼽는다는 게 진짜 어렵긴 한데, 마이클 잭슨에게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마이클 잭슨도 앨범마다 콘셉트가 굉장히 뚜렷해요. 장르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고요. 멋지고, 본받을 점이에요.”

앞으로 함께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묻자 혁준 씨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와 작업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단 샤데이. 지금까지 저희가 안 해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와 작업해보고 싶어요. 노래는 준원 형이 잘할 수 있으니 래퍼와 작업해봐도 재밌을 듯하고요.”

글렌체크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레진코믹스 V홀에서 열리는‘CLUB EXIT’콘서트 무대에 선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연말 콘서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글렌체크의 무대를 보고 싶다면 기억해두시라.


글 강진주 인턴기자·사진제공 사운드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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