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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시스템 전면 온라인화, 가능할까?

사진은 기사와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 한국경제 DB


바야흐로 디지털세상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디바이스·device)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PC와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일일이 우편함에 이력서를 접수했던 세상은 이미 오래 전에 종말을 고했다. 이젠 채용정보부터 서류접수 및 평가까지 채용전반에 걸쳐 온라인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머지않아 채용시스템이 100% 온라인기반으로 구축될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양상이다. 이에 <캠퍼스 잡앤조이>는 채용시스템의 전면 온라인화 가능성과 그 한계점에 대해 짚어봤다.


취준생들, 필기시험 볼 때마다 돈 써야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채용시스템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구직자들은 서류접수부터 일일이 지원서를 손으로 작성해 우체국이나 회사를 향했고, 필기시험과 면접 역시 정해진 시험장소에 일제히 치러졌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서류전형이 회사홈페이지나 채용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접수가 가능해짐에 따라 취준생은 물론, 기업 역시 갈수록 대형화 되고 있는 공채에 적극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평가하는 서류전형에서 나아가 취준생들의 기본적인 인성이나 직무능력 평가도 1차에서 온라인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정부 주도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가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채용에 도입되면서 서류전형에서 온라인기반 평가가 차지하는 부분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서류전형을 제외한 전형들은 대부분 오프라인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지방출신 학생들의 경우, 필기와 면접을 치르는데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NH농협은행 5급 필기를 치렀던 대구의 한 수험생은 “서류통과가 기쁘긴 하지만 매번 필기마다 서울에 오는데 적잖은 돈이 든다”면서 “면접전형은 그나마 소정의 면접비용을 주기도 하지만 필기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지불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비용이란 생각도 들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채용시즌마다 각종 채용게시판에는 지방출신 학생들의 비슷한 고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구직자들은 비용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아예 사전에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사장에 함께 갈 택시 파트너를 모집하기도 한다.

뒤죽박죽, 필기시험 감독도 문제

오프라인 필기시험의 또 다른 약점은 시험 관리감독이 100% 완벽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단, 기업 측에서 사전에 관리감독 교육을 철저히 하고는 있지만 사람이 직접 감독하는 일인 만큼 일부 한계점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NCS가 도입된 공기업의 필기시험을 치른 한 취준생은 “필기시험을 보는 내내 불쾌했다”면서 “각 고사장마다 관리, 감독이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내가 있었던 한 고사실에서는 수험자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고, 각 섹션마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NCS의 필기시험의 경우, 대부분 각 영역별로 시간을 두고 문제를 풀게 돼 있다. 가령, 주어진 영역의 문제풀이 시간이 지나면 다음 영역 시간에는 전 영역문제를 풀 수 없다.

하지만 제보자에 따르면 1교시 시험에서 감독자들은 과목별 시간이 지나도 수험생들이 전 과목을 푸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싸움이 관건인 필기시험인 터라 일부 시간을 더 얻은 학생들에게는 여러모로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어 공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지적은 제보자의 주장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각종 취업사이트 게시판에는 해당 공기업 필기시험을 치른 학생들뿐만 아니라 타 기업의 시험을 봤던 일부 학생들 역시 필기감독에 대한 불만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아무리 감독을 잘해도 오프라인 기반 필기시험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가령, 마킹할 때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다시 돌려보는데 이때 일부 학생들이 몇몇 문제를 푸는 것까지 다 막는 것은 온라인이 아니라면 불가하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질 것”이라며 온라인기반 필기시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담당자도 “사실 매 공채마다 필기시험 고사장을 잡는 것도 일”이라면서 “온라인시험이 이뤄진다면 이 부분을 포함, 관리감독 문제도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고사, 기술혁신과 투자비용 동반돼야

구직자와 기업 양측 모두 필기시험에 온라인시스템이 적용되는 것에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를 단기간 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취업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대리시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다 가까운 고사장마다 온라인시험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용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필기시험을 치른다면 구직자들은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편리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리시험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 관리기술이 도입되지 못하면 온라인 필기시험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토플처럼 각 고사장마다 채용을 위한 IBT(인터넷 기반 토플시험)평가 시스템이 마련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기업이나 정부에서 이것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공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도 “NCS 필기시험에 온라인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라며 “ 정부가 추진한 만큼 이를 위한 기반마련에도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진실 NCS확산지원단장은 “현재까지 NCS 필기시험에 IBT시스템 도입계획은 없다”면서 “물론, NCS 활용 및 확산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충분히 고민해 볼 사항”이라고 답했다. 김 단장은 그러면서 “NCS가 정부 주도 채용제도인 만큼 관련 예산안이 확보가 돼야 추진할 수 있는데 아직은 관련 예산이 없다. 만약 이것이 정말 탄탄하고, 참신한 기획안을 발판으로 추진될 수 있다면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서 내 후년에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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