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다이아몬드원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연예인’. 부동의 1위만큼이나 지금도 수많은 기획사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굵은 땀방울을 훔치고 있다. 이 중 데뷔하는 이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우여곡절 끝에 데뷔를 해도 ‘스타’가 되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다. 1%의 좁디좁은 성공의 문을 넘기 위해 스타를 발굴하고, 훈련시키는 스타의 영원한 조력자, 연예기획자를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봤다.


[직업의 세계] “스타의 조건이요?  되든, 안되든 밀어붙이는 자신감이죠”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다이아몬드원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수 더원을 비롯한 소속 가수들의 공연이나 연예활동의 전반적인 부분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데뷔한 걸그룹 ‘다이아걸즈’의 콘셉트나 기획도 맡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군대를 제대하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매니지먼트분야가 재미있어 보여 뛰어들게 됐다. 로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월급이 30만 원이었고, 고시원비가 25만 원이었다. 그 생활을 두 달 간 해보니 이 분야에 사업구조가 보이더라. 그래서 4개월 만에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려서 내 사업을 시작했다. 당연히 망했다.(웃음)


왜 망한 것 같나?

처음 두 달 동안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분야에서 콘텐츠란 배우다. 좋은 연기자를 캐스팅해 프로필도 만들고, 연기 연습을 시켜 방송에 내보내면 될 줄 알았다. 근데 방송이나 영화계에 아는 인맥이 하나도 없었다. 방송국이나 영화계에 프로필을 들이밀었지만 쳐다보지도 않더라. 그래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해서 3개월 만에 말아먹었다.


그 이후 어떻게 생활했나?

회사를 차리는 데 들어간 비용이 거의 빚이었다. 그래서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광고 에이전시에서도 일을 하고, 극단과 영화 제작팀에서도 일을 했다. 그러다가 2008년에 가수 더원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시작은 배우 매니저로, 현재는 가수들의 공연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원래 이 분야에서는 업무 변동이 많은가?

지금 회사의 전신인 매니지먼트사에서 배우파트 매니저를 했었다. 당시 회사 이사께서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달간 더원 콘서트 일정을 잡아놨더라. 그때만 해도 회사 내 공연 연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예전에 극단 운영을 한 경험을 살려 한 달간 콘서트를 도우면서 자연스레 가수팀으로 넘어가게 됐다. 중요한 건 가수팀이 더 재미있다.(웃음)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예전에 광고 에이전시에서 맡은 일이 ‘박카스’ 광고모델 섭외였다. 당시 ‘박카스’ 광고는 배우 등용문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모델을 찾던 중 이태곤이라는 모델을 발굴했고, 박카스 모델로 기용했다. 그때만 해도 태곤이 형이 데뷔 전이라 홈쇼핑 모델 일을 했었는데, 박카스 광고 이후 인연이 되어 같이 일을 했다.

광고가 나가고 나서 여기저기서 단막극이나 드라마 조연급 캐스팅도 들어왔는데, 왠지 더 큰 작품이 들어올 것 같았다. 그래서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한 작품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는데, 그게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하늘이시여’였다. 그때부터 태곤이 형이 배우로서 승승장구했다.


‘눈 떠보니 스타가 됐다’라는 말이 이 업계에서 많이 통용되는데, 요즘도 그런 일들이 있나?

예전만 해도 CF 하나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케이스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스타를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SNS나 싱글앨범을 통해 대중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스타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 예전에 비해 철저해진 것 같다.


‘다이아몬드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사업들인가?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고, OST제작, 코스메틱, 빅마마 이혜정 선생님과 함께 애견식품사업도 하고, 실용음악 아카데미 사업도 하고 있다.


보통 가수들이 데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회사마다 다르다. 아이돌 그룹으로 보면 그룹의 콘셉트마다 다른데, 보통 한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가수가 되기 전에는 연습생 시절을 보내게 되는데, 대형 기획사의 경우 연습생이 되기 위한 오디션을 치르기도 한다고 들었다.


가수 지망생들의 오디션을 많이 볼 텐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뭔가를 주문했을 때 되든, 안되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뽑는다.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이 분야에 환상을 가지고 뛰어드는 지망생들도 많은데, 실제 생활은 어떤가?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이 힘들다. 스케줄이 바쁜 날에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다. 잔심부름이나 허드렛일을 도맡아하기 때문에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선 동경만으로 버틸 순 없다. 일이 재미있어야 하고, 살짝 미쳐야 오래 버틸 수 있다.


[직업의 세계] “스타의 조건이요?  되든, 안되든 밀어붙이는 자신감이죠”

매니지먼트 기획자에 대한 필수조건이 있다면?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다 보니 끊임없이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회사마다 특징이 있는데, 우리 회사는 보컬 위주의 가수들이 많은 회사라 다양한 노래를 많이 듣는다. 주로 출퇴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우리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정리하는 편이다. 최신 음악이든 옛 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학벌은 중요한가?

이 분야는 학벌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 또한 고졸이다.


이 직업의 장단점은?

먼저 장점은 성취감이 크다. 내가 직접 기획한 것들을 가수들이 표현해줬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직업보다 일을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낀다. 반면 단점은 개인 시간이 부족한 점이다. 지금이야 시간을 어느 정도 콘트롤할 수 있지만,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개인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좁아지기도 했다.


올해 가수 ‘더원’이 중국에 진출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원래는 일본 진출을 준비하던 중에 친분이 있던 기획사 키이스트에서 중국의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한국 가수를 찾고 있다는 소문을 건네 들었다. 중국어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조건이었고, ‘그남자’를 중국어 버전으로 녹음해 제작팀에 보냈다. 처음엔 중국어가 어색해서 제작팀에서 안 되겠다는 사인이 왔었는데, 7번의 재녹음을 거쳐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그 계기로 더원이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고 첫 경연에 1등, 최종 3등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에 타국에서 현지 팬들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하루아침에 중국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 팬들에게 중국 노래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략은 열심히 하는 것 하나뿐이었다. 원이 형도 매번 ‘나 진짜 열심히 할게’라고 다짐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는 가수다’ 이후로 중국 방송 출연과 행사를 하면서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지난 9월 5일 중국 상하이에서 8000석 규모로 단독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11과 12월에도 8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더원의 중국 진출 효과, 어느 정도로 보나?

많은 국내 연예인들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발라드 가수의 진출은 거의 없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국에도 실력 있는 발라드 가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개인적으론 중국과 함께 인도시장을 공략해보고 싶다.


연봉은?

음. 연봉이야말로 회사마다 다 다르다. 개인적으론 작년까지만 해도 연봉을 작게 받았지만, 올해는 조금 올라 대기업 초임 연봉 정도 받는다.(웃음)


이 일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고전을 좋아하는데, 인문학을 읽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일을 하면서 “그것 밖에 생각을 못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또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주변에 있는 연기자나 직원들한테도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장한다. 생각을 해야 일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글 강홍민기자(khm@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