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5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
NCS기반 채용 공공기관 근로복지공단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5.3.25
25일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5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 NCS기반 채용 공공기관 근로복지공단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5.3.25

사진 = 한경 DB



올 하반기 채용의 키워드로는 ‘탈 스펙’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민간기업 채용의 새 바람이었고, 후자는 공기업 취업의 새로운 숙제거리이자 기회였다. 올해 130여 공기업·공공기관이 채용전형에 NCS를 도입했으며, 일부 금융권에서도 본격적으로 NCS를 추가했다.


대부분의 민간기업에선 아직 NCS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채용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취업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과 각계 인사담당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논란이 되고 있는 NCS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봤다.


취준생들, “멘붕 또 멘붕”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을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정부가 개발한 NCS 모듈을 바탕으로 2017년까지 전체 302개 공공기관이 채용에 NCS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NCS 전형을 두고 취업준비생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전형 방식과 문제유형이 생소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준비해야 할 필기시험 범위가 더 광범위해졌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한국수력원자력 채용시험을 치른 취준생 A씨(전자정보통신학과)는 “NCS가 도입되면서 공부할 양이 더 많아졌다”면서 “필기시험에서 기존 형식의 인·적성평가는 물론 언어?수리?한국사?일반상식 문제가 출제됐을 뿐 아니라 한수원에 대한 구체적 문항까지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A씨에 따르면 이번 한수원 필기시험에서는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일반상식 문제부터 ‘양천에 있는 한수원은 본사인가?’를 묻는 등 그 범주가 매우 광범위했다.


NCS를 도입한 올해 NH농협은행의 필기시험을 본 한양대 학생도 “처음이어서 문제유형을 예측할 수도 없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너무 막막했다”면서 “농협은행의 경우 이번 필기시험 유형이 기존의 유형과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사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어쨌든 기본 틀이 있으니 문제가 달라져도 대비가 가능한데 NCS는 아직 그 틀도 정해지지 않아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NCS 도입 전이 나은 것 같아요. 직무능력중심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기존의 필기시험 범주에 회사에 대한 지식과 관련 법조항까지 외워야 할 판이죠. 관련 학원과 출판업계에만 득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NCS학원, 문제집… 그래도 갈팡질팡


실제로 NCS 도입 논의가 본격화한 올 초부터 취업학원들은 NCS 강의를 쏟아내고 있다. 출판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미 서점의 공기업 취업 코너에는 NCS 관련 문제집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신촌의 한 서점 관계자는 “최근 공사나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NCS 문제집을 구입하는 추세”라며 “들어오는 책 종류도 많아졌고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NCS의 표본이 완벽하게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측성 문제 풀이나 학원으로 직행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험생은 “올해 공기업 필기시험을 보고 바로 취업학원의 NCS 강의를 등록했다. 그런데 NCS 유형에 대한 뚜렷한 설명도 없이 그저 수백 개의 문제를 주고 풀라고 했다. 너무 화가 나서 바로 등록을 취소했지만 솔직히 혼자 공부하기엔 부담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NCS가 새로운 표준 제도임에도 기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전문 강사진이 그대로 NCS 강의를 이어받고, 커리큘럼 역시 기존 강의에 NCS 관련 자료를 조금 추가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인사담당자들 “솔직히 우리도 싫어요”


비단 NCS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취준생들만이 아니다. 기업들 역시 자기소개서부터 필기시험, 면접까지 전부 NCS 형식으로 탈바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NCS를 도입한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 아무래도 따를 수밖에 없어 부서별로 직무에 맞는 문제유형 개발부터 자기소개서 평가까지 재편했다”면서 “솔직히 인사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손이 더 가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도 “아직 우리 회사는 NCS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채용 과정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만큼 회사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주도형이니 곧 우리도 따르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CS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준비 과정이 기업 입장에서도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현대자동차 등 이미 회사 내 직무능력 평가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은 정부주도형 NCS 도입에 대해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채용체제로도 충분히 지원자들의 직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NCS의 간판에 맞게 채용의 새 판을 짜야 한다면 회사로서도 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입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되레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대형 건설사의 한 인사담당자는 “이미 A사의 직무능력평가 유형으로 필기시험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의 채용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허수 거르기’가 가능한데, NCS를 도입하는 것이 회사나 수험생 모두에게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솔직히 인사담당자들만 고생하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탈 스펙이냐, 신 스펙이냐?

사실 정부가 NCS 도입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 스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채용에서는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지원자의 출신대학, 어학점수, 수상경력 등이 기입된 입사지원서를 통한 스펙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NCS 도입 이후 서류전형에서 직무와 무관한 기재사항은 최소화하고, 직무관련성이 높은 사항(교내외 활동경험, 인턴 등 근무경험, 직무관련 자격증 등) 기재 및 해당 직무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능력 관련 경험 등을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를 제외하면 많은 공기업이 NCS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에서 기본적인 스펙을 요구해 NCS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질타도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에 걸쳐 한국가스공사 등 29개 공기업의 신규채용 현황 및 실태를 분석한 결과 29개 공기업 중 지역난방공사?중부발전?서부발전?동서발전 등 4곳만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에서 학력제한을 폐지했다. 나머지 25곳(86.2%)은 채용공고에는 학력제한이 없으나 입사지원서에 학력 기입란이 있어 실질적으로 학력을 제한하고 있었다.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고학력자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입사지원서에서 스펙을 요구하는 관행은 자격증 89.7%(26곳), 어학점수 82.8%(24곳), 수상경력 27.6%(8곳), 해외연수 및 교환학생 13.8%(4곳) 등으로 여전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4월 인턴을 채용하면서 토익 점수 960점 이상인 지원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및 가산점 등의 혜택을 줘 취준생들이 어학점수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절차 또한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더 까다로웠다.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더라도 2차에서 전공필기 및 인·적성시험 또는 NCS형 필기시험이 뒤따른다. 스펙을 걷어내는 것이 NCS 도입 취지이지만 스펙은 스펙대로, NCS는 NCS대로 2중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면접 전형도 단순한 질의응답이 아니라 핵심역량, 토론, PT발표, 영어, 임원진면접 등 두세 차례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필기전형의 경우 주로 전공필기?시사상식?한국사?논술과 같은 단답형 문제나 서술형 고사를 치른다. 대졸 수준의 난이도라고 밝히고 있지만 취준생들은 보통 5급 국가고시나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직무중심 넘은 열린 채용 뒤따라야


물론, NCS 기반 채용이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실효성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NCS 도입 찬반 양측 모두 NCS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열린 채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 대해서는 한 목소리다. NCS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기업이 일괄적으로 반영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 적용하는 평가 요소와 기준이 NCS가 정한 바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처음 도입된 NCS는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민간기업에서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입한 기업들의 평가 시스템도 중구난방이어서 혼란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취준생들이 NCS 도입 이후 되레 채용의 기회비용이 더 늘어났다고 느끼는 이유다.


앞으로 국가적 차원의 표준화된 직무능력 평가 시스템이 정착되어 교육과 산업현장에서 이를 활용한 체계적인 직업교육과 인적자원 개발이 이뤄진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기반을 토대로 학생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과 직무능력을 키울 수 있고, 이런 직무표준은 국내를 넘어 해외취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제 막 NCS의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미니 인터뷰> 손원형 엔씨에스테스트 대표

“NCS 정착하려면 기업도 수시채용 시스템으로 바꿔야”


“현재 취준생들이 NCS의 취지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배경에는 아직 우리 사회에 NCS 기반 채용에 부합하는 인사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NCS 평가도구 개발 전문업체인 엔씨에스테스트 손원형 대표는 “NCS를 가장 먼저 시도하는 공기업 채용의 경우만 봐도 여전히 대형 공채 인사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NCS를 도입한다고 해도 한 해 수만 명의 지원자 중 옥석을 고르기 위해서는 결국 스펙 위주의 서류 평가에서 대부분 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업들의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NCS는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자질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지,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 학업성적이 높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금의 대형 공채 시스템으로는 NCS 채용을 실효성 있게 반영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어요. 적어도 부서별 혹은 분기별 수시채용이 이뤄져야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더욱 효율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손 대표는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2~3년은 일종의 과도기를 거쳐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 과도기를 제대로 넘기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만큼이나 기업들도 NCS를 어떻게 적용할지 정확한 틀을 제시해야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시작은 채용공고문부터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손 대표의 주장이다.


“가령,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채용공고를 내면 ‘어떤 인재를 뽑는다’는 내용보다 단순히 직무분야 나열에만 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NCS가 정착돼 있는 유럽?호주?미국 등에서는 채용공고마다 기업에서 뽑고자 하는 인재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죠. 이런 정보가 많을수록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