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JOB) 청년 스토리]

꿈? 기획? 고민은 굵고 짧게


글 문현우 코아유 대표




“저와 함께 ‘아리랑 세계 일주’를 떠날 국악 인재 두 명을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2013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아리랑 세계 일주를 기획하던 나는 국악과 기획에 관한 한 ‘ㄱ’자도 모르는 초짜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전국의 국악과에 다짜고짜 연락해 국악 인재를 추천받는 일이었다. 뜬금없는 나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수화기 너머로 보이는 듯했다.


세계 일주를 떠날 돈도 없었고 제안서도 없었을 뿐더러 국악도 전공하지 않은, 믿을 만한 구석 하나 없는 내게 선뜻 자신들의 인재를 추천해줄 리 없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전화는 끊어졌고, 나는 허탈해져 전화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10여 분 뒤 전화가 울렸다. 서울대 국악과였다.


“판소리 전공자와 대금 전공자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판소리 전공자 신유진과 대금 전공자 임정민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을 앞에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어쩌다 이렇게 빠른 결정을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들은 “조교님께서 단톡 방에 올린 ‘아리랑 세계 일주 선착순 2명’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보고 바로 기회다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그들이 나와 함께 세계 일주를 떠나고자 결정한 시간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한 결과가 아니었다. 불과 10여 분 만에 결정한 일이었다.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우리의 고민은 굵고 짧았다.


고민을 길게 할수록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여행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행기 티켓부터 끊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숙박, 식사, 비자, 보험 등에 대해 고민하다 이내 떠나지 못하고 미뤄버린다.


간혹 우리는 고민을 길게 할수록 좋은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홍콩 배우이자 감독인 왕가위는 무수한 명작을 만들었지만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고 말했다. 길게 고민할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님을 방증하는 말이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초기작을 보았는가? 초기 1권의 어설픈 그림체와 완결작인 24권의 그림체가 확연히 다르고, 권을 거듭할수록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리랑 세계 일주를 떠나려던 나는 어떠했는가? 가야금과 해금도 구분할 줄 몰랐고, 가야금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 마이크를 엉뚱한 곳에 설치하다 연주자들에게 혼나기도 했을 정도로 초짜였다.


지금은 어떤가? 악기의 구성을 조합하고, 연주자들에게 다양한 기획안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초짜인 나를 탓하며 ‘더 공부하고 떠나자’고 생각했다면 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세계 일주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무언가 꿈꾸는가? 무언가 기획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무엇을 시작하기에 완벽할 때는 없다. 백지상태에 마음껏 그리고 쓰고 지우고 깨지고 배워가며 한 과정 한 과정을 통해 살과 근육을 붙여가라.

때를 기다리지 말자. 때는 바로 당신이 꿈꾸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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