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우리에게 삶의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실험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을 위한 연구’를 위해 대기업 연구소 등은 물론 여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이 각 대학 산학협력단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학생들의 기술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지원하는 ‘산학협력’은 더 훌륭한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창조성·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을 양성해낸다.


이런 취지를 실현 중인 수많은 기업과 대학, 학생들 가운데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특허기술을 개발해낸 팀이 있다. 올해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만나보게 될 창원대 바이로봇 팀의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를 소개한다.



층간소음, 우리가 한 번 해결해볼까?


층간소음,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가 해결한다


날로 발전하는 의료기술과 삶의 질 향상으로,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인구의 고밀집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한된 국토면적으로 인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세워 주거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이로 인해 층간소음이라는 문제점을 안게 됐다.


김낙현(창원대 기계공학부 10학번, 바이로봇 팀 회장) 씨는 고등학교 시절 집에서 공부할 때면 위층에서 쿵쿵대는 소음 때문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에게 소음 때문에 기숙사 위층에 사는 학생에게 찾아가 항의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소음이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위험 가운데 하나이고,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폭력이나 범죄 등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를 일으킨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씨는 “바이로봇 팀원들과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편을 겪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고 구체적 아이디어 구상과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따로’가 아닌 ‘같이’의 가치


층간소음,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가 해결한다


바이로봇은 창원대 LINK사업단으로부터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받아 2015년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백색 소음기 개발을 진행했다. 개발 기간 동안 바이로봇 팀원들은 설계, 프로그래밍, 제작 등 각자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냈다. 팀원들은 구상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초기 모델을 제작했다.


모델이 동작하는 것을 보고, 설계를 맡은 팀원과 피드백하며 수정할 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반복·보완했다. 팀원들은 중간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주간·월간 개발 진행과정을 꼼꼼히 기록, 부족한 점이 없는지 체크해 최선의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로봇의 다른 팀원은 “사실 우리는 실무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백색 소음기가 완성되는 기간 동안 배우는 과정이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기대와 더불어 걱정도 많이 했지만 참여기업인 한토커팅시스템 측의 설계·디자인에 관한 기술적 조언 등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토커팅시스템(주)은 효율적 절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절단기 업체다. 바이로봇의 프로젝트에 동행해 백색 소음기 개발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참여기업이다.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란 무엇인가?

바이로봇이 개발한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작동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전기회로에 전원을 공급하면 백색 소음기는 대기 상태가 된다. 이때 백색 소음기가 설치된 장소에서 소음이 발생하면 ‘진동감지 센서’가 작동한다. 대부분의 센서가 열, 빛, 온도 등의 물리적 변화를 감지하는 반면, 백색 소음기 센서는 소리의 진동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층간소음,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가 해결한다



센서에 감지된 소리 신호(소음)가 아두이노로 전달되면, 아두이노가 백색 소음 스피커와 LCD를 작동시킨다. 백색 소음은 출력 명령을 받은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오고, 소음을 발생시킨 위층은 LCD 화면을 통해 층간소음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다.


진동감지 센서에서 소리 진동(소음)을 정상적으로 감지한다고 하더라도 아두이노가 고장 난 상태이거나 C언어의 입력이 잘못돼 있다면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다. 따라서 전체 작동을 총괄하는 아두이노는 백색 소음기의 ‘심장’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스피커와 LCD 출력 후, 전원이 투입 중인 상태라면 소음기는 다시 대기상태로 돌아가고, 그렇지 않다면 작동을 종료하게 된다.


층간소음,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가 해결한다


우리의 일상은 진동으로 가득하다. 말을 할 때 입에서 나오는 소리, 손으로 가방을 드는 순간 가방과의 마찰을 통해 발생한 소리,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 등이 모두 진동을 발생시킨다.


김 씨는 “백색 소음기는 위층이나 아래층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인식되는 ‘소리 진동’을 감지한 후 주변의 소음을 중화하고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백색 소음을 스피커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원은 “우리가 개발한 백색 소음기는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며 “소음이 많은 산업 현장은 물론 지진 감지, 방에 혼자 누워있는 아기가 엄마를 찾아 몸을 뒤척이면 그때 발생한 진동을 거실에 있는 엄마에게 신호로 보내기 등 진동을 감지해 신호로 내보내는 원리를 바탕으로 살아가며 겪는 불편함이나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 산학협력이 완전 소중한 이유는?

“과학에서 완전한 새로움은 없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기술이나 원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과물도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진동의 하나인 소리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죠.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저희의 가능성을 키워준 것이 바로 산학협력이었습니다. 캡스톤 디자인 활동을 통해 늘 연구하고 실험하는 태도가 좋은 기술 개발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도중 바이로봇 팀을 지도한 대학원생 나영민 씨는 백색 소음기 개발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말했다.


층간소음, ‘진동감지 백색 소음기’가 해결한다



바이로봇 동아리 활동의 근본은 ‘생체모방’이다. 팀원들은 인간의 몸, 물고기, 지네 등 특정 생물체의 모션에서 이로운 점을 발견한다고 한다. 그러한 액티브를 적용한 기술을 개발해 현대인이 살아가며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게 바로 바이로봇이 활동하는 목표이자 이유다.


김 씨는 ?“옥션마켓을 포함한 이번 산학협력 엑스포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고 귀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사진 손지은 대학생 기자 (창원대)

온라인 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