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 대자보 주인공 인터뷰

“아이들을 획일화하는 데 선배로서 참을 수 없었다”



“국정교과서, 대학생이 무슨 상관?”에 대한 연세대생의 립장(인터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붙은 '국정교과서' 관련 대자보. 사진=이도희 기자



지난 10월 19일, 연세대, 자칭 ‘련세대’에 국정교과서를 다룬 대자보가 등장했다. ‘국정교과서에 찬성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좌파세력이 지금처럼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는 강한 문장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 메시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사실 ‘국정교과서 문제’는 대입을 앞둔 중등교육과정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에게만 관심거리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연세대를 포함해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생들의 대자보 부착 행렬은 이게 ‘오판’이었음을 알려줬다.



“국정교과서, 대학생이 무슨 상관?”에 대한 연세대생의 립장(인터뷰)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대자보의 내용을 읽고 있는 학생들. 사진=이도희 기자



19일, 직접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를 찾았다. 대자보는 연세대 학생회관 앞 새로 생긴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두꺼운 테이프와 새로운 종이를 들고 다가오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번 대자보를 직접 만든 주인공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그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 대자보는 혼자 계획한 것인가?


그렇다. 나는 평범한 연세대 재학생이고 혼자 구상해 실행했다. 간혹 대자보 붙이는 일 등은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오늘도 친구와 함께 붙이러 왔다.


새로 가져온 대자보는 무엇인가?


컬러버전이다. 눈에 더 잘 띄게 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을 붉은 글씨로 강조해봤다.


대자보를 붙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의 국정교과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미가 좋은 대자보라도 평범하게 해서는 효과가 별로 없더라.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색다른 방식의 대자보를 붙이게 됐다.



“국정교과서, 대학생이 무슨 상관?”에 대한 연세대생의 립장(인터뷰)

현재 연세대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관련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이도희 기자.



내용은 얼핏 국정화를 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어조를 택한 이유가 있나?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의견 중 현 정부가 가장 거북해할 만한 게 ‘북한을 좇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점에 착안해 의견을 더욱 강하게 어필하는 방법으로 북한 어조를 앞세우기로 했다. ‘지금 정부의 행태가 북한과 다를 게 뭐가 있겠나’라는 생각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미 중등교육을 받은 대학생이다. 교과서 문제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선배로서 참을 수 없었다. 현 정부가 아이들을 원하는 대로 획일화시키려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대학생과 대중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도 있을 텐데.


현재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메신저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데 있다. 신분이 공개되면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부터 보지 않을까 우려됐다. 재작년 고려대에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을 때도 정부는 이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의 내용을 가지고 노동당당원이라며 비판했다. 다른 학생들도 메시지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게 널리 퍼져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날, 나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