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실행력> 저자 박성진

“실패를 모아두니 어느새 성공으로 변해있더라고요”


<미친실행력>의 저자 박성진 씨는 책을 통해 실행력이 가진 미치도록 강한 힘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지금 실천하라’던 그의 강연을 듣던 날, 포기하려던 한 중견기업에 지원해 합격한 지방대생에게 감사 전화를 받았을 때라고 한다.



PROFILE

박성진

1986년생

2010년 청주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2012년 BGF리테일 입사

2015년~ BGF리테일 특수개발팀 재직



‘실행력’이라는 키워드로 만 29세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펴낸 박성진 씨의 어린 시절은 녹록치 않았다. 알콜중독자였던 아버지는 도박으로 돈을 잃은 날이면 집에 돌아와 물건을 부수기 일쑤였고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다. 8살 아래 동생은 고스란히 박씨의 몫이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 그는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며 평소에 즐겨 읽던 만화책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중3 때는 학교 만화그리기부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미술에 큰 재능이 없었던 그는 동아리 안에서 가장 그림을 못 그리는 축에 속했다.


그러나 낙심하지 않았다. ‘낙서라도 하면서 걱정하자’라는 마음으로 계속 그림을 그려댔다. 새벽에도 잠이 안 오면 일어나 연필을 쥐었다. 마침내 전국연합대회에서 3위를 거머쥐었다. 대학도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했다. ‘실행’의 힘을 처음으로 맛본 순간이었다. 그의 나이 19세 때의 일이다.



&#39;미친실행력&#39; 저자 박성진 “실패 모아두니 성공으로 변해있더라고요”

<미친실행력>의 저자 박성진 씨를 지난 10월 8일 저녁 5시, 라온북 출판사에서 만났다. 사진=라온북 제공



‘눈으로 보지 않은 기업은 지원하지 말자’는 게 철칙


실행의 재미를 알게 된 그는 대학생이 된 뒤, 이번에는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을 길러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헬스장을 등록했다. 복싱과 함께 마라톤도 했다. 3년 후, 충북체전 복싱부문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마라톤 지역대회에서도 3등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실행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대학 4년 동안 운동에만 매진했던 박씨에게 취업은 역시 쉽지 않았다. 진로를 고민하던 찰나 평소에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디자인이라는 전공에,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까지 겸비한 그는 ‘유통 영업’이라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서류전형 단계부터 문제였다. 이력서에 도저히 쓸 내용이 없었다. 지방대 졸업장에 흔하다는 토익성적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운전면허증 하나였다. 첫 시즌을 과감히 포기한 그는 바로 세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신문스크랩, 현장탐방, 현직자 인터뷰였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매일 업계 소식을 모았고 매장을 직접 돌며 고객을 만나고 상품을 분석했다. 현직자는 학교 채용설명회에서 만났다.


“한 대기업 채용설명회에 한 시간 일찍 가서 맨 앞에 앉았어요. 설명회가 시작되고, 인사담당자가 세 가지 신사업을 물었는데 마침 신문에서 본 내용이었고 다 제가 대답했죠.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설명회가 끝나고는 자기소개서를 들고 인사담당자를 찾아갔어요. 형평성 때문에 내용을 봐줄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기다렸죠. 마침내 학생들이 모두 빠지자 인사담당자가 제 자소서를 봐줬어요. 그리고는 경험들이 신기하다며 꼭 함께 일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며칠 뒤, 서류전형 합격소식을 들었죠.”


이런 ‘발로 뛰는 노하우’를 자소서 곳곳에 녹였던 그는 이랜드리테일, BGF리테일, GS리테일, KT 등에 속속 합격했고 첫 도전에서 서류전형 합격률 70%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눈으로 보지 않은 기업은 아예 지원을 하지 말자는 게 제 원칙이었어요. 신세계 면접 때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을 직접 돌아본 경험을 말했고 BGF리테일 면접 때는 CU편의점 100군데에서 고객을 만났던 이야기를 했어요. 이랜드리테일 자소서에는 1호점과 매출이 높은 두 엔씨백화점 매장을 방문한 소감을 말했죠.”


매출 대박에 신 개념 점포 도입… 두 달간 몸무게 10kg 감량까지


박성진 표 실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BGF리테일에 최종 합격한 후, 경북 안동의 한 점포에 배치됐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없어 선채로 식사를 하고 화장실도 미뤄가며 매장을 지켜야 했다. 어렵게 들어온 회사였지만 고된 생활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그만두려던 입사 6개월째 어느 날, 그의 눈에 판매 성적이 영 좋지 않았던 PB상품 우유가 들어왔다.


‘나갈 땐 나가더라도 한 방을 터뜨려보자’는 마음으로 이 우유를 키워보기로 한 그는 우선 주부고객을 대상으로 우유 구매 기준을 설문조사했다. 결과는 크게 품질과 맛. ‘일반 소비자가 맛을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은 그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감행했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남은 건 품질, 곧장 제조공장에 전화해 자사 우유의 장점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 장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홍보 전략으로 잡았다.



&#39;미친실행력&#39; 저자 박성진 “실패 모아두니 성공으로 변해있더라고요”

<미친실행력>의 저자 박성진 씨를 지난 10월 8일 저녁 5시, 라온북 출판사에서 만났다. 사진=김기남 기자



휴가까지 쓰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직접 종로의 한 인쇄소에서 우유곽, POP 등 홍보물을 만들어 안동 매장에 깔았다. 곧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판매량이 20배 증가한 것. 금방 담당 팀장에게도 알려졌고 팀장의 권유로 자정을 넘겨 기획서를 제출한 다음날 아침, 그의 휴대전화는 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불이 났다. 우유제조업체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최근 대전 대덕대학교 안에 들어선 100평짜리 CU 카페테리아점 역시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여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형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PT를 한 달간 준비했다. 당일엔 주방장 옷을 입고 빵과 커피를 준비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주일 뒤, 심사위원으로부터 ‘열정에 졌다’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날의 감격은 실적으로 이어져 전국 매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매장이 됐다.


현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청년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지난 9월 두 번째로 연 ‘행동하는 토크쇼’에서는 110명의 청년과 소통했다.


&#39;미친실행력&#39; 저자 박성진 “실패 모아두니 성공으로 변해있더라고요”

“저도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실패도 많이 해봤고요. 하지만 실패가 나중에 꼭 성과로 돌아오더라고요. 우유마케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대학 4학년 때 서울우유 마케팅공모전에 도전해본 덕이죠.”


최근에는 술자리가 잦은 영업사원에게 숙명과도 같은 뱃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에도 돌입했다. 60일 동안 닭 가슴살을 삶아서도, 갈아서도 먹으며 마침내 체지방을 3%대로 줄였고 몸무게도 10kg 감량했다.


“언제 실행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실행 사인을 기억하세요. ‘다음에 할까?’라는 생각이 바로 실행사인이죠. 한 번은 운전을 하다가 문득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실행 사인이 울리는 순간 바로 유턴해 1년 치 학원 수강료를 계산했어요. 운동을 하기 귀찮다면 러닝머신 위에서 갈등하세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요? 우선 자기소개서부터 쓴 뒤 걱정해도 늦지 않아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