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마지막 화


#Day 10.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다


명지대 4명의 친구가 6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동유럽 자전거 종주에 나섰다. 남다른 계절학기를 보내겠다고 해서 팀 이름도 <계절학기>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총 49일간 계속되는 이들의 여행기를 두 달 동안 싣는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몬테네그로(Montenegro) ‘두려움’ : 지호의 일기


크로아티아에서 몬테네그로에 들어가기 전, 많은 사람을 만났고 몬테네그로에 대해 여러 가지를 들었다. 웬걸, 몬테네그로에는 산이 많단다. 크로아티아에서 예상치 못한 가파른 산들을 넘다 보니 앞으로의 오르막길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때보다 컸다. 계속 “기차 찬스 한번 쓸까?”라는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결국 타지 않았고 국경을 넘어 드디어 몬테네그로에 도착했다. 달리고 또 달렸다. 예상과는 다르게 몬테네그로의 길은 평탄했고 심지어 경관도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그동안 어떤 일을 하기 전부터 두려움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힘들면 어쩌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라며 걱정부터 했다. 그런데 이번 몬테네그로에서의 라이딩을 통해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시작하기 전 내가 가져야 했던 것은 ‘두려움’이 아닌 일단 부딪혀 보는 ‘시도와 용기’이다.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것이 큰 걸음이 아니어도 좋으니 일단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별거 아닌 일들도,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는 것이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우리 자전거 팀 복에 왜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라는 문구가 적혀있는지. 인생은 정말 자전거 타는 것과 같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젊음이라는 엔진을 달고 한걸음 한걸음 도전적인 인생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Albania - 알바니아 : 찬빈 ‘Enjoy’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 도착한 날, 크로아티아에서 만났던 자전거 여행자 윌리엄과 연락이 닿았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던 윌리엄을 숙소로 초대하여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였다. 길에서 두 번을 마주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닌, 반드시 만날 ‘인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윌리엄과 한국에서 온 우리는 살아온 환경, 생활 및 사고방식 모두 달랐다. 하지만 너무나 다른 서로 간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빠르게 흡수하는 그의 경청하는 자세와 진지한 태도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무엇보다 함께 알바니아를 여행하며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단순히 자전거로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지를 방문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나라의 문화를 어울리며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윌리엄이 항상 우리에게 격려하며 응원해준 ‘Don’t forget to enjoy riding’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며 우리의 삶도 자전거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힘겹게 올라가고 난 뒤에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주는 달달함 같이 오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깨달으며 즐기고 있었다.

지호형이 말하는 인생과도 같은 라이딩, 즐기지 않고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까. 앞으로 남은 길 더욱 즐기며 나아가자.

Greece - 그리스 : 승혁 ‘New challenge’

도착하였다. 마지막 목적지 그리스 아테네. 그래서 우리는 10개국 자전거종단 완주를 기념하고 더불어 대한민국의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아테네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갔다. 가서 애국가를 부르며 우리만의 기념을 하자는 취지에서이다.


우리는 1,2,3등이 쓰여져 있는 시상대로 올라가 태극기를 펼치고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만세를 하며 시상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저 멀리에서 최고라는 손짓과 함께 대한민국 화이팅! 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뵈었더니 한국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셨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서로 인사하고 여러 이야기들을 하다가, 대화 도중에 우리가 애국가 제창을 다같이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였는데, 좋다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대한민국 국기를 펼치고 애국가를 20-30명이 다 함께 부르니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가슴이 벅찼다.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더 자랑스러워졌고, 어느 어머님께서는 눈시울이 붉어지시기도 하였다. 그렇게 제창을 끝마치고 헤어지려는 찰나에 어느 한 어머님께서 악수를 요청하시며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다. 그리고 "이 시대 대한민국에 자네들 같은 젊은이들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희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한 것은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 하는 것들 때문에 못하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조국을 가슴에 품고 하고자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것. 이것이 전부이다. 이것이 희망을 야기시켰다면 나는 결코 현실과 타협해서 희망을 내 머리 속 한 구석에 가둬 두고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정말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는 그리스 아테네가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의 길, 도전의 장소로 다시 세워져 우리의 삶을 이끌 것이다.

Epilogue : 훈호 ‘젊은 인생’

여행을 떠나기 전, 어쩌면 우리의 여행은 ‘슬픈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대학생이라는 청춘의 시기에 떠날 수 있는 마지막 여행, 그리고 이렇게 길게 떠나는 여행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또한 ‘무모한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모험과도 같은 이번 여행을 경험해 본 사람도, 자전거 여행을 국내에서조차 해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슬픔과 무모함, 그리고 수 많은 감정들을 안고 떠난 우리의 여행은 어떠했나 되돌아 볼 때, 우리가 들고 간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짐은 줄었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더 크고 놀라운 것들이 늘어났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마지막화. “젊음을 아끼지 말기를”



그 안에는 자신감, 희망, 사랑 등 우리가 한국에서 방학을 보냈더라면 쉽게 얻을 수 없었을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강의실이 아닌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자는 대학교 4학년 네 남자만의 ‘계절학기’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상상과 부족한 계획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젊음’이다. 젊음은 얻으려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남아 있는 시간 안에서 ‘오늘’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여행자가 이야기 해 준 “젊음은 몸이 아닌 마음에 있다”는 말처럼 젊다고 생각하면 죽는 순간까지도 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을 분명하게 경험한 이번 여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젊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49박 50일이라는 시간 동안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날들을 보낸 우리 네 명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가 젊음을 아끼지 않는 삶을 살길 희망한다.


글·사진 계절학기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⑫ 떠나야만 하는 우리, 그리고 오스트리아로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⑪ 체코 프라하, 사람이 머문 곳에 사랑이 있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⑩ 파스로 통증을 이겨내며, 프라하에서의 첫날밤!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⑨ 전쟁에 대해 배우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⑧ 폴란드의 마지막 여정, 쿠라쿠프 도착!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⑦ 폴란드 4000km의 여정을 달리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⑥ 폴란드 바르샤바 관광을 하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⑤ 폴란드에서의 일기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④ 동유럽 앓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 중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③ “폴란드에 잘 도착했습니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② 공항 도착! 세 얼간이의 비행 시작!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① “‘젊음’이라는 엔진을 달고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