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학교,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정책이잖아요. 공업계열에 서둘러 도입하고 전 직종으로 늘려야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인터뷰



황우여 부총리가 플라톤의 행복론을 강조한 까닭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 걸린 백두산 천지 그림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교육과 직업을 연계하여 학생들이 소질에 맞는 직업을 찾도록 하는게 행복교육의 본질”


“직업교육이라는 것은 굉장히 본질적인 겁니다. 우리가 그동안 교육과 직업을 분리했던 거예요. 교육은 교육대로 받고, 교육을 마치고 나면 직업전선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죠. 이제는 직업을 교육의 한 가운데 집어넣고, 학생 때부터 무슨 직업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한테 맞는 직업을 찾아서 몸을 던져서 하는 것, 거기에서 우리 삶의 희열이 나오고, 나중에 행복으로 승화되는 것 아닐까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얘기했듯이 행복이란 자기의 본성과 내면에 있는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일할 때 나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 부총리가 강조한 ‘본질적 직업교육’과 ‘행복교육’은 얼마 전 깜짝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2017년까지 전국 203개 공업계열 특성화고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도제학교를 매년 10개 정도씩 확대할 계획이었던 기존 일정을 확 앞당겨 올 하반기에만 41개교를 추가로 선정키로 한 것이다.


“지난 1년간 기억을 되살릴 시간도 없이 달려왔다”는 황 부총리를 <캠퍼스 잡앤조이/1618> 손희식 편집장이 만났다.


‘도제학교 운영 방안’을 당초 교육부 일정보다 앞당긴 이유는 뭔가요?

교육과 직업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거죠. 원래 계획대로 하면 2018년까지 41개교로 확대하는 것인데, 그럼 백년하청(百年河淸)이에요. 아이들이 볼 때는 (이 정책 하나로) 인생이 걸릴 수도 있거든요.

도제학교 시스템은 독일이나 스위스 등 세계적으로 이미 보장된 제도인 데다 우리도 올 상반기에 9개 학교에서 테스트했더니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체험했죠. 그래서 모든 공업계열에 대해 시행을 결심하게 된 거죠. 원래 우리도 무릎 꿇고 하나하나 배웠던 전통적인 방식이 있었는데, 그런 걸 되살려야 해요.

도제교육을 조기에 안착시키려면 기업의 참여가 관건일 텐데요.

우선은 41개의 국가산업단지가 있잖아요. 여기에다 해보는 거죠. 올해 초에 산업단지공단과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이렇게 현장중심으로 하면 가능합니다. 그 대신 각 시·도 교육감들이나 산업체에서 빨리 이해를 해서 같이 나아가야 합니다.

교육 내용이 ‘기업’에서 와야 합니다. 학교만 잘해서는 힘들어요. 기업이 학생들을 직원으로 인식하고 학교 선생님한테 ‘우리 학생을 이렇게 가르쳐달라’고 얘기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공업계열 외에 상업, 수산업 등 다른 분야의 도제교육 계획도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더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부가 해야 될 역할이 어느 직종에 몇 명의 사람이 필요한지를 계산해내야 합니다. 사회 산업수요를 빨리 측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현재 고용노동부가 하고 있는 일자리 계산 방법과 더불어 우리가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느냐 하는 사회 수요를 측정하고 예측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뿌리산업뿐만 아니라 전 직종, 모든 분야로 넘어가야 하는 거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직무능력을 키우면 취업이 되는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 NCS”


황우여 부총리가 플라톤의 행복론을 강조한 까닭은?

내년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교육과정에 도입됩니다만.

NCS 기반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중심으로 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해서 ‘아는 교육’에서 ‘할 줄 아는 교육’으로 개편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교육은 학교 위주였어요. 이제는 바꾸자는 겁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원하는 회사에 필요한 능력이 있느냐를 먼저 확인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우리 회사에는 NCS의 어떠한 항목이 필요하다’라고 명시하면 그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은 그 공부를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스펙이 아니라 직무능력사회로 바뀌는 거죠. 아이들이 ‘수능을 못 봐서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못 갔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본인이 원하는 NCS를 따면 회사에서도 채용을 한다는 겁니다.


학교 교육 시스템도 많이 바뀌어야 할 텐데요.

그래서 학교 기능이 중요한 거죠. 학교의 기능은 이제 ‘인성 교육’으로 넘어가야 해요.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NCS의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주는 곳이 바로 학교가 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예컨대 날카로운 칼을 하나씩 준다고 생각해봐요. 어떤 이에겐 살인 무기가 되지만, 의사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죠. 그러니까 담는 그릇이 무엇이냐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 똑같다 할지라도 결과는 달라진다는 겁니다. 교육이 아주 폭발적인 이노베이션의 시대에 들어갔다, 이렇게 설명해요.


도제교육과 NCS 외에는 어떤 교육 정책을 펴실 건가요?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만, 이제는 선진국 추격형 교육을 끝내야 합니다. 노벨상은 그런 데서는 안 나오죠. 그런 교육의 결과로 너무 무한경쟁을 하다 보니까, 학생들에게 왜 공부하는지를 물어보면 ‘취업을 하기 위해서, 대학 가기 위해서’라고 해요. 그런데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아니라는 겁니다.

인생이라는 게 이모작·삼모작인데, NCS와 도제교육을 해서 너무 취업을 빨리 하면 후회할 수가 있잖아요. 이제부터는 행복한 하나의 인간을 그야말로 교육에 의해서 단순한 인재가 아니라 행복한 인재라는 목표를 정한 거죠.

그래서 교육도 그런 의미에서 ‘행복교육’을 목표로 잡고 중학교 때부터 각자 갖고 있는 꿈과 끼를 찾아내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겁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중학교 선생님들이 진로 체험이나 방향을 정확히 해주셔야 해요.



“마이스터고는 정규 학제로 육성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방안 검토”


마이스터고 지원방안도 궁금합니다.

마이스터고 지원을 왜 축소하느냐 하는 비판이 있어요. 내가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옛날에는 국가가 ‘특별교부금’(국가가 지방재정의 지역간 균형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재원)이라고 해서 조금씩 주면서 이걸 마중물을 해준 건데, 이제는 아주 학제 안에서 일반 교부금으로 하라고 얘기를 한 거예요.

예외적이고 시범적인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제 근간을 이루는 정규 학제로 하라는 뜻인데, 예산 지원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다시 검토하라고 했어요. 마이스터고는 우리가 장인을 키우는 거거든요. 이거는 대학이고 대학원이고 박사고 부럽지 않은, 기술에 있어서는 정말 고려청자를 만드는 사람을 키우는 거예요.


일선 교사나 학부모들 사이엔 양질의 고졸 취업처가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이 향상은 되고 있습니다만, 최근 들어서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고졸 취업이 줄었다는 평이 있어요. 분명한 건 특성화고 취업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제는 인문계 아이들 중에 특성화고에 못 가서 야단인 아이들이 많다는 거예요. 특성화고에 관한 정책들은 현 정부에서도 최대의 관심을 기울여 나갈 겁니다.



황우여 부총리가 플라톤의 행복론을 강조한 까닭은?


취업한 다음의 ‘후진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신가요?

아시다시피 졸업생들이 취업 후에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재직자특별전형이나 계약학과, 국비유학 등 다양한 후진학 제도를 마련하고 있어요. 근데 지금 대학을 보면 고등학교 나온 애들을 받고선 문을 닫아버리잖아요. 선취업 후진학의 문을 열려면 대학이 애들만 뽑는 게 아니라 직장인도 뽑아야 해요.


대학 구조조정은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대학 문제가 사실은 골치 아프잖아요. 대학이 바뀌어야 특성화고도 숨을 쉬게 되잖아요. 직장인을 안 뽑으니까 한쪽에선 대학을 문 닫아야 하고, 한쪽에선 엄청난 국가 돈을 들이면서 다시 폴리텍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럴 바에야 문 닫는 대학을 그런 데에 쓰면 얼마나 좋아요.


고졸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거치며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과 같은 전문 기술·기능 인재를 많이 배출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만이 아니라 기업도 ‘내 학교’라 생각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준비했으면 합니다.

기술·기능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유망 기업으로 진출하고, 더 필요하면 진학도 해서 우리 사회와 교육을 바꾸는 주인공이 되어 줄 것을 우리 학생들한테 당부 드립니다.


정리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