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동경표류일기


<동경표류일기>는 일본 만화계의 거장 타츠미 요시히로의 <극화표류>를 바탕으로 그의 인생과 만화를 함께 엮어낸 애니메이션이다. 거친 선과 언뜻 보이는 여자의 나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극화’다.


<동경표류일기>는 1945년 종전 후부터 6070년대 경제 성장기까지 그 속을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산업화, 미군 통치까지 다양한 일본의 시대상을 담담하게 묘사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은 일상적이면서도 비극적이다.


일본과 조금은 미묘한 관계를 지닌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는 편치만은 않다. 세계 2차 대전을 다루면서 전쟁을 주도한 모습보다는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피해 모습만 강조한 것이나,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영웅이라고 표현한 것 등, 불편한 묘사가 곳곳에 깔려있다.


그러나 <동경표류일기>는 전쟁 그 자체보다는 시대에 끌려가는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한다.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이고, 선과 악이 뒤틀려 있는 현실이 <동경표류일기>에 들어있다.


<동경표류일기>는 다섯 개의 짧은 단편과 타츠미 요시히로의 삶이 교차되어 보여 진다. <동경표류일기>는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 번째 단편, <지옥>을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현실에서 선과 악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고. <지옥>은 1945년 히로시마 원폭 이 후, 원폭에 피해를 촬영하는 종군사진작가 고야나기의 이야기이다. 고야나기는 ‘어머니를 안마하는 아들이 피폭 된 순간’을 촬영하면서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지만 현실은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어머니를 안마하는 모습이 아닌, 어머니를 죽이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폐륜은 히로시마라는 배경과 겹쳐져 더욱더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언론에서 바라는, 세상이 바라는, 효심깊은 모자는 현실 속에서는 뒤틀린 관계였을 뿐이다.


두 번째 단편은 산업화된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묘사한 <내 사랑 몽키>라는 작품이다. 이 편은 산업화로 인한 인간의 소외감을 다룬다. 세 번째 단편은 곧 퇴직을 앞둔 중년 남성 하나야마가 주인공인 <남자한방>이다. <남자한방>은 일본을 움직였었던, 그러나 곧 사회에서 밀려나버릴 중년남성의 심리를 치밀하게 다룬다. 네 번째 단편은 만화가의 속내를 보여주는 <안에 있어요>이다. 이편은 다른 편과 다르게 희극적이다. 다섯 번째 단편은 미국통치 시절에 일어난 양공주 이야기, <굿바이>이다.


<동경표류일기>에서 다루는 소시민의 삶은 비극적이고도 비참하다. 전쟁과 급격한 산업화, 미군통치와 가정에서 소외된 중년까지 이 영화는 다양한 계층을 다루면서 선악이 구분되지 않는 사회와 소시민의 속내를 관통한다.


이 영화가 많은 언론에서 극찬을 받은 이유는 우리 모두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고, 이 주연들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덤덤한 색채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사회를 보는 시선은 사회가 덮어왔던 어두운 부분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타츠미 요시히로는 이 영화에 끝자락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많다." 비록 그는 타계했지만, 그가 보여준 20세기의 세상은 21세기에서도 여전한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최우혜 대학생기자(서울시립대 경영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