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채가 끝난 지금, 취업준비생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몸소 상반기 취업준비기를 들려줬던 ‘명랑취업도전기(명취도)’ 5기 중에는 당장 다음 주부터 인턴실습에 돌입하는 멤버도, 하반기 취뽀를 위해 다급히 영어학원에 등록한 멤버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느 취업준비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이들의 현재와, 또 미처 전하지 못한 과거를 듣기 위해 두 번째 모임을 만들었다. 이중 급히 면접 일정이 잡힌 ‘매덩’은 참여하지 못했다.


6월 19일 오후 6시, 한국경제신문사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명취도 5기가 다시 한 번 뭉쳤다.



[명랑취업도전기 5] 취업준비생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6월 19일 오후 6시, 한국경제신문사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명취도 5기가 다시 한 번 뭉쳤다. 왼쪽부터 김명섭, 이세민, 임종권 씨. 사진=이도희 기자



상반기 공채도 끝났는데,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요?


임종권(이하 종권) 어제 막 기말고사가 끝났어요. 이제 4학년 2학기를 준비해야죠.


이세민(이하 세민) 전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두 번째 지원 만에 합격한 건데 여기에서 일하면 강의를 저렴하게 수강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토익점수를 올리려고요.


김명섭(이하 명섭) 전 2주 전에 이번 상반기 마지막 면접을 봤어요. 상반기는 이렇게 마무리된 것 같고, 공기업은 수시로 채용이 있으니 계속 준비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려먼 전공인 법학공부도 더 해야 하고요. 특히 이번 상반기에 사기업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대체로 면접에서 결과가 안 좋았어요. 많이 안타까웠죠.


종권 속상하겠어요 형.


시즌도 끝나고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상태인데 취미활동도 조금 하시나요?


명섭 취미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집 주변 산책로를 뛰어요. 왕복 7km정도 되는 거리죠.


세민 저도 요즘 유산소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게 취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체력테스트를 보는 곳에 지원하려 하시나 봐요?


세민 네. 이번 하반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인턴에 꼭 지원해보고 싶어요. 상반기만 해도 이렇다 할 꿈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이번에 취업 준비를 하면서 운항인턴에 큰 관심을 갖게 됐죠.


자,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이번 상반기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명섭 정말 헬이었어요. 공고 자체도 줄어들었고요. 제가 LG 인적성검사를 보러 갔었잖아요. 보통 한 반에 결시자가 몇 명은 있는데 이 날은 결시자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요새 진짜 힘들구나 싶었죠.


면접 얘기도 해 보면, 이번에 한 신탁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다행히 인적성검사까지 합격해 면접단계에 갔다가 탈락했죠. 안타까운 마음에 탈락 이유를 나름대로 고민해봤는데 듣기로 신탁업은 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해요.


면접 날 마침 정문에서 회사에 대항하는 시위가 있었는데 면접관이 이 시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으셨죠.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이라 당황하고 있다가 워낙 금융권 준비를 하면서 ‘고객이 최우선’이라고 연습했던 게 떠올라 “협력해서 서로 억울한 일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고 답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이런 이미지 부분이 조금 맞지 않은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느낀점이라고 하면 물론 아쉬움이죠. 지난해 일년 정도 취업준비를 했으니 올해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요.



[명랑취업도전기 5] 취업준비생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세민 전 원고에도 썼지만 중간쯤 엄청난 슬럼프가 왔어요. 회의감도 들고 뭔가 빠진 느낌이었죠. 우선 상반기 공채가 많이 안 뜬 것부터 예상 시나리오를 비껴간 거예요. 기다렸던 곳에서 채용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부모님 눈치도 보였고요. 아버지가 정유회사에 다니시는데 저도 함께 정유업에서 일하길 원하세요. 그래서 위험물기능사나 화학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하시죠.


원래 광고를 전공하지 않으셨어요?


세민 광고는 야근도 많고 전공보다는 끼를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생겼어요. 올 초만 해도 막연히 대기업에 가자였는데 이제는 원하는 회사와 직무가 생겼다는 게 저에겐 한줄기 빛과 같아요.


종권 전 취업을 조금 만만하게 봤나 봐요. 이상적인 것만 생각했죠. 이번에 들은 수업이 있는데 교수님이 “토익이나 학점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라며 인성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셨죠. 그래서 착하기만하면 되는 줄 알았죠.


세민 학교 생활하느라 이력서 많이 못 썼겠어요.


종권 정말 학기가 시작되니까 정신이 없었어요. 과제도 많고 시험도 계속보고요. 아 그리고 토익을 안 본다고 해서 따로 준비를 안했는데 토익이 없으니 아예 지원도 못하겠던데요? 공대의 경우 700~750점 정도로 커트라인도 설정해 놓은 데도 많고요.


명섭 그래도 아직 기회가 많잖아요.


종권 : 맞아요. 주위 사람들이 아직 안늦었으니 여행도 가고 실컷 놀라고 하세요. 그런데 부모님이 아직 일하고 계시니 제가 돈을 벌어서 부모님을 쉬게 해드리고 싶어요. 또 어리면 취업에 유리하다고들 하니 어쨌든 지금으로썬 빨리 취업하고 싶어요.

명섭 부모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희 부모님은 크게 터치하지는 않으시는 편이에요. 예전에 한 번 최종합격까지 간 적이 있는데 제가 더 원하는 곳을 준비하겠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죠.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종권 저는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그럴 만한 것 같아요. 절 믿어주실 때 너무 자유롭게 생활해버렸죠.


명섭 그런데 4학년 1학기에는 인턴 말고는 쓸 곳이 없지 않아요?


종권 네 그렇기도 하고 제가 너무 성의 없게 쓴 것 같기도 해요. 산업은행 같은 경우는 자소서를 자필로 쓰도록 했는데 제대로 준비를 못했어요. 아 그리고 요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오늘도 새벽에 다녀왔죠. 비씨카드에서 작년부터 한 건데 새벽에 밥차를 운영하는 거죠. 며칠 전에는 단원 대표로 한 언론사 인터뷰도 했어요.


2주에 한 번씩 원고를 쓰는 건 어떠셨나요?


명섭 생각보다 힘들고 신경도 많이 쓰이더라고요. 전 일을 체계에 맞춰서 하는 편인데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다보니 조금 부담이 됐죠. 하지만 힘들지는 않았어요.


세민 전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명취도를 계기로 얼마 전에 한 커뮤니티와 인터뷰도 했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조금 더 잘 썼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은 남지만요.



[명랑취업도전기 5] 취업준비생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종권 신경써야 할 작은 부분이 생겼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압박도 없었고 편하게 쓸 수 있었어요. 또 ‘2주간 내가 뭘 했나’라며 저를 돌아볼 수도 있었죠.


몇 주전 올려주신 ‘신문 효과적으로 읽는 법’이 호응이 많았어요.


종권 아 정말요? 사실 제가 매일 신문을 꾸준히 읽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마음처럼 안되서 2주치를 몰아서 봤거든요. 그런데 이전기사를 보니 현재의 결과와 맞춰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욱 재밌더라고요. 그런 점을 설명해서 반응이 좋았나 봐요.


아 인터넷상에 제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 좋아요.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 치면 명취도 원고가 나오거든요. 물론 걱정도 돼요. 정신을 놓고 썼는데 나중에 보고 민망하지는 않을까하고요. 그리고 덕분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박영범 이사장님 인터뷰에도 동행할 수 있었는데 당시 NCS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자 이제 곧 하반기 공채시즌입니다. 어떻게 준비하실 계획인가요?


세민 상반기에는 아예 토익 준비를 안했어요. 요새 다들 탈스펙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토익점수가 없다보니 입사 자체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토익준비도 해야 할 것 같고요.


자소서도 미리 쓰고 있어요. 9월이 되면 많은 기업의 공고가 일괄적으로 오픈될 텐데 그럼 쓸 시간이 없거든요. 그래서 상반기 문항을 토대로 미리 준비하고 있죠. 그리고 하반기에는 한 그룹당 한 계열사만 쓰려고요.


명섭 맞아요. 몇 년째 자소서 문항이 그대로인 곳도 많아요. 롯데나 금호아시아나, 이랜드 같은 경우요.


전 전공의 한계가 있다보니 금융이나 공기업쪽으로 계속 준비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상반기에는 인적성단계는 다 합격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세민 전 형과는 반대로 인적성검사 문제집을 풀면 많이 틀리더라고요. 그래서 언어는 수능 비문학 위주로 푸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명섭 고3으로 돌아간 기분이겠다.


세민 맞아요. 수학도 중학교 수준의. 속력과 농도 구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죠. 공식을 대입만 하면 쉬운데 아무리 풀어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트렌드를 아는 것도 중요해서 요즘은 ‘트렌드 인사이트’라는 사이트에서 마케팅 트렌드를 계속 훑고 있어요. 이렇게 미리 준비해서 9월엔 공고에 치이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요.


종권 전 이제 5학점 남았어요. 거의 자유시간이죠. 이번 상반기에 서류부터 탈락한 곳이 많아서 서류합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려고요. 학교 취업센터도 찾아보고요.


명섭 자소서는 재미있게 써 보세요. 저 같은 경우는 의료봉사를 오래했는데 덕분에 제약영업 분야 합격률이 높았죠. 스펙을 위해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아닌데 자소서를 쓰다 보니 ‘이 경험과 지원직무가 딱 맞겠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은 활동을 해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인 것 같아요.



[명랑취업도전기 5] 취업준비생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종권 전 금융권에 입사하고 싶어요. 이쪽 이야기도 재미있고요.


명섭 그럼 은행 홍보대사 같은 관련 대외활동을 꼭 해보세요. 이런 스토리가 정말 중요하다니까요.

세민 맞아요. 대외활동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던데.


종권 그런데 이런 대외활동 업무가 영업이 많잖아요.


명섭 그래도 해야 해요. 은행에 입사하고 싶다면요.


종권 에휴. 현실적으로는 기사자격증을 따는 게 좋은데. 아버지가 기술을 배워놓으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요즘 정년이 짧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게 맞을 것 같고요. 오늘 뉴스 보니까 미국 최고령자 연세가 116세던데 저도 그렇게 살지 모르잖아요. 아무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이 많아요.


명섭 그럼 공기업을 준비해보세요.


종권 공기업은 학점 많이 안 봐요?


세민 전공 안 살리고요?


종권 전기기사쪽으로 준비하면 되니까요.


명섭 학점이 몇점인데요?


종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종권 취업이란 게 너무 이상만 보지 말고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해야겠더라고요. 토익이나 학점도 중요한 것 같고.


명섭 에이 아직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세민 그리고 이공계잖아요. 전 인문계다보니 이공계 친구들이 부러워요. 물론 지방근무할 각오가 있어야겠지만요. 그래서 인문계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명섭 전과하세요!


세민 하하하.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너무 이공계열에 치우쳐 있는데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 한 명을 꼭 만드세요. 취업준비를 혼자 하다보면 쓸쓸한데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종권 저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혼자 있는 것 보다 훨씬 힘이 되더라고요.


세민 현직자를 만나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기업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글만으로는 내용을 알 수 없죠. 현직자를 한 명만 만나봐도 자소서의 틀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끝으로 6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성 있는 지원자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4명이 각자 가고 싶은 회사가 달라서 이런 취향이 조화를 잘 이뤘던 것 같아요.


명섭 그리고 긍정적으로 사세요. 떨어지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이겨내는 게 조금은 쉬운 것 같아요. 서로의 관점이 어긋나서 떨어진 것 뿐이니까요. 너무 심각하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