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느끼는 보편의 ‘사랑’이라는 감정


 [영화리뷰] 한여름의 판타지아

6월 11일 개봉 예정인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차세대 시나아스트' 장건재 감독 연출, '칸이 사랑하는 거장'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제작 참여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사진 = 영화사 제공


낯선 곳이 주는 ‘두근거림’에는 어느 정도의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설렘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여행’은 그 두근거림으로 인해 조금 더 낭만적이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일본 ‘고조 시’라는 낯선 곳을 영화감독이, 한 여배우가 여행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낯선 장소가 관객에게 불안감을 주기 전에, 인간 보편의 고민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그 낯설음은 ‘로망’으로 바뀐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 1부와 2부로 나눠진 옴니버스형식을 지닌다. 1부의 경우, ‘고조 시’에 도착한 영화감독 태훈(임형국)이 새 영화를 찍기 위해 ‘고조 시’를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고조 시 곳곳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비슷한 모습을 지닌 자신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애틋해진 첫사랑, 많은 사람들이 떠나버린 시골의 모습 등등. 각각의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기억, 추억은 물리적인 요소들이 모두 다르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동일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요소들을 초월하여 조화를 이룬다.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조 시’에서도 차로 한 시간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 ‘시노하라’의 한 폐교였다. 과거에는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을 초등학교는 지금까지 건물들은 보존되어 있지만, 더 이상 온기를 느낄 수 없는 폐교가 되었다.


하지만 극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추억을 회상한다. 관객역시 마찬가지이다. 낯선 곳에, 그것도 버려진 곳에서 관객들은 가장 익숙한 감정들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리뷰] 한여름의 판타지아


1부가 흑백으로 진행된 반면, 2부의 경우에는 청량한 색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혼자 여행 온 여배우 혜정(김새벽)은 역전 관광안내소에서 만난 유스케(이와세 료)와 우연히 여행을 함께한다. 함께 이야기하고, 걷고, 밥을 먹으며 이들은 많은 감정을 쌓아간다.


지난 1부가 과거의 쌓였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2부는 현재의 감정을 차분히 쌓아 가는데 중심을 둔다. ‘비포 시리즈’의 셀린과 제시처럼 언젠가 떠나야 할 여행지에서, 지속해야 의미가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쌓아간다. 다만, 셀린과 제시와 달리 혜정과 유스케는 마지막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영화는 그 의문의 답을 관객 스스로 찾길 바란다. 영화를 보며 느낀 관객 자신의 느낌에 온전히 의지하며 말이다.


‘고조 시’라는 가장 낯선 곳에서 이루어지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다분히 ‘보편적’이다. 그것은 감독이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지난 추억과 현재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에 상념이 잠기기도, 매혹적인 현재의 감정에 휩쓸리기도 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이 영화는 보편의 ‘우리’에 대한 이야기 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일종의 환각.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였다.


지연주 대학생기자(단국대 국어국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