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올라서는 최상민


드라마 <복면검사>에서 젊은 시절 여주인공 민희를 짝사랑하는 ‘홍태홍’으로 카메라 앞에 선 배우 최상민. 이름도,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신인배우지만, 그의 낯섦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은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다”는 그의 담백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천천히, 조금씩 올라서는 최상민

자수 장식 재킷과 쇼츠는 모두 쏘잉바운더리, 컬러 블록 티셔츠는 코스, 팔찌는 케이트앤켈리, 스니커즈는 락포트



스물다섯 살에 군대를 제대한 신인배우, 흔치 않은 이력이에요. 배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일곱 살 때부터 열아홉 살 때까지 태권도를 했는데, 열아홉 살이 되자 삶의 방향을 확고히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운동만으로는 미래를 결정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한 분야가 모델이었죠. 그후 모델 아카데미에 들어가 수업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도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확실한 무언가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군에 입대했어요.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군에서 전역할 무렵 본 영화 <올드보이>였어요. 최민식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 캐릭터에 푹 빠지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광고 모델로 데뷔했네요?

2012년 전역 후 2013년에 첫 광고를 찍었어요. 그 전에 보조출연도 하고, 단역도 맡으며 일했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좋은 기회가 생겨 데뷔하게 됐어요. 그곳에서의 활동이 끝나고는 개인적으로 60~70곳의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돌렸어요. 덕분에 좀 더 많은 광고를 찍을 수 있었던 듯해요.


카메라 앞에 처음 섰을 때는 어땠어요?

첫 광고는 TV와 연결해 춤추는 게임 광고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많이 긴장했어요. 다행히 게임 광고여서 즐기면서 할 수 있었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많이 붙었죠.


천천히, 조금씩 올라서는 최상민

네크라인과 소매 라인을 따라 배색이 들어간 니트 톱은 코스, 스트라이프 팬츠는 쏘잉바운더리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았나봐요?

전혀요. 어렸을 때는 대인기피증이 있었어요. 어려운 집안환경 탓이었는지 항상 의기소침해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꺼렸어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돼 머리도 못 들고 다녔죠. 친구들 앞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밖에만 나가면 불편하고 불안했어요. 심지어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났어요. 칭찬도 모두 가식적으로 느꼈고. 그런 성격을 고치고 싶어 맥주집 아르바이트, 방문판매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을 했어요.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극복하고 싶어 군대도 해병대에 지원했고요. 힘든 곳에서 뼈저리게 느껴봐야겠다는 마음이었죠.


<슈퍼대디열><식샤를 합시다2><실종 느와르 M>에서는 단역을 맡다 <복면검사>에서 처음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어요.

사실 화보 촬영차 중국에 다녀오느라 오디션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대본 리딩 전날 연락이 왔어요. 제 영상을 급하게 보내드리고 아침에 리딩에 참여했는데, 좋게 평가해주신 듯해요.



천천히, 조금씩 올라서는 최상민

플라워 패턴 셔츠는 데님앤서플라이 랄프로렌, 팔찌는 티아도라



맡은 역할과 자신의 성격을 비교해본다면?

극중 홍태홍은 시니컬하고 무뚝뚝한 성격이에요. 그래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민희가 다니는 체육관에 꾸준히 다니는 것을 보면 순정파인 듯하기도 하고요. 시니컬한 성격은 저와 반대예요. 저는 밝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친구들이 ‘개그맨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할 정도로요. 반면 순정파는 좀 닮았어요. 누구 한 명을 좋아하면 깊게 좋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태홍 역을 연기하면서 내면의 제 모습이 조금씩 나오는 듯하기도 해요.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다면, 영화에도 관심이 많겠어요?

한정지어 생각하지는 않아요. 드라마,예능,영화 모두 하고 싶어요. 특히 시트콤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허당인 완벽주의자 캐릭터 같은, 재미있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이요. 배우는 단계이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운동을 좋아하니 액션도 해보고 싶고요.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할 수 있겠죠?



천천히, 조금씩 올라서는 최상민

데님 베스트와 슬리브리스 티셔츠는 모두 칩먼데이, 낙낙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의 팬츠는 코스, 팔목에 감은 반다나는 콜록, 샌들은 버켄스탁



대중이 생각하는 최상민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우선 인정받고 싶어요. 이런 역할을 해야지, 어떤 상을 받아야지 하는 목표는 없어요. 단순히 화면에서 가식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모두 멋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유재석 선배님처럼요.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다 보면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항상 겸손하고, 깨끗하고, 또 바른생활을 하고 싶어요. 단번에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도 없어요. 아기에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성숙하려면 그에 필요한 기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차분하게 하나씩 밟아 가면 되지 않을까요? 힘든 것을 알아야 행복도 아는 거니까요.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대학생이죠?

대학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어요. 대학의 과제나 시험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니까요. 한 번 해보고 싶죠. 대학에 갈 기회가 있다면 연극영화과나 운동 관련 학과를 선택할 듯해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거든요. 운동은 제가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친구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대학교 졸업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도전해보라는 말로 응원하고 있어요.


20대 친구들에게 한마디

도전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걱정만 하다보면 시간만 버리게 되니까요. 생각만으로 허송세월하지 않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도전했다 실패하면 그 실패가 경험이 될 수 있고, 그 경험을 발판삼아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무슨 일이든 우선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최상민
1991년생
2013년도 닌텐도 wii(저스트 댄스3) 광고로 데뷔
2015년 드라마 <슈퍼대디 열><실종 느와르 M><식샤를 합시다 2><복면검사>






글 김은진 기자
진행 이동찬 기자
사진 엄효용(DARI 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 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