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고 싶은 후림의 청춘


이어폰을 꽂고 백팩을 바짝 죄어 멘 모습으로 나타난 이후림은

“열여덟 살이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스물네 살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굳이 ‘열여덟 살’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라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한 청년, 이후림 이야기.



자라고 싶은 후림의 청춘 - 뮤지컬 배우 이후림

배색이 돋보이는 셔츠는 코스, 플라워 패턴 쇼츠는 자라


이후림

1992년생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2012 서울패션위크 제이호 모델로 데뷔

2013 뮤지컬 <하이스쿨 뮤지컬>

2014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뷰티 프로그램 ‘홍스광뷰티’ 출연



올 초 주연을 맡았던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가 끝났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열심히 학교에 다녀요.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휴학했다, 2학기 하고 또 2년 휴학했었거든요. 이번에 다시 복학해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뷰티 프로그램인 <홍스광(光)뷰티>에도 출연하죠? 모델 일에 뮤지컬?방송까지 멀티플레이어네요. 자신과 가장 잘 맞는 활동은 뭐예요?

다 재밌고 좋아요. 다만 모든 영역에서 부담을 느낄 때가 있어요. 모델은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해야 하고, 뮤지컬은 공연을 보러 온 관객에게 그만큼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서요. 방송은 영상이 남으니 걱정되는 부분이 있고요. 또, 영상을 찍는 카메라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도 좀 더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최근 모델 장기용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기회가 생겨 출연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아직 어수룩하지만, 뭐든지 열심히 잘할 수 있어요.


데뷔는 모델로 했네요. 원래 모델을 꿈꿨나요?

아뇨. 항상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가수를 꿈꾸기도 했고요. 사실 분야를 막론하고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저를 뽐내고 싶어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에 캠코더를 설치해놓고 혼자 춤을 추기도 하고 그랬죠. 그래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럼 ‘모델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막상 학교에 입학했는데 생각과 많이 달라 실망했어요. 예술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그때 배운 것들을 반복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목표로 했던 대학교가 따로 있어서 더 그랬던 듯해요. 그래서 반수를 하기로 하고 다시 입시를 준비했어요. 결과는 탈락이었죠. 이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연기선생님의 친구였던 배우 김재화 씨를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진지하게 진로상담을 했어요. 연기는 어떻게 하는지, 오디션은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요. “그냥 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와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친형과 함께했던 유럽여행 때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남아 “모델에 도전해볼까요” 하고 여쭤봤더니, “좋겠다”고 답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모델 아카데미를 찾아봤고, 본격적으로 모델 준비를 시작했어요.


모델 준비는 힘들지 않았어요?

전혀요. 3개월 동안 워킹수업을 받으면서 정말 재밌었어요. 보통 아카데미에서는 뮤지컬?연기?춤?워킹 등 다방면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저는 워킹만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를 선택해 하나에만 힘을 쏟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굉장히 적극적인 듯해요.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파이팅이 넘쳐요. 그래서인지 기회도 많이 생겼던 듯하고요. 아카데미 첫 수업 때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 동기들이 저를 반장으로 추천해 반장을 맡기도 했어요. 수업 시작 전에 먼저 다가가 인사도 하고 해서 그랬나봐요. 덕분에 수료식 때도 대표로 수료증을 받고 구호를 외치며 눈에 띄는 마무리를 했어요.


자라고 싶은 후림의 청춘 - 뮤지컬 배우 이후림

파스텔 톤의 슈트는 곽현주 컬렉션, 슬리브리스 톱은 코스


뮤지컬 배우로는 <하이스쿨 뮤지컬>이 첫 무대로 알고 있어요. 뮤지컬에도 욕심이 있었나요?

모델로 데뷔한 뒤 연기를 배우던 선생님을 찾아뵌 적이 있어요.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를 소개하기 위해서였죠. 그때 친구가 노래를 불렀는데, 갑자기 옆에 계시던 분이 다가오셨어요. <하이스쿨 뮤지컬>의 김규정 연출님이었죠. 마침 당시 뮤지컬 오디션을 보던 주간이었는데, 친구에게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연기선생님께서 저도 추천하셨고, 부랴부랴 준비해 오디션을 봤어요. 그리고 합격해서 첫 무대에 서게 됐어요. 화요일에 오디션 소식을 듣고, 수요일에 준비하고, 목요일에 오디션을 보고, 금요일에 합격 소식을 들었으니 기적 같은 일주일이었죠.


앙상블이었던 <하이스쿨 뮤지컬>과 달리 <총각네 야채가게>에서는 주연급을 맡았어요.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하이스쿨 뮤지컬>이 제게 많은 용기를 주었어요.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지만, 노래 실력에는 영 믿음이 가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하이스쿨 뮤지컬>을 하면서 하나씩 배우게 되고, 앙상블이다 보니 ‘떼창’을 하게 돼서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주사위는 던져졌고, 어떻게든 불러야 했기에 음악감독님에게도 도움을 받고, 함께 출연하는 분들에게 많이 여쭤봤죠. 그러다 공연이 끝나고 <총각네 야채가게> 오디션이 있어 도전했고, 잘 봐주셔서 기회를 잡게 됐어요.


부담은 없었어요?

‘박철진’ 역이었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여서인지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살던 철진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상황이었는데, 저도 연기를 하겠다며 혼자 서울로 올라와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실제로 막내이기도 하고요. 다른 점은 철진이와 달리 저는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


대중에게 이후림의 모습은 어떠했으면 좋겠어요?

보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요. 저를 보면 행복해지고 에너지 넘쳤으면 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도 재밌는 동영상을 찍어 올려요. 그런 뜻으로 제 이름을 이용해 ‘후림후림하다’는 말이 생기면 좋겠어요.


5년 뒤의 이후림을 상상해본다면?

5년 뒤에는 군대에 있지 않을까요?(웃음) 어차피 가야 하니 군대에 대한 압박감은 못 느껴요.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다 해보고 가고 싶어요. 10년 뒤라면…,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요? 아기도 있었으면 좋겠고.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에게 한마디.

열심히 하는 게 최고인 듯해요. 대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어떤 일이든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정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때 포기하면 아무것도 못 하죠. 저도 계속 열심히 한 덕분에 뮤지컬 배우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하이스쿨 뮤지컬> 이후 오디션에서 숱하게 떨어졌거든요. 그때마다 좌절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다른 사람의 공연을 보면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파악하기에 바빴죠. 발전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만큼 욕심이 많은데, 그렇더라도 그냥 버텨야 하는 경우가 있는 듯해요. 버티면서 얻는 힘이 있을 테니까요.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진행 이동찬 기자

사진 엄효용(DARI 스튜디오)

모델 이후림

헤어·메이크업 조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