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 달에 한 도시

한 달에 한 도시, 김은덕, 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누구나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또 여행을 꿈꾸는 지금은 바야흐로 여행의 전성시대다. TV를 켜면 여행 프로그램이 어김없이 방송되고 SNS에 접속하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의 해맑은 얼굴 이 가득하다.


그만큼 새로운 여행지와 여행법에 대한 갈망도 늘어나고 있지만 정글에 뛰어들 용기도 없고 화려한 외국어 실력도 없는 데다 짐꾼 노릇을 할 사람도 곁에 없는 평범한 여행 지망생들은 오늘도 최저가 여행지를 검색하며 달력과 씨름한다.


여행에 대한 과감한 생각의 틀을 벗어난 에세이가 발간됐다. 작가는 김은덕과 백종민 씨 부부다. 두 사람의 결혼은 조금 남달랐는데 예식장이 아니라 인도 레스토랑에서 ‘상대방을 독립된 개체로서 인정하고 평등하게 살겠다’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직접 먹겠다는 다짐을 발표했다.


하객 앞에서 한 약속도 지키고 지금의 행복을 미루며 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던 중 막연히 5년 후로 생각했던 세계여행을 훌쩍 떠나게 됐다.


한창 일해야 하는 30대 부부가 직장을 모두 정리하고 2년 동안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꿈과 희망으로만 추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외식을 철저히 금한 것은 물론 전세 계약도 해지했다. 유명 관광지를 단지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의 삶을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기 위해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며 한 달에 한 도시씩 살아 보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떠올렸다.


모두가 놀라워하는 결단을 내렸고 몸소 실천한 두 사람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두렵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용기를 내었는지 말이다.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담담히 이야기한다. 대단한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고 단지 혼자였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새삼 여행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묻게 된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