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이색 면접을 말하다

“이색 면접은 스펙보다 인성을 중시한다”

왼쪽부터 샘표식품 김해미 인사팀 대리, 블랙야크 윤규성 인사팀 차장, 취업포털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

이색 면접은 열린 채용의 하나다. 스펙을 탈피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 기업 역시 지원자의 인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색 면접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이색면접. 블랙야크 윤규성 인사팀 차장, 샘표식품 김해미 인사팀 대리, 취업포털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이 이색면접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기업이 이색 면접을 실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임민욱

기업 인재상에 맞는 인재, 즉 ‘Right People’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일반 면접은 지원자의 성향이나 가치관, 잠재능력 등을 평가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원자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는 이색 면접을 실행하는 것이다.

김해미

이색면접은 회사마다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2000년 처음 요리면접을 도입했는데, 식품회사인 만큼 직원들이 요리에 대한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윤규성

블랙야크는 아웃도어 업체다. 그에 맞는 면접방식을 고민하던 중 산행면접을 도입하게 됐다. 정형화된 면접에서 점검할 수 없는 부분을 평가하고자 했다.

이색 면접은 어떤 방식인가?

김해미

샘표식품 이색면접은 지원자들이 직접 요리를 한다. 3~4명이 한 조를 구성해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된다.

이때 고추장, 된장 등 샘표식품 제품이 제시된다. 완성된 요리를 가지고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까지 이색면접에 포함된다.

윤규성

블랙야크는 산행면접이다. 등산 과정에서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은 지형지물을 활용해 블랙야크를 표현하거나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질문 등이다. 면접위원들이 동반하며 평가하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이색 면접은 스펙보다 인성을 중시한다”

블랙야크 윤규성 인사팀 차장

이색 면접의 경우 평가 요소가 존재하나?

윤규성

물론이다. 산행면접을 체력 테스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등산 과정에서 지원자의 행동을 평가하는 면접이다. 조별로 활동하는 만큼 리더십, 조직활동, 협동심 등을 평가 항목으로 정해놓고 있다.

김해미

요리면접도 마찬가지다. 요리 실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개인의 인성, 팀워크, 리더십, 창의력 등이 평가항목이다. 낯선 재료를 받고 순발력 있게 팀원들끼리 힘을 합쳐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평가한다.

이색 면접에서도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나?

김해미

샘표식품은 요리면접, 실무진면접, 인성면접 등 전 과정을 고려해 평가한다. 요리면접도 한 영역이다. 면접위원회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최종평가를 내린다

윤규성

블랙야크 역시 총 세 차례에 걸쳐 면접을 실행한다. 산행면접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데, 채용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산행면접에 합격한 인원만이 최종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

이색 면접, 기업으로서는 어떤 효과가 있나?

윤규성

직원들이 산행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강연이나 자료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더라. 독특한 면접 방식으로 취업준비생들 사이 이슈도 됐다.

김해미

면접관들이 입사 3~4년 차 직원들이다. 지원자들의 선배로, 합격하면 같이 일하게 된다. 사전에 서로 알 기회가 되는 셈이다.

기업들이 이색 면접을 진행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나?

임민욱

다른 기업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면접을 진행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도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면접이 우리가 원하는 인재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적합한 평가방법인지 따져봐야 한다.

면접 방식을 도입했을 때 이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적임자가 있는지 등도 고려해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 진행할 때에는 사전에 각 전형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기준을 마련해 객관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색 면접을 스펙 초월 채용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나?

윤규성

산행면접은 어학, 학력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평가하지 않는다. 스펙 없이도 충분히 우리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채용방식이다.

임민욱

최근 채용시장에서 학벌, 학점 등의 스펙에서 벗어나 성품, 역량 등 잠재된 능력을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를 평가하는 방법의 하나가 이색 면접이다. 오디션면접, 술자리면접, 합숙면접, 요리면접, 산행면접 외에도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색다른 면접들이 계속 도입될 것이다. 이색면접은 스펙초월 채용과 같은 맥락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색 면접은 스펙보다 인성을 중시한다”

샘표식품 김해미 인사팀 대리

이색면접 준비과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임민욱

기존 면접방식의 경우 잘 알려진 만큼 누구나 정해진 틀에 맞춰 준비해오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성이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원자들 역시 차별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색 면접 방식은 Right People을 채용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지원한 기업의 채용 직무에 잘 맞는 인재임을 보여주면 된다.

김해미

지원한 기업의 특성을 한 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식품기업의 특성을 살려서 요리면접을 진행할 뿐 요리 실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기존 역량면접과 마찬가지로 기업 조사를 철저히 하면 충분히 응할 수 있다.

윤규성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불안감으로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블랙야크 산행면접은 특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본인 평소 모습이 평가 대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장된 행동이나 준비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부담 없이 면접을 즐겼으면 좋겠다. 산행면접을 경험해 본 지원자 중에는 ‘면접이 아니라 취업 준비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푼 레저 활동 같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색 면접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김해미

제품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간장이라는 제품도 제조 회사마다 특징이 있다. 특징을 이해하고 요리를 완성하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요리 과정에서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윤규성

등산면접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자세와 끈끈한 팀워크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준비한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면접 당일 두 가지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임민욱

정형화된 면접과 달리 이색 면접은 기업마다 채용방식이 다르다. 목표 기업의 면접전형을 철저히 분석한 후 준비해야 한다. 형식보다 기업이 이색 면접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정형화된 면접을 진행한다.

임민욱

기업이 기존 면접 틀을 유지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현재의 면접전형을 통해서도 충분히 자사가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어 굳이 새로운 면접 틀을 도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다음은 비용, 시간, 인력 등 발생하는 문제가 많아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다. 실제로 새로운 방식의 면접을 도입하려면 이를 담당할 전문가가 필요하고, 관련 업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채용전형을 변경한다고 해서 채용 결과가 더 좋아지리라는 확신도 없다. 즉, 이색 채용을 도입했다거나 혹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편이 더 ‘좋다’ ‘나쁘다’ 가릴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자발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색 면접은 스펙보다 인성을 중시한다”

취업포털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

그렇다면 기존 방식인 역량면접과 이색 면접 차이가 있나?

윤규성

최근에는 지원자들이 스터디 등을 통해 모의면접을 자주 경험한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특정 질문은 암기해 답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고정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면접을 통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싶어 한다. 시켜서 잘하는 사람보다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색 면접이 그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다. 산행면접에서 험한 산을 택하는 이유도 극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의 인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미

역량면접은 질문과 답변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지원자의 생각이 담겨 있어, 면접관들 역시 깊게 사고하고 판단한다. 이색면접보다 시간도 절약된다. 반면 이색 면접은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할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두 가지 면접을 동시에 적용하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본다.

면접은 채용의 중요한 관문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해미

정보가 곧 합격이다.직무 정보는 학과에서부터 동호회 활동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얻을 수 있다. 좋은 정보가 바탕이 된다면 면접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윤규성

경험이 곧 스펙이다.본인이 원하는 직무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일관성 있는 경험은 면접장에서 본인이 해당 직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