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L 4캔에 1만원…국산보다 저렴

CU 점유율 2년새 두배…오비·하이트 긴장



비어스테이션 부럽지 않아요~ 2,500원으로 즐기는 수입맥주 타임


휴일인 5일 편의점 CU의 서울 영등포신길점에는 맥주 할인행사인 ‘비어데이’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었다. 파울라너, 산토리, 아사히 등 인기 수입 맥주를 최대 38%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직장인 최선호 씨(27)는 이곳에서 수입 맥주 8캔을 2만원에 구입해 친구들과 한강 공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최씨는 “국산 맥주보다 맛이 좋아 수입 맥주를 선호한다”며 “할인가에 사면 국산 맥주와 비슷하거나 더 싸기 때문에 자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들이 수입 맥주 할인행사를 크게 늘리고 있다. 1캔에 3000~4000원 선인 500mL 제품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1캔에 2600원 정도인 카스와 하이트, 3000원이 넘는 클라우드 등 국산 맥주보다 더 저렴하다.


편의점 CU는 2010년부터 비어데이 행사를 계속 열고 있다. 원래 매주 금요일을 비어데이로 정해 맥주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상시할인으로 바뀌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때 맥주를 할인 판매해 매출을 크게 높인 뒤 맥주 행사를 연중 열고 있다. GS25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할인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할인행사가 상시적으로 열리면서 편의점의 수입 맥주 점유율도 크게 높아졌다. CU의 올해 1분기 수입 맥주 점유율은 36.5%로, 2012년 말(18.8%)과 비교해 2년3개월 만에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반면 80%대 점유율을 유지하던 국산 맥주는 6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정한택 BGF리테일 주류MD는 “일본 맥주 위주이던 상품 구색을 호주·네덜란드·체코산 맥주 등으로 확대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달 수입 맥주 점유율이 31.1%를 기록했다.


편의점의 수입 맥주 할인행사는 유통업체의 미끼상품 전략과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맥주 수입회사의 박리다매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 맥주수입사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할인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도 “행사에 참여하면 매출이 단기간 급등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는 것이 수입사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 맥주인 아사히는 묶음 할인에 참여할 때 매출이 2.5배 증가했고, 2위인 산토리 프리미엄은 행사에 참여한 지난 2월 평소보다 9배 많은 매출을 올렸다.


국산 맥주회사들은 유통회사들의 수입 맥주 판매 확대에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연 4조원 정도인 맥주 시장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을 절반 정도로 추산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산 맥주는 기본적으로 수입 맥주보다 가격이 낮아 할인을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원가 이하 판매를 금지한 주류 판매 규정도 할인 판매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할인폭을 확대할 수 있지만 출고가가 정해져 있는 국산 맥주는 할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한국경제신문 기자 josep@hankyung.com